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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위기의 토트넘, 도약과 실패의 갈림길에 서다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2.24 19:00
수정2018.01.16 11:25

토트넘이 2016/17 유로파 리그에서도 탈락했다. 챔피언스리그, EPL 컵대회에 이어 이번 시즌 세번째 실패다. 리그 순위 3위도 마냥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팀은 클럽의 미래가 걸려 있는 중요한 갈림길과 마주하게 됐다.

24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2016/17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에서 토트넘이 원정팀 KAA헨트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차전 원정경기에서 벨기에의 다크호스 헨트에 0-1로 덜미를 잡혔던 토트넘은 1, 2차전 합계 전적 1무 1패로 32강서 탈락했다.

이 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던 손흥민은 승부가 1-1로 팽팽하던 후반 13분 벤 데이비스와 교체되며 그라운드를 밟았다. 결과적으로 토트넘은 이 날 전반 초반부터 선제골을 넣는 유리한 경기를 하고도 선수 기용과 안정적인 경기운영 실패, 공격진의 부진 등이 겹치며 패배를 자초한 모양새가 됐다. 손흥민을 선발로 쓰지 않은 포체티노의 선택은 또 한 번의 실패로 이어졌다.

실제로 이 날 손흥민 교체 투입을 전후해 토트넘의 공격 흐름은 확연히 달랐다. 토트넘 핵심 공격 자원인 최전방의 케인, 알리, 에릭센은 이번 시즌 손흥민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측면은 물론이고 페널티 박스 전후방에서 공격 루트를 확보하는데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헨트와의 2차전에서도 토트넘은 손흥민이 교체 투입된 이후 공격이 훨씬 다양하고 빠른 속도로 전개됐다. 손흥민이 날카로운 개인기를 무기로 상대 수비수들을 교란하며 공격 흐름을 가져오자 경기의 주도권 자체가 토트넘에 넘어 왔다. 토트넘은 알리가 퇴장 당해 수적으로 1명이 열세인 상황에서도 스코어 2-1을 만드는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번 발생하는 의문 중 하나는 '손흥민을 선발로 썼으면 어땠을까'이다. 전반 39분 알리가 보복성 태클을 범하며 퇴장당한 것이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손흥민을 교체카드로 쓴 포체티노의 선택은 결국 아쉬움으로 남았다. 물론 11명 선발 명단을 작성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몫이다. 패배를 가정하고 선수를 기용하는 감독은 어디에도 없다. 실패의 책임 또한 온전히 자신의 몫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같은 패턴의 실패가 계속되면 결국 더 큰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손흥민 선발의 결과론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또 감독이 전술을 구성하기 위한 상황이 엄청나게 복합적인 문제들과 맞물려 있다는 점 또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수비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전략적으로 스리백을 내세워야 하는 경기도 있다. 또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선수단 전체의 피로누적도가 급격해진다는 점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1월 박싱데이 이후 리그에서 계속된 빅매치, FA컵 대회 병행에 유로파리그 일정까지 겹치면서 토트넘은 주축 자원들이 쉴 새 없이 경기에 나서는 혹독한 일정을 보낸 것이 사실이다. 챔피언스리그 무대에 대비해 선수단을 최대한 2원화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보강했지만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공격수 얀센, 시소코 등 새로운 자원들은 만족할 만한 활약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손흥민을 선발로 택하지 않았던 것 역시 이름 흐름과 완전히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 입장에서는 소극적인 운영이 아니라 효율적인 선택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같은 패턴의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축구 클럽에서 감독은 결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는 직업이다. 정상 참작은 가능하지만 실제 평가는 잔혹할 정도로 결과에만 기댄다. 레스터 시티는 창단 133년 만에 클럽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긴 라니에리 감독을 불과 한 시즌 만에 경질해야 했다.

물론 포체티노 감독이 당장의 유로파 리그 탈락으로 경질 위기에까지 처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하지만 시즌 전체를 놓고보면 지금 토트넘의 성적표는 '또 한 번' 성공보다 실패에 더 가깝다. 그것이 빅클럽이기를 자부하는 팀의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홈 구장 신축, 대대적인 선수단 투자 등 클럽 외연의 확장이 가능했던 것은 성적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이 두 가지 지표는 물고, 물리는 상생관계에 있다. 성적이 좋으면 더 많은 투자를 받고, 투자를 받으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

2016/17 시즌의 성공과 실패는 토트넘 클럽 역사상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다. 빅클럽으로 도약하기 위해 외연을 확장했고, 성적 역시 그에 걸맞는 결과를 남겨야 한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결정적 승부처마다 소극적인 전술과 선수기용으로 비슷한 결정을 반복하며 이미 세 대회에서 연달아 실패하고 있다.
한 팀이 모든 대회의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소위 '명문'이라 불리는 팀들은 출전하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우승권에 가까이 가고, 그 중 적어도 하나의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승하는 최소한의 목표를 달성한다. 트로피 없이 정상만 참작 되는 감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지극히 예외적이었던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마저 이제는 그 효용성을 다 하는 분위기다.
 
경기력 자체가 압도적이지 못했기에 토트넘이 겐트전에 패한 직후 '웸블리 저주' 같은 이슈도 이목을 끌지 못했다. 홈 구장 신축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토트넘은 2017/18 시즌부터 대체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웸블리에서 이번 시즌 내내 악몽을 이어가고 있다. 새 경기장 적응을 위해 기존의 화이트 하트레인 대신 웸블리를 홈으로 썼던 이번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별리그도 넘지 못하며 탈락했고, 유로파리그 역시 32강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이제 문제는 '경기장'이 아니라 '경기력'이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졌다. 겐트전에서 토트넘은 '불운'보다 '부족'해서 패했기 때문이다. 승점 50점을 쌓으며 리그 3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은 오는 26일 밤 자신들의 홈인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리그 26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4위 아스날에는 승점 50점 동률, 골득실만 앞서 있을뿐이고 5위 리버풀(승점 49점)과의 격차도 승점 1점에 불과하다. 언제든지 차기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리그 4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는 러시안 룰렛 게임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이다.

토트넘에게 남은 목표는 EPL 4위권 잔류와 8강에 올라 있는 FA컵 우승이다. 빅클럽 도약을 꿈꾸는 토트넘으로서는 두 가지 모두 달성한다 해도 완벽한 시즌이었다고 자부하기 힘들다. 리버풀 레전드이자 영국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미 캐러거가 지난 2월 초 "토트넘이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채 지금 같은 모습을 유지한다면, 그들도 언제든지 리즈처럼 될 수 있다"는 혹평을 남긴 적이 있다. 우승권 다툼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리버풀전에서 토트넘이 0-2로 완패한 직후였다.

포체티노 감독 스스로가 자신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같은 실패를 반복한다면, 토트넘이 이번 시즌 역시 '어떤 대회의 우승권에도 근하지 못하는 팀'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앞선 캐러거의 지적은 아주 잘못된 것도 아니다. 챔스에도 나가지 못하는 팀이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성지로 불리는 웸블리를 홈으로 쓰는 것보다 곤욕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시즌 막판 같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토트넘과 포체티노 감독이 도약과 실패의 중대한 갈림길 앞에 서게 됐다.

[사진=Getty Images/이매진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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