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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들] 배드민턴 김동문 해설위원 "메달, 결국 자신과의 싸움"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6.07.30 10:37
수정2016.07.30 10:37


올림픽에는 수많은 레전드들이 등장합니다. 그들을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중계석'이죠. 이제는 과거가 됐지만, 그들에게도 파란만장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올림픽 무대에 나서는 제자 혹은 후배들의 도전을 누구보다 뜨거운 목소리로 전할 수 있습니다. '해설자들'에서는 2016 리우 올림픽에 나서는 또 다른 레전드들을 만납니다. 이번 주인공은 배드민턴 김동문 해설위원입니다.

배드민턴계에는 역사로 남은 '전설의 2인조'들이 유독 많습니다. 올림픽 같은 큰 국제대회가 끝나면 의외로 메달 시상식 장면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독 배드민턴 2인조의 이름은 이상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살아남습니다. 어느 올림픽의 어떤 메달이었는지는 생각나지 않아도 '김동문-라경민'. '길영아-김동문' 같은 전설의 2인조처럼 말입니다.

김동문 SBS 배드민턴 해설위원은 바로 그 전설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번 2016 리우 올림픽에서 누구보다 간절히 '새 역사'의 순간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김동문-길영아 조가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이 종목 금메달은 10년 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시 우리나라가 그 시상대 맨 윗 자리에 오른 것은 2008년. 당시 이용대-이효정 조가 배드민턴 최강국 중 하나인 중국에서 열린 올림픽에서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12년 만에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을 가져왔습니다.
사실 그 직전 대회에서 '따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던 금메달을 놓쳤던 것도 바로 김동문 해설위원 본인이었습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전까지 김동문-라경민 혼합복식 조는 국제대회 7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고, 이 두 선수가 8년 동안 각종 국제대회를 휩쓴 횟수만 해도 무려 14번이었습니다. '나가기만 하면 금메달', '김동문-라경민 조가 뜨면 상대는 라켓을 놓는다'는 우스갯 소리까지 있었을 정도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전설의 2인조는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놓쳤죠.

재미있는 것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놓친 김동문 해설위원은 놀랍게도 아테네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는 역시 또 다른 전설의 2인조 '박주봉-김문수' 조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남자 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엄청난 배드민턴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배드민턴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는데 배드민턴 종목에서 연이어 금메달이 나와 금새 셔틀콕 하면 올림픽 금메달이 떠오르는 종목이 됐을 정도니까요.

김동문은 90년대 세계 정상을 지배했던 한국 배드민턴이 좀처럼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가운데 혼합복식, 남자복식 등 주요 종목을 견인한 선수였습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목에 걸지는 못했지만 시대를 풍미하며 함께 세계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라경민(현재 리우 올림픽 대표팀 혼합복식 코치) 선수와는 결혼에 성공해 더 화제를 모았죠. 사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김동문-라경민'조가 혼합복식 8강에서 탈락하고, '김동문-하태권'조가 남자복식 금메달을 차지한 것은 엄청난 이변이었습니다. 그런데 하태권 선수 역시 김동문 위원과는 초등학교 동창 시절부터 함께 배드민턴을 해 온 20년 넘는 친구이기도 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 이후 김동문 위원은 그야말로 '연인', '친구'와 함께 배드민턴 세계 정상을 견인해 온 놀라운 전설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그래서일까요. 김동문 위원은 후배 이용대의 도전에 누구보다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베이징에서 12년 만에 혼합 복식 금메달을 가져왔던 후배는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맥이 끊긴 남자복식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한 금메달 가능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부동의 세계랭킹 1위인 이용대-유연성 조가 이번 리우 올림픽 남자 복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게 된다면 역시 12년 만의 배드민턴 남자복식 금메달이 됩니다.

김동문 해설위원은 "배드민턴 메달권 선수들끼리의 실력 차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 선수들이 올림픽을 위해 준비가 잘 된 만큼 평소 국제대회를 치르던 기분으로 제 실력을 보여준다면 배드민턴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메달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이용대-유연성 선수 역시 가장 금메달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결국 메달은 마지막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후배들이 그 싸움에서 꼭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레전드는 한때 자신이 서 있었던 바로 그 자리, 올림픽 배드민턴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다시 태극기가 오르는 모습을 누구보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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