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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연의 썸풋볼] 포체티노가 바꿔버린 토트넘. 키워드는 "일관성"

SBS Sports
입력2016.02.12 13:51
수정2016.02.12 13:51

모두가 레스터 시티의 돌풍에 놀라 눈길을 떼지 못하는 동안 토트넘은 조용히 승점을 쌓으며 결국 레스터에 이어 우승 다툼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특히 타 팀을 압도하는 골득실률은 그들이 얼마나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졌는지 보여준다.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했지만 항상 더 높은 단계로의 발돋움 직전 미끄러진 토트넘이 달라진 것은 누가 뭐라 해도 포체티노 감독의 공이 크다. 올 시즌 토트넘은 어떻게 바뀐 것일까?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스쿼카는 각 팀과 선수의 경기 내용을 점수로 나타내고 있다. 물론 축구에서 통계는 아직 완전하다 말할 수 없고, 단순한 점수 비교를 통해 경기력을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를 떠나 토트넘은 상당히 의미있는 통계 변화를 보여준다. 바로 일관성이다.

경기마다 점수가 요동치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올 시즌 토트넘은 100-500 사이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는 단순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진 경기에서마저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4-15시즌 토트넘의 퍼포먼스 스코어의 표준편차는 올 시즌의 1.5배를 넘는다. 토트넘이 올 시즌 가장 흔들린 경기 중 하나인 뉴캐슬전 (1-2패)에서조차 토트넘은 100점을 넘었다. 마이너스까지 떨어지는 경기도 있고, 100이하인 경기가 수두룩하던 지난 시즌과 크게 비교된다.

감독을 자주 바꿔온 토트넘이기에, 일관된 경기력이란 바라기 어려운 주문이었을지 모른다. 어중간하게 포지셔닝된 클럽의 입지 때문에 감독도 선수들도 빅클럽을 향한 중간 기착지로 여기는 경우도 잦았고, 그나마 영입한 선수들도 기복이 심해 이후 시즌에는 팬들의 기대를 걷어차기 일쑤였다.
포체티노의 힘은 이 대목에서 발휘되었다. 여전히 라멜라와 손흥민 등 기복이 심한 선수들을 데리고도 일정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선수의 이름과 몸값에 좌우되지 않고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우선 기용할 수 있는 결단력과, 뷸규칙적인 파동을 그리는 선수들의 경기력을 빠르게 파악하는 눈이 결합된 덕분이다. 게다가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엄청난 훈련량은 팀에게 “습관된” 퍼포먼스를 불어넣어 준다.

상당히 젊은 선수들로 꾸려진 토트넘이기에 운동량은 물론, 강한 패기까지 갖춘 팀이 되었다. 어린 선수들로 꾸려진 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결국 경험 부족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팀의 주장까지 역임한 카불을 미련없이 버리고, 팀의 유망주를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토트넘의 스쿼드에서 경험 부족이란 단어를 찾기는 어렵다.

피파 랭킹 1위의 기염을 토한 벨기에는 성공적인 세대 교채를 통해 젊지만 경험이 쌓인 선수들을 성공적으로 길러냈다. 그리고 그 혜택을 토트넘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A매치 74경기의 베르통언, 62경기의 뎀벨레와 52경기의 알더바이럴트 그리고 30경기의 샤들리까지. 게다가 이젠 토트넘의 정신적 지주로 성장한 요리스는 73번의 대표팀 경기를 거쳤으며 에릭센과 손흥민은 어린 나이(둘 모두 92년 생이다)에도 각각 56, 47번의 A매치 출장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야말로 어릴 때부터 산전수전 겪은 선수들의 집단이다. 위기 상황에서 우왕좌왕하며 기복을 보일 이유가 없다.

강한 압박과 빠른 역습을 자랑하는 토트넘이기에 레스터 시티와 비교되기도 하지만, 그 둘은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른 축구를 추구한다. 물론 양팀 모두 일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이루고, 이를 뚫어내더라도 그대로 다음 압박 라인을 형성한다. 토트넘과 레스터는 압박을 통해 중간 1/3을 주로 공략하지만 평균 46%의 점유율과 21m의 패스 거리, 71%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레스터는 그 수비를 통해 성공적으로 공을 탈취하면 바디나 마레즈를 향해 직선으로 연결해 직접적으로 골을 노리는, 그야말로 슈팅을 위한 압박을 구사한다.

