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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WC] 슈틸리케 감독 씁쓸한 '퇴장'…차기 사령탑은?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4 18:44
수정2017.06.14 18:44

호재를 눈 앞에 두고도 자멸의 길을 택한 슈틸리케호가 씁쓸한 마지막을 맞게 됐다. 재임기간 2년 10개월. 역대 한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중 최장수 재임기간 기록을 경신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을 가능성이 크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협회 기술위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14일 오후 카타르 원정길에 올랐던 축구 대표팀과 코칭 스태프가 인천공항을 통해 무거운 분위기 속에 입국했다. 현지에서 경기 도중 오른 손목이 골절당하는 부상을 입은 손흥민은 곧바로 정밀검사를 받기 위해 국내 병원으로 향했다. 주장 기성용을 비롯한 선수들 대부분의 표정은 크게 어두웠다. 선수단을 해산하는 대표팀은 이후 8월 말 이란과의 9차전 홈 경기를 앞두고 다시 소집된다.

카타르전을 앞두고 5월 말 조기소집에 일찌감치 중동 적응길에 오르고도 원정에서 2-3 충격패를 면치 못한 대표팀은 러시아월드컵 본선진출을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현재 A조 2위에 올라 있지만 3위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 차가 1점에 불과하다. 더욱이 8월 말과 9월 초로 이어지는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은 1위 이란, 3위 우즈베키스탄과의 맞대결이어서 한 경기만 삐끗해도 자력진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월드컵 본선 직행티켓은 각 조의 1, 2위에게만 주어진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마지막까지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어두운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나선 슈틸리케 감독은 자진 사임의사를 묻는 질문에 "그 부분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직 두 경기가 더 남아있다. 또 우리는 홈에서 치른 경기에서는 4번 모두 승리했다. 홈과 원정 경기에서 큰 차이를 보였는데 그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다만 경질이 임박한 자신의 입지와 책임문제에 대해서는 수긍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향후 거취와 관련해 "최근에 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않았고 그 부분은 충분히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모든 경기의 결과는 그 책임을 감독이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기술위가 열린다고 들었다. 내 거취와 관련해서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의 결정에 따를 생각이다"며 선을 그었다.
대표팀은 카타르전에서 에이스 손흥민이 손목 골절 부상을 입는 등 원정 일정을 전후해 갖가지 악재를 피하지 못하면서 향후 상당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 상황이다. 이미 지난 3월 중국 원정 패배로 경질 위기에 몰렸던 슈틸리케 감독을 최악의 상황이 될 때까지 신임한 기술위가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 되면서 대한축구협회에는 비상이 걸렸다.

협회는 하루 뒤인 15일 오후 2시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공식 기술위를 소집해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문제를 비롯 후임 사령탑에 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유력한 차기 사령탑 카드라는 추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허 부총재가 지도자로서는 5년이나 현장을 떠나 있었다는 부정적인 여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위는 예선 일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차기 감독 선임 역시 난항을 피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지난 2014년 9월, 당시 브라질월드컵 본선에서의 실패로 최악의 위기상항에 빠져있던 대한축구협회는 카타르 프로팀에서 마지막으로 지도자 생활을 했던 울리 슈틸리케를 차기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전격 선임하는 파격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 감독 경력만 놓고 보면 국제무대에서는 사실상 무명에 가까운 지도자였지만 한국 축구를 향한 슈틸리케 감독의 헌신적인 자세와 열망이 협회 기술위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출발도 좋았다. 무엇보다 부임 기간이 채 6개월도 되지 않은 시점에 2015년 호주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거두며 보인 성과는 슈틸리케 감독의 향후 행보에 큰 힘을 실었다. 역대 외국인 감독 중 가장 인지도가 낮았던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슈틸리케 감독은 순식간에 '갓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국민적 호감을 샀다. 대표팀은 이후 2018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에서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는 듯 했다.

밀월기간은 월드컵 최종예선 일정이 시작되며 끝났다. 슈틸리케 감독도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페인 원정 평가전 등 축구 강국들과의 맞대결을 가지며 조금씩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약팀들을 상대로는 선수 개인기량에 어느정도 의존하며 혼란 없이 가져올 수 있었던 승리도 월드컵 최종예선이라는 치열한 혼전상황에 돌입하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하던 당시 신태용 국가대표팀 코치가 2015 아시안컵 이후 故이광종 감독의 바통을 이어 받아 리우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대표팀 코칭 스태프에서 이탈하면서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한계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졌다.
갖가지 비난과 논란 속에서도 축구협회와 기술위가 그간 월드컵 예선 때마다 감독 경질을 반복해 왔던 구습에서 탈피하고자 슈틸리케 감독을 굳건히 지켰지만 정작 성적은 돌아오지 않았다. 되려 30년 만의 월드컵 본선행 실패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해야 하는 믿기 힘든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인천공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행인 것은 아직도 우리가 조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감독 부임 문제는 부차적인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분위기를 추슬러서 반드시 월드컵 본선에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며 재차 원론만을 강조해 안이한 위기의식을 보였다.

슈틸리케호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8차전을 마친 6월 현재까지 4승 1무 3패를 기록했다. 4승은 모두 홈에서 거둔 기록이지만 경기 내용만 놓고 보면 홈 이점도, 골 득실도 챙기지 못하고 가까스로 거둔 신승이었다. 더욱이 원정에서는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으며, 3패 중 두 번은 지금까지 우리 국가대표팀이 역대 전적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던 중국, 카타르에 당한 치욕적인 기록이다.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이외에도 신태용 전 U-20 대표팀 감독, 최근 중국 클럽 장쑤에서 지휘봉을 내려 놓은 최용수 감독 등이 차기 사령탑 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해성 현 대표팀 코치가 감독 대행체제로 월드컵 예선을 마무리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어떤 감독이 오더라도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을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한국 축구의 위기는 당분간, 아니 또 한 번 쉽사리 봉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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