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U-20 STAR] 좋은 '오노마' vs 나쁜 '발베르데'의 예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2 13:20
수정2017.06.12 13:20


선수를 규정하는 것은 다양한 요소들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실력이죠. 동양과 서양은 문화나 정서가 크게 달라 레전드를 규정하는 시선에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인격적으로 완성된 레전드를 원하지만, 서양의 경우 개인의 사생활과 프로로서의 업적을 철저히 분리합니다. 누군가의 잘못된 됨됨이가 그가 쌓아 올린 업적까지 부정하게 만들지는 못한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렇다면 대단원의 막을 내린 'FIFA U-20 월드컵 코리아'를 통해 자의 반, 타의 반 악명을 쌓은 우루과이 선수 페데리코 발베르데는 어떤 유형의 선수일까요. 1998년생,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어린 선수의 미래를 그가 한때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인 '세리머니 실수'로 모두 평가절하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더욱이 그가 훗날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을 지배하는 사령관으로 성장한다면 어른들의 과오가 잘못됐다는 평가를 받을지도 모르고요.

하지만 스타가 되는 방식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레전드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은 프로이고, 프로는 팬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한 존재 가치를 잃습니다. 레전드는 전설이기 이전에 선수이자 프로입니다. U-20 월드컵에 참가한 우루과이의 발베르데는 8강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골을 넣고 동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 세리머니를 한 것도 모자라 이탈리아와의 3-4위전에서 자국 첫번째 승부차기 키커로 나서 골을 성공시킨 뒤 또 한 번 야유를 조장하는 비신사적인 세리머니를 선보여 공분을 샀습니다.

물론 어린 선수들이기에 성인 선수들 수준의 냉정한 태도나 인격적인 완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제 막 성인 무대에 진입하는 선수들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발베르데는 물론 우루과이 선수단이 이번 U-20 대회 기간 동안 보여준 태도와 구설수는 적어도 그들의 인성에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게 할 만한 그것이었습니다.
이런 판단들은 비교대상이 있을 때 더욱 강한 고정관념으로 굳어져 갑니다. 대회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 선수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폴 심프슨 감독은 11일 결승전을 마친 직후 기자회견장에서 "선수들이 집을 떠나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오로지 우리 팀의 목표에만 집중하며 자신을 희생하고 어려운 일들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월드컵은 그렇게 묵직하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대회입니다. 그라운드 밖에서 어떤 태도로 경기를 준비하고 또 훈련에 임하는 가는 보이지 않는 대목이지만 반드시 경기력으로 연결되는 것이 인지상정이고요. 발베르데가 3-4위전 승부차기 성공 이후 관객들을 조롱하는 듯한 세리머니만 하지 않았어도 그의 실버볼 수상은 이렇게까지 공격당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니, 이탈리아가 아니라 우루과이가 3위 수상대에 올랐을 지도 모릅니다.

가장 비교됐던 것이 잉글랜드 선수단입니다. 우승을 차지해 날아갈 듯 기쁘기도 했으니 더 친절했을 법도 하지만 잉글랜드 선수단은 이번 대회 내내 그라운드 안에서나,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을 나설 때나 가장 '절제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믹스트존을 나설 때도 선수 전원이 가급적이면 공식 단복인 양복 수트로 갈아입고 경기장을 나서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행동했을 정도로 가장 '대표팀'다운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수원월드컵에서 대회 마지막으로 치러진 3-4위전, 결승전을 마치고 믹스트존까지 정리된 이후 치기 어린 세리머니를 마지막까지 놓지 못하던 발베르데와 잉글랜드 선수들의 뒷모습은 그렇게 묘하게 교차되며 많은 상념을 남겼습니다. 한국 취재진에게는 이제 '두유노우 박지성'에 이어 또다른 숙명(?) 같은 물음이 되어버린 '두유노우 소니'에도 마지막까지 친절한 미소로 답하고 돌아서던 조시 오노마의 모습까지 오버랩되면서요.
설령 그것이 형식적인 립서비스였다 해도 밝은 미소로 "우리는 소니를 사랑하고, 나는 그와 함께 훈련하는 것이 영광이다. 늘 그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던 오노마의 대답을 누구도 거짓이라 생각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오노마가 정말로 팀 동료를 아끼고 좋아하는 밝은 선수라는 사실을 숨기지 못했으니까요. 

손흥민을 좋게 말했으니 좋은 선수고, 동양인을 비하했으니 발베르데는 무조건 나쁜 선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단복을 입고 경기장을 떠났다고 그들을 향한 평가를 격상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하지만 잉글랜드가 50년 만에 월드컵 우승이라는 자국 축구의 새 역사를 쓸 수 있었던 위대한 결말의 뒤편에는 주장이었던 루이스 쿡을 비롯해 오노마, 케니, 공격수 르윈까지 다양한 포지션의 선수들이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헌신적으로 팀을 위해 뛰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또 한결 같이 침착한 분위기를 유지한 것도 결정적인 상황마다 흔들리지 않고 팀을 묶은 중요한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고요. 이런 힘들은 어쩌면 그라운드 밖에서부터 만들어 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월드컵 같은 큰 대회를 우승하는 팀의 '좋은 예'가 아닐까요.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 SBS & SBSi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은혜다른기사
신개념 골프 콘테스트 프로그램, 스윙킹 24일 추석 첫방송
[아시안게임] '인맥축구 논란 끝' 김학범호, 바레인전 대승 큰 소득

많이 본 'TOP10'

    undefin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