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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기니전 선제골 이승우, '명불허전' 스타의 가치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5.20 21:13
수정2017.05.20 21:13


마치 골장면 하이라이트를 보는 듯 했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치르는 경기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마무리였다. 슈팅은 상대 수비수 몸에 맞고 기묘한 각도로 휘어졌고, 골키퍼의 손끝까지 지나쳐 믿을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골문 구석을 향했다. 이승우의 골이었다. 스타는 그렇게 U-20 월드컵을 통해 화려하게 세계 축구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에서 우리 U-20 대표팀 공격수 이승우가 팀에 선제골을 안기며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공격진 최전방에 대표팀 막내 조영욱을 필두로 바르셀로나 듀오인 이승우와 백승호를 배치하는 공격적인 전술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작전은 상대팀 기니가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파워를 바탕으로 선수 개인기에 의존한 돌파까지 성공시키면서 경기 초반 이렇다 할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듯 했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대표팀은 중원에서 지원사격에 나선 이진현-이승모-이상헌으로 이뤄진 미드필드진과 최전방 공격진과의 유기적인 연계 플레이까지 나오지 못하면서 자칫 상대 기니의 빠른 템포에 말려드는 위기를 자초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이날 기니는 최전방 공격수 케이타가 경기 초반부터 무서운 스피드를 앞세워 우리 진영 최전방과 측면 공략을 수 차례 성공시키며 신태용호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하지만 결국 스타의 존재가 모든 상황을 평정했다. 공방전과 탐색전으로 팽팽하게 유지되던 경기 균형은 전반 36분 이승우의 발끝에서 깨졌다. 이승우는 다소 답답하게 돌아가던 공격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상대 빈 공간을 노리며 영리한 움직임을 보였다. 골장면에서는 상대 수비수를 무려 5명 가까이 혼자 달고 들어가는 상황이었지만 슈팅에도 거침이 없었다.
우리 대표팀은 절묘한 타이밍에 터진 이승우의 선제골이 아니었다면 더욱 어려운 분위기에서 경기를 진행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상대 수비수를 몇이나 눈앞에 두고도 두려워하지 않고 슈팅을 때린 이승우의 과감함 덕분에 기니의 거침없는 파상공세를 단번에 잠재울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FC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으로 건너간 이승우는 소속 팀에서도 그의 미래에 큰 기대를 걸고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세계 축구계의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2013년 바르셀로나가 유소년 선수 영입 위반으로 FIFA의 징계를 받게 되면서 이후 무려 3년 가까이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이승우는 수 많은 불안과 우려의 시선 속에서도 묵묵히 미래를 향해 달렸다.

실전 경기에 나서지 못해 잃어버린 3년을 생각하면 출발은 조금 늦었을지 모르지만, 엄청나게 쏟아진 스포트라이트와 기대치를 생각하면 그 시작은 조금 미약했을지 모르지만, 현재 이승우의 미래는 누구보다 밝아보인다. 그는 한국 축구의 새 역사에 도전하는 신태용호의 첫 골을 스스로의 발끝으로 만들어 내면서 세상을 향해, 자신을 향한 기대치에 누구보다 강한 확신을 선사했다.

물론 이승우의 화려한 골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신태용호에 승선한 대표팀 동료들 덕분이기도 하다. 화려한 개성을 주체하지 못해 경기장 안팎에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선수를 독려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신태용 감독의 노력부터, 골문으로 파고드는 이승우를 쉴 새 없이 지원하는 동료들의 패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FIFA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주목해야 할 6명의 세계 축구계의 신성들을 꼽으면서 우리 대표팀의 이승우를 포함시킨 바 있다. 한국 축구가 훗날 새로운 현재를 마주하게 된다면, 그 미래가 시작됐던 것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2017년 5월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터진 기니전 전반 36분, 이승우의 골장면으로 기록되어 있지 않을까. '명불허전'이란 말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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