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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J리그 포돌스키 영입설…日 축구의 '대반격'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1.17 17:15
수정2018.01.16 11:22

'전차군단' 핵심 멤버였던 독일 국가대표 출신의 루카스 포돌스키가 일본에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유력한 행선지로 거론되고 있는 팀은 J리그 빗셀 고베다. 더 놀라운 것은 포돌스키가 최근 축구계에서 막강한 자금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 클럽의 제안도 거절하고 J리그행을 택할 것이란 기대다. 최근 아시아 축구계에서는 중국 시장의 광폭에 가까운 행보에 일본까지 엄청난 자금력을 무기로 공격적인 투자에 가세하는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래저래 K리그의 고민은 늘어 갈 것으로 보인다.

17일(이하 한국시간) 독일의 '빌트'지를 비롯한 현지 주요 매체들은 "터키 갈라타사리아에서 활약하고 있는 루카스 포돌스키가 일본 클럽 빗셀 고베로 이적할 것으로 보인다. 계약 기간은 3년, 연봉은 800만 유로(한화 약 1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밝혔다. 독일 언론들이 전한 바에 따르면 포돌스키는 중국 팀인 베이징 궈안으로부터도 이적 제안을 받았으나 현재로서는 일본행이 더 유력해 보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포돌스키의 J리그행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다만 '차이나 머니'를 거절했다고 해서 자본의 영향력을 완전히 부정하기는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베이징 궈안이 제안한 금액을 정확히 추정하기는 힘들지만 빗셀 고베와의 계약이 성사될 경우 포돌스키가 받게 되는 연봉은 1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J리그의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또 계약 기간 역시 3년으로 긴 편이다. 빗셀 고베 입장에서도 선수 한 명에 300억 원에 가까운 투자를 감행하는 큰 결단이다.

빗셀 고베는 2016 시즌 J리그에서 7위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위권 팀은 아니지만 올해 AFC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가진 강팀도 아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포돌스키 같은 대형스타를 영입할 수 있는 자금력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부분은 고베의 스폰서 기업인 라쿠텐에서 나오는 돈이다.

인터넷 전자 상거래 사업을 시작으로 일본 내에서도 대규모 기업으로 성장한 라쿠텐은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도 도약을 노리고 있다. 막대한 성장세를 지속해 온 만큼 극도의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 경제시장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몇 안 되는 회사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투자가 가능한 것은 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다양한 분야로의 규모확장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라쿠텐이 급격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일본 야구팀인 '라쿠텐 이글스'와 축구팀 '빗셀 고베'에 상당한 투자를 해 온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올해로 32살인 포돌스키는 확실히 전성기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기에는 적지 않은 연령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J리그행을 택하는 선수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수준의 '초대형' 스타 플레이어라는 점까지 부정하기는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공식적으로 이적이 성사된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일본 현지에서는 오히려 포돌스키의 J리그행이 크게 화제를 모으고 있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독일 현지 기사가 나오면서 관련 소식들이 조금씩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자 일본 포털 '야후'등을 통해 보도된 기사에서 일본 축구팬들이 보이는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대체로 "1년에 100억, 3년 300억은 지나치게 큰 금액"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돌스키가 선수 경력상 월드컵에 두 번이나 출전했고 상당한 네임밸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100억 원에 걸맞은 활약을 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요지다. 이름값만 보고 영입하기에는 리스크도 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14년 우루과이 출신의 세계적인 공격수 포를란을 영입했다 큰 실패를 맛본 세레소 오사카다. 당시 ACL 출전권도 가지고 있던 세레소 오사카는 무려 50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지급하며 야심차게 포를란을 영입했지만 계약 기간이었던 1년 6개월도 다 채우지 못한 채 선수를 방출했다. 포를란의 부진과 함께 팀은 2부 리그로 강등됐으며 이 실패로 인한 여파는 아직도 완벽히 봉합됐다고 보기 힘들다.

빗셀 고베가 포를란의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을 지불하며 포돌스키를 영입해도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게 될 수 있는 무서운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축구계가 늘 이 지점에서 영원한 딜레마를 거듭해 왔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프리미어리그 클럽인 맨체스터 시티를 이끌고 있는 만수르나 첼시의 로만 아므라모비치 같은 억만장자 구단주를 가진 몇 개의 구단을 제외하면 눈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클럽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국가 주석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축구단에 몇천억 원씩 투자하는 중국의 상황도 정상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가 없는 한 팀이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도약하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결국 이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싸움이지만 빗셀 고베가 포돌스키를 영입해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경우 딜레마는 또 한 번 공고해진다. 멀리가지 않아도 K리그 클래식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공격적인 투자와 신뢰를 바탕으로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올라 선 전북 현대의 행보는 분명히 다른 클럽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런데 포돌스키의 일본행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일본 축구계는 최근 몇 년 사이 클럽팀은 물론 대표팀까지 아시아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과 함께 아시아 축구계의 맹주를 자처해 왔던 이전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다. 월드컵 예선이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자국 축구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 축구계는 큰 경쟁력으로 여겨지던 프로팀들의 '재정' 파워에서도 중국 축구계에 확연히 밀리는 모습이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최근의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는 엄청난 뉴스가 전해졌다. J리그의 초대형 중계권 계약이다. J리그는 영국의 스포츠미디어 기업인 '퍼폼그룹'과 2016년 말 총액 2조 원에 가까운 10년 짜리 중계권 계약을 성사시켰다. 2017년부터 한 시즌에 받는 중계권료만 2천억 원에 육박하는 이 계약으로 당장 2017 시즌 J리그 우승팀에 배당되는 상금부터 10배가 수직 상승했다.

