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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FINAL] 50년 걸린 축구종가의 '월드컵 우승'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2 12:02
수정2017.06.12 12:02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1966년 성인 월드컵 대회 우승 이후 다시 시상대 맨 윗자리에 오르기까지 50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사실 지금의 이 성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죠. 다음 트로피를 들기까지 1년이 더 걸릴지, 100년이 더 걸릴지는 누구에게도 알 수 없는 '미래'일테니까요.

하지만 기회가 그렇듯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감격의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가 남긴 교훈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는 반세기 가까운 시행착오를 거치며 이 사실을 그 어떤 나라보다 뼈저리게 실감했을테니까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가 시장의 규모나 산업의 가치만을 놓고 봤을 때 전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됐다는 것은 이제 자명한 사실입니다. 대가 없는 보상은 없는 법. 잉글랜드는 자신들의 안방을 쟁쟁한 해외 스타들에 내주는 사이 정작 자국 대표팀이 쇠약해져 가는 사실을 애써 외면해야 했습니다. 리그에서 설 자리를 잃은 잉글랜드 선수들은 서서히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을 잃어 갔습니다.

'전통'이나 '강호'같은 수식어가 허락된 몇 안되는 나라지만 잉글랜드가 월드컵 무대에만 등장하면 조롱에 가까운 시선을 받았던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삼사자군단'이라 불리는 국가대표팀에 몰리는 축구종가 국민들의 엄청난 시선과 뜨거운 여론은 불난집에 기름이라도 붓듯 상황을 악화시켰고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샘 앨러다이스 감독이 불미스런 스캔들로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감독직을 사임한 기억이 아직 1년도 되지 않았을 정도니까요.
그간의 이런, 저런 고난들을 생각하면 잉글랜드의 이번 U-20 월드컵 우승은 자국 축구계에나, 전세계적으로 던지는 의미가 큽니다. 떨어질 대로 떨어진 대표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잉글랜드가 택한 가장 첫번째 방법은 역시 유소년 육성이었습니다. 자국의 어린 선수들을 반드시 출전명단에 포함시키도록 한 의무화 규정을 신설했고 프리미어리그의 각 클럽들은 앞다투어 유소년 선수들을 프로 무대에 등용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몇 년 간의 성과는 다시 '삼사자 군단'의 저력이 되어 U-20 월드컵 우승이라는 혁신적인 성과로 이어졌고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우리나라와 한 조에 속해 있던 잉글랜드는 신태용호의 파죽지세를 단숨에 꺾어 놓은 상대이기도 했습니다. 그때 우리 축구 지도자들은 한결 같이 이런 목소리를 냈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가 경기하는 것 같다.'

21명의 선수 중 이미 9명의 선수가 1부이든, 2부이든 프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던 잉글랜드는 사실 결승까지만 올라간다면 어느 상대가 와도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컸던 팀입니다. 전 포지션에 걸쳐 선수들 개인 기량 간의 편차가 가장 작고, 팀 조직력이나 전술운영도 가장 안정적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자국 대표팀이 정말 우승 '꿈'에 가까워지자 영국 'BBC'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현장에서 결승전 경기 생중계에 나섰고, 대회 그 어떤 경기보다 많은 외신기자들이 현장을 찾는 진풍경도 벌어졌습니다. 물론 그 중 대부분은 영국 매체 기자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도 50년 만의 월드컵 트로피는 언제까지고 '꿈'에 가까운 일이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꿈은 노력하는 자의 몫이라고들 합니다. 잘못된 것들을 고치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자의 몫이기도 하고요. 잉글랜드의 월드컵 우승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축구종가도 50년이나 걸린 일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국 유소년 축구에 피와 살을 불어 넣는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서였습니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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