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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잉글랜드, 반세기 만에 월드컵 우승…베네수엘라 값진 준우승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1 20:54
수정2017.06.11 20:54


축구종가 잉글랜드가 월드컵 무대에서 무려 51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잉글랜드는 1966년 성인 월드컵 대회에서 성인 대표팀이 우승을 차지한 이후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이 무려 반세기 만의 일이다. 축구종가의 미래가 자국 축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됐다.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결승전에서 잉글랜드가 베네수엘라를 1-0으로 꺾고 대회 우승국의 영예를 안았다. 자국 대표팀 역사상 모든 연령별 대표팀을 통틀어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 무대를 밟은 베네수엘라는 아쉽게 축구종가에 무릎을 꿇으며 대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경기는 킥오프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성인대표팀을 포함해 모든 연령별 대표팀이 FIFA주관 월드컵 무대에서 50년 넘게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서 이름값이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국제대회 토너먼트 무대에만 등장하면 16강에 겨우 올라가거나 8강 무대를 밟기도 힘든 경기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해 최근 월드컵 무대에서는 '약체'로 분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잉글랜드는 길게 잡으면 1년 전부터 이번 U-20 월드컵을 철저히 준비해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로 19세 대표팀을 보내 대회 개최국인 한국과 친선경기를 치르게 하는가 하면 올해 본선 무대에 나설 선수단 소집에도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사실 잉글랜드는 물론 유럽의 경우 U-20 월드컵 대회가 치러지는 기간이 프리미어리그 시즌 막바지 일정, U-21 챔피언십 대회 등과 겹쳐 선수 소집이 수월치 않았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도 맨유의 특급 공격수 래쉬포드 등 연령상 출전이 가능하지만 차출이 어려운 일부 선수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폴 심프슨 감독은 에버턴, 리버풀 소속 선수들을 중심으로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 등 이미 성인 무대에서 톡톡히 경험을 쌓은 알짜배기 자원들을 포함시키며 만만치 않은 전력의 팀을 구성했다. 21명 선수단 중 잉글랜드는 절반에 가까운 9명이나 되는 선수가 이미 프로 소속으로 경험을 쌓은 자원이다. 선수 차출부터 세심히 준비한 잉글랜드의 노력은 대회 초반 조별리그부터 성과를 냈다.
실제로 11일 결승전에서도 잉글랜드는 초반부터 탄탄한 경기력으로 주도권을 가져가는 노련한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전반 중반까지 잉글랜드는 베네수엘라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운 슈팅 숫자를 기록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대회 참가 중인 지난 5월말 첼시에서 리버풀 이적이 확정된 공격수 도미닉 솔랑케를 중심으로 활발한 전방 침투가 이뤄졌다. 베네수엘라는 잉글랜드의 파상 공세 속에 골키퍼 윌케르 파리녜스의 선방으로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는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상대는 아니었다. 두 팀은 월드컵 결승전 답게 시종일관 빠른 템포의 공격을 주고 받으며 경기 막판까지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쳐 관중들의 박수 갈채를 끌어냈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전반 26분에 만들어낸 프리킥 상황에서 미드필더 루세나가 때린 슈팅이 골대를 강타하는 등 순식간에 경기 분위기를 뒤집는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해 결승 진출팀의 자격을 증명했다. 또 베네수엘라는 팀 에이스인 7번 페나란다와 맨시티 유망주인 양헬 에레라 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파상공세에 박차를 가했다.

시소게임이 과열되자 노련한 잉글랜드는 수비라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경기 템포를 조절했다. 베네수엘라의 기습적인 역습에 대응해 미드필드진이 전후방 라인과 침착한 패스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점유율 장악에 나선 것. 결국 전반 중반 이후 빠르게 베네수엘라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던 경기 분위기는 다시 한 번 잉글랜드에 넘어왔다. 주도권 장악 싸움에서 영리하게 경기를 운영한 잉글랜드의 작전은 곧장 선제골로 이어졌다.

전반 32분, 페널티 박스 다소 먼 지역에서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 낸 잉글랜드는 주장 루이스 쿡이 문전으로 길게 올린 공을 페널티 박스 안쪽에서 받아낸 칼버트-르윈이 그대로 골문으로 쇄도해 들어가며 헤딩 슈팅을 시도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공은 한차례 베네수엘라 골키퍼 파리녜스의 선방에 막혔으나 흘러나온 공을 르윈이 재차 슈팅으로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선제골을 가져온 뒤에도 잉글랜드는 침착하고 냉철한 경기운영으로 주도권을 지켜나갔다. 이미 자국 리그에서 프로 경험을 쌓은 선수들인 만큼 베네수엘라와의 포지션별 일대일 싸움에서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우위를 점해갔다. 베네수엘라는 조직적인 공격 시도가 힘을 받지 못한데다 개인돌파까지 번번히 무위에 그치면서 좀처럼 분위기를 뒤집지 못했다. 전반 41분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 상황에서 에이스 페냐란다가 때린 슈팅 또한 아쉽게 크로스바를 넘겨 또 한 번 득점에 실패했다.

먼저 한 골을 내준 베네수엘라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거세게 잉글랜드를 몰아부쳤다. 베네수엘라의 두다멜 감독은 후반 7분 로날도 차콘을 빼고 소텔도를 교체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싣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연이은 슈팅 찬스 상황에서 에레라가 때린 슈팅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세밀한 마무리 작업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득점 장면은 연출되지 못했다. 순식간에 주도권을 내주기는 했지만 잉글랜드 수비진은 육탄방어를 불사하며 상대의 파상공세를 걷어내 실점 위기를 면했다. 더욱이 잉글랜드는 혼전 상황 이후 오노마가 기습적으로 때린 슈팅이 상대 골대를 강타하는 등 흔들림 없는 날카로움을 과시해 베네수엘라를 압박했다.
후반 중반 이후 더욱 치열해진 경기 분위기는 베네수엘라가 쉴 새 없이 만회골을 노리며 상대 진영을 파고들어 시종일관 흥미진진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잉글랜드는 수비라인의 토모리가 계속되는 미스로 불안한 모습을 보여 불안함 속에 1-0 리드를 지켜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잉글랜드는 후반 30분을 전후해 팀 공격의 핵심인 도미닉 솔랑케가 상대 선수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출혈까지 이어지는 큰 부상을 입으면서 그라운드를 잠시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잉글랜드 선수 10명이 싸우는 사이 베네수엘라가 다시 파상공세에 나섰고 결국 상대 페널티 박스 안쪽을 돌파하던 페냐란다가 상대로부터 거친 파울을 유도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는 찬스를 맞았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골키퍼 존 우드먼이 페냐란다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는 놀라운 장면을 연출하면서 1-0 스코어는 흔들리지 않고 지켜졌다. 베네수엘라를 이끌고 있는 두다멜 감독은 4강전까지 4골을 기록하며 득점왕 경쟁을 다투던 코르도바를 빼고 소사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 역시 효과를 보지는 못했다.

잉글랜드의 폴 심프슨 감독 역시 후반 35분 공격수 루크먼을 빼고 미드필더 나일스를 투입하며 전열을 재정비해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잉글랜드는 90분 종료까지 귀중한 선제골을 지켜내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자국 축구 역사상 약 반세기 만에 FIFA 주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자국 정세가 극도의 불안함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도 이번 U-20월드컵에서 조별리그 초반 전통의 강호 독일을 꺾는 등 돌풍을 일으키며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떠올랐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자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결승 진출 자체가 처음이었던 베네수엘라의 도전은 값진 준우승이라는 평가를 끌어 내기에 충분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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