하지만 토트넘은 54%의 점유율과 18m의 패스 거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듯 “점유율”을 위한 압박을 가져가고 있는 셈으로, 레스터와 같은 선상에 놓고 보기엔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이 특성이 반영된 올 시즌 경기에서 포체티노가 토트넘을 강 팀 반열에 올려두기 위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을 만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토트넘은 비교적 좀 더 안정적인 모습을 추구한다. 토트넘은 맨유, 첼시, 아스날, 리버풀, 레스터와는 모두 비기거나 졌을 정도로 큰 경기에서 약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조차 자신들만의 템포를 유지하는 경기를 해왔고, 당장의 승점보다는 팀을 더 다져나가는 방향을 선택하며 일관된 경기를 위해 스스로를 다져나가고 있다.


미래가 밝은 듯 보이는 토트넘이지만, 여전히 두려움은 존재한다.

과연 그들이 기복의 굴레를 벗어던졌을까? 토트넘을 거쳐간 수많은 유망주들이 그러했듯이 델레 알리와 에릭 다이어 등 혜성같이 나타난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도 같은 수준의 활약을 보일 수 있을지 알 길이 없다. 그런 두려움은 유망주를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떨쳐낼 수 없는 근본적인 족쇄이다.

과연 토트넘에게 두 번 다시 레들리 킹의 아픈 기억은 없는 것일까? 감독이 제 아무리 팀을 강한 훈련 아래 단련한다 해도, 부상 앞에 꿋꿋이 서 있을 수 있는 팀은 없다. 토트넘의 전진은 단단한 수비가 받쳐주는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공교롭게도 토트넘은 주축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문턱에서 좌절한 경우가 많다. 토트넘의 부상자는 단 두 명이다. 하지만 그중 하나는 토트넘을 지탱해 오던 베르통언. 무릎 인대 부상으로 두 달가량 자리를 비워야 하는 베르통언의 공백이 쉽게 메워질 수 있을지는 맨시티, 아스날 등 강팀과의 남은 경기를 통해 드러날 것이다.

과연 해리 케인이 다음 시즌에도 하얀 유니폼을 입고 있을까? 그토록 엉망인 골 결정력과 넘쳐 흐르는 현금을 가지고도 공격수를 사지 않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케인의 이탈을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베르바토프 이후 해리 케인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이뤄지기 까지 토트넘을 거쳐간 공격수들과 그로 인해 고통받았던 경기들을 되짚다보면, 케인의 이적이 토트넘의 상승세에 끼얹을 파장은 단순히 찬물 수준이 아닐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꼭 예측까지도 필요치 않다. 수아레즈가 떠난 리버풀이 벤테케를 선택한 대가를 어떤 식으로 치르고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당장 포체티노부터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임시직인 히딩크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판 할이기에 당장 “포체티노가 다음 시즌 감독으로 선임되었다”는 뉴스가 발표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사족이지만, 시즌 중 새로운 감독 선임 발표를 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라 생각한다.) 토트넘이 포체티노의 몸값으로 2천만 파운드를 요구했다는 것은 좋은 값이면 그를 떠나 보낼 수 있음을 뜻한다. 그를 떠나 보내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이 될 것이다.

지금 토트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빅4의 시대를 떠나, 빅5로 묶어서 얘기될 수 있도록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다. 제 아무리 우승권을 위협하는 시즌을 보내더라도 다음 시즌 추락한다면 웃음거리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우승컵은 팀의 지위를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계기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토트넘을 단숨에 빅클럽의 지위에 올려놓기에는 꾸준함이 부족하다.


올 시즌 토트넘이 우승컵을 들어올려도 이상하지 않다. 포체티노는 시즌 준비를 가장 잘한 감독 중 한 명이고, 선수들은 강하게 뭉쳐져 있다. 산뜻한 출발을 하지 못한 시즌 초반을 제외한다면 큰 위기 없이 시즌을 치뤄온 그들이지만 베르통언의 부상 등 암초를 현명하게 피하지 못할 경우 또다시 문턱에서 좌절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토트넘은 경험이 많고 피파 랭킹 1위에 빛나는 벨기에 선수들과 축구 종가에서 자라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는 자국 유망주들이 주축이 된 팀이다. 하지만 반대로, 영광이 무색하게도 국제 대회의 성과가 없는 벨기에와 종주국이라는 허울 좋은 명성에 걸맞지 않은 성적의 영국이기도 하다. 포체티노 역시 팀을 순위표의 가장 위로 팀을 이끌어 본 경험이 없다. 시즌의 끝을 향해 달릴 수록 그 작은 차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토트넘 팬들의 기대는 “올 시즌은 다르다”는 말로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축구는 결과가 달리 나와야 진정 다른 시즌을 보낸 것일 테다. 옆동네 “과학”의 팀만 봐도 그렇다. 꾸준히 우승권의 동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결국 올 시즌 토트넘도 “잠깐 반짝였던”팀으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gettyimages)]

(SBS스포츠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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