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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WC] 슈틸리케 경질·이용수 사퇴 "차기 감독은 국내지도자"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5 15:40
수정2017.06.15 15:40

예상대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다. 슈틸리케 감독을 선임하고 지도력에 힘을 실었던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도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기술위는 "슈틸리케 감독과 상호합의 하에 계약을 해지했다"는 표면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사실상 경질이다. 축구협회는 그간 월드컵 2차 예선 등 사전 지역 예선 기간 동안 감독 교체를 당행한 일은 종종 있었지만 월드컵 본선행이 걸려 있는 최종예선 기간 중에 감독을 경질한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대표팀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한 위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5일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서 진행된 대한축구협회 5차 기술위원회에서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이 공식 발표됐다. 남자 대표팀은 내년 러시아에서 열리는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기 위해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진행 중이다. A조에 속한 우리 대표팀은 최종예선이 8차전까지 진행된 6월 중순 현재 4승 1무 3패로 A조 2위(승점 13점)에 올라 있다. 그러나 3위의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과 격차가 1점 밖에 되지 않는다. 조 2위에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티켓을 가져오지 못할 수도 있는 풍전등화의 위기다.

결국 이날 오후 2시 파주에서 기술위를 소집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일련의 대표팀 부진에 책임을 지고 공식 사퇴의사를 밝혔다. 지난 3월 중국 창사 원정으로 치러진 최종예선 6차전 원정 경기에서 충격의 0-1 패배를 당한 이후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이용수 위원장을 비롯한 협회 수뇌부는 당시 감독을 재신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카타르 원정에서 대표팀이 33년 만에 약체 카타르에 2-3으로 패하는 최악의 결과가 이어지면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기술위를 마친 이용수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님과 상호 합의 하에 계약을 종료했고 감독님께도 결과를 전달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향해 함께 준비를 해 왔지만 저 역시 부진한 성적에 책임을 지고 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며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사퇴한다고 해서 현재 대표팀이 안고 있는 위기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현 시점에서 더 중요한 것은 책임론이 아니라 대책이기 때문. 사퇴의사를 밝힌 이용수 위원장은 "차기 감독으로 어떤 분이 적절할 지에 대해서는 차기 기술위에 의견을 전달할 것이다.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국내지도자가 가능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어떤 분이 새로운 위원장, 차기 감독으로 오게 되실지는 나도 현 시점에서 알 수 없다. 최종 결정은 회장단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은 최악이다. 대표팀은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인 8월 31일 홈 이란과의 경기, 9월 5일 원정으로 치르는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 중 한 경기라도 패할 경우 월드컵 본선행이 불가능에 가까워 진다. 이용수 위원장도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듯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은 2경기다. 기술위원장에 새로운 분이 오시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어떤 감독님이 오시더라도 최종예선 2경기 만에 한해 팀을 맡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본선까지 포함해 계약을 할 가능성이 큰데 월드컵까지는 1년이 남았다. 개인적으로는 1년 이면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반 사퇴를 결정한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비롯한 기술위가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후임자의 몫으로 넘기면서 대표팀이 빠진 위기상황도 심각한 진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동시에 축구협회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비난여론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안이한 위기의식이 계속될수록 월드컵 본선행은 그만큼 더 멀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국내 지도자들을 놓고 대외 분위기 파악에 나선다는 비난도 피하기 힘들어지게 됐다.

실제로 이용수 위원장도 이날 브리핑 자리에서 "기술위원장이라는 자리에서 최종예선을 총괄 지휘하고 더욱 철저히 준비했어야 하는데 부족했다. 책임을 통감하며 사퇴한다"고 아쉬움을 전한 뒤 "기술위원들 중 상당수는 새로운 기술위원장이 부임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했다. 연속성이 필요한 부분과 실무를 맡고 있는 몇몇 위원들은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새로운 위원장과 새로운 기술위가 꾸려지면 남은 기간 동안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집중할 수 있다고 본다"며 향후 대책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동반 사퇴의사를 밟힌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차기 감독 조건으로 제시한 키워드는 국내 지도자, 월드컵 최종예선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 인물, 빠른 시일 안에 분열된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을 수 있는 위기의식을 가진 지도자로 요약된다. 최종예선 마지막 남은 2연전까지 남은 기간은 채 두 달이 되지 않는다. 월드컵 본선으로 가기도 전에 최악의 위기상황에 봉착한 한국 축구가 또 한 번 '구세주'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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