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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스토리] 44살 골키퍼 오영란 "엄마 올림픽 갔다 올게"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6.07.13 11:35
수정2016.07.13 11:35


지구촌 최대 스포츠 이벤트라 평가 받는 올림픽. 4년에 한 번 뿐인 무대로 향하는 태극마크의 뒤에는 땀과 눈물 그리고 이야기가 있습니다. '올스토리'에서는 '2016 리우 올림픽'으로 향하는 대표팀 선수들의 숨겨진 스토리, 당찬 출사표를 영상으로 담습니다. 이번에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 이야기입니다.

올림픽이 개막하면 조만간 메달리스트들이 가려지게 되고, 수 많은 '감동 스토리'들이 그 뒤를 잇게 됩니다. 올림픽이라는 무대와 메달의 순간을 더욱 빛나게 하는 훈훈한 미담들 중에서 유독 자주 듣게 되는 단어도 있죠. 바로 '어머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로 여겨지는 어머니들은, 묵묵한 헌신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심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자식들을 뒷바라지 해 낸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른 '엄마'들이 있습니다. 바로 2004 아테네 올림픽 당시 전 국민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여자 핸드볼 대표팀 '우생순'의 멤버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당시 대표팀 멤버였던 라이트윙 우선희 선수와 골키퍼 오영란 선수가 국가대표팀에 복귀했습니다. 우선희 선수는 우리 나이로 1978년생 38살이고, 골키퍼 오영란 선수가 1972년생 44살입니다. 불혹을 넘긴 나이입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끝으로 태극마크를 내려 놓았던 우선희 선수, 2008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역시 대표팀을 떠났던 오영란 선수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임영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돌아 온 이유는 왜 였을까요.

임영철 감독은 영화 '우생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캐릭터로 남았던 바로 그 호랑이 감독님입니다. 우리 여자대표팀은 이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임영철 감독까지 대표팀 사령탑에 복귀시키는 초강수를 뒀을 만큼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지옥훈련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무장시키기로 유명한 임영철 감독의 대표적인 제자가 바로 같은 우생순 멤버였던 임오경 선수인데요, 임오경 선수는 현역 시절 주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돈을 많이 벌면 태릉선수촌 뒤에 있는 불암산을 사 버리는 게 소원이다. 그 다음에는 평지로 밀어버리고 싶다"고요. 임영철 감독이 평소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진행하는지 잘 표현(?)해 주는 일화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그런 후일담들도 '우생순' 멤버들에게는 이제 그야말로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있습니다. 그 시절 그 때의 대표팀 동료들은 가정에서,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왜, 이 두 명의 우생순 멤버는 호랑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 다시 돌아온 것일까요. 우선희 선수는 지난해 말 첫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44살 골키퍼 오영란 선수에게는 11살 그리고 7살 난 두 딸이 있고요. 리우 올림픽 본선무대를 준비하던 두 선수를 만나 '대표팀 복귀'의 이유를 물었을 때 무척 인상적인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녀들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애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유였습니다. 
물론 태극마크를 단 이상 국가대표입니다. 아무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코트 안에서는 같은 선수이고, 어린 후배들에게는 더욱 큰 힘이 되어주어야 할 베테랑입니다. 골키퍼 오영란 선수는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전경기 풀타임을 뛸 정도의 체력이나 몸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팀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도 가장 잘 알고 있는 맏언니입니다. 한계 그 이상을 요구하는 감독의 혹독한 의도를 20살 이상 어린 후배들에게 전달하고, 팀이 경기 외적인 변수들로 흔들릴 때에도 가장 뒤에서 어린 선수들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우선희 선수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표팀에 돌아오게 한 것은 '엄마'라는 힘이지만, 대표팀에 돌아 온 이상 결과로 답해야 하니까요. 임영철 감독과 두 '우생순' 멤버는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로 전 국민의 기억에 남는 존재가 됐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우선희 선수는 "복귀를 결정하고 생각한 것은 하나였다. 여자 핸드볼 그리고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이번에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 오고 싶다. 국민들이 4년에 한 번씩만 우리를 응원해 줘도 괜찮다. 리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후배들에게는 앞으로 정말 큰 힘이 될 거고, 선배들이 지켜 온 전통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엄마'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한국 여자 핸드볼의 명성을 지켜내야 할 베테랑이라는 책임감.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이후 번번히 세계 정상 문턱에서 무릎을 꿇어야 했던 우리 여자 핸드볼. 많은 구기 종목들이 고전하고 있는 만큼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 보여 줄 선수들의 '투혼'에는 더욱 많은 눈이 모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올림픽이라는 혹독한 도전도 마다하지 않은 그녀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 여자 핸드볼 대표팀과 우선희, 오영란 선수의 생생한 표정은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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