10억엔의 우승 상금 이외에도 막대하게 늘어난 중계권 배당료 금액 등을 포함하면 J리그 챔피언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자국에서만 한 시즌 동안 한화 약 28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치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실제로 빗셀 고베의 포돌스키 영입설은 이런 분위기를 등에 업고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던 소식이기도 하다. 시장의 규모 자체가 달라지면서 자금력을 지닌 모기업을 갖고 있는 구단이 막대한 투자에 나서기가 훨씬 수월해진 것이다. 돈을 가진 기업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비교적 풍족한 재정환경의 기업을 구단 스폰서로 갖고 있는 빗셀 고베는 동시에 후원기업인 라쿠텐을 이끌고 있는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키타니 회장은 라쿠텐을 글로벌 기업으로 확대시키는 과정에서 전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가장 강력한 마케팅 수단 중 하나로 꼽히는 축구에 일찍부터 크게 주목해 왔다. 한때 프리미어리그 클럽 맨체스터 시티 스폰서를 고려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던 라쿠텐은 결국 2016년 말 스페인 최대 명문 바르셀로나 FC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오랫동안 유니폼에 스폰서 기업의 네이밍을 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바르셀로나는 지난 2010년 카타르 국영기업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와 5년 간 총 2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후원 계약을 체결해 큰 화제를 모았었다. 이후 2012년부터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상업 회사의 로고인 '카타르 항공'으로 유니폼 로고가 한 차례 바뀌기도 했다. 2017년으로 종료되는 이 계약의 다음 주자로 나선 것이 일본 기업 라쿠텐이었다.
라쿠텐은 2017/18 시즌부터 2021년까지 약 5년 동안 한 해에 5,500만 유로(한화 약 690억 원)의 엄청난 금액을 바르셀로나에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성사된 지난해 말에는 바르셀로나가 2017/18 시즌 개막을 앞두고 프리 시즌 기간 동안 아시아 투어를 개최할 예정이며 일본에서 빗셀 고베, J리그 우승팀 등과 차례로 친선전을 가질 것이란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빗셀 고베의 포돌스키 영입설은 이런 분위기의 연장 선상에서 각 구단의 투자가 자국 시장으로도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실 중국 시장의 상식을 뛰어넘는 투자로 다소 빛을 보지 못한 측면도 존재하지만 일본 J리그의 '사세 확장'은 이미 1년 가까이 리그 안팎에서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첼시와 후원계약을 맺은 요코하마 타이어나 빗셀 고베를 운영하는 라쿠텐과 같은 몇몇 '큰 손'들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주도해 온 대형 투자는 이제 J리그의 초대형 중계권 계약 성공으로 더욱 탄력을 받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J리그는 2017 시즌부터 팀당 보유 가능한 외국인 선수를 기존 3명에서 국적에 관계없이 5명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하는 등 정책적으로도 경쟁적인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2조 원에 달하는 중계권 계약 규모를 생각하면 오히려 일본 축구계의 행보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인상까지 준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퍼폼그룹의 중계권 계약에 포함된 모바일 중계권이나 TV 수신료 정책의 변화 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쉽게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축구 콘텐츠가 포함된 TV 채널 상품의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거나 축구를 온라인으로 관전하는 소비 행태의 확산이 기존 축구 산업이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완전히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시장에 유입된 자본이 자국 축구 기반 자체를 강화할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일례로 J리그는 개막 초기였던 90년대 초,중반까지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세계적인 스타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여 흥행에 성공했지만 정작 자국 선수들의 성장이 둔화되고 이런 경향이 대표팀 전력 약화로까지 이어지면서 큰 기복을 겪어야 했다. 일부 일본 축구팬들 사이에서 전성기도 지난 포돌스키를 영입하느니 차라리 카가와 신지나 혼다 케이스케의 J리그행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또 가장 큰 문제는 성적에 대한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해도 반드시 성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확신을 할 수 없고, 이는 중국팀들의 실패에서도 수 차례 확인된 사실이다. 구단들이 눈덩이 처럼 불어난 수익 배분에 눈이 멀어 묻지마식 투자로 재정 파행상태에 이르거나, 구단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만 강화된다면 리그의 건전한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일본 축구계가 중국보다는 공고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만큼 실패 가능성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사실이다.  

중국에 이어 일본까지 가세한 아시아 축구 시장의 성장세는 K리그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부러운 상황일 수 밖에 없다. 프로축구연맹을 이끄는 수장인 총재 선거가 열려도 입후보자가 단 한 명뿐이고, 상품 가치를 인정 받지도 그렇다고 입증 하지도 못해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아쉬움은 더 커진다. 무서운 투자를 반복하고 있는 중국, 언제든 시장의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중동 축구에 시장 규모 자체를 상상 이상으로 키우며 반격의 신호탄을 쏜 일본까지. 포돌스키 영입설이 그 시작에 불과하다면, 지금 한국 축구가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식'도 차원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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