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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혜의 풋볼프리즘] 허정무 카드 유력? 대안 없는 축구협회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6.15 18:47
수정2018.01.16 11:27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사실상 경질되면서 축구 국가대표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유럽이나 남미 등 축구 선진국들에서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도중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는 일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축구 대표팀의 경우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에 감독 공백이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가운데 차기 감독 후보군으로는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15일 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슈틸리케 감독에 이어 현직에서 물러났다. 이용수 위원장은 15일 오후 파주에서 5차 기술위를 소집해 슈틸리케 감독과의 계약해지를 발표했으며 본인 역시 "월드컵 최종예선을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대표팀 성적부진에 책임을 통감하며 슈틸리케 감독과 함께 저 역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다음이다. 최종예선 도중 감독과 기술위원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하루가 아쉬운 대표팀에는 심각한 전력 공백이 발생했다. 자연스레 눈길은 차기 사령탑에 모아지고 있다. 공식 사퇴를 발표한 이용수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위원장이 오시면 차기 사령탑 선임 문제가 공식 논의될 것이다"고 원칙을 밝힌 뒤 "현 단계에서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차기 감독은 국내지도자, 월드컵 최종예선 같은 치열한 현장을 경험해 본 인물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분위기가 크게 떨어져 있는 만큼 빠른 시간 안에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위기관리 능력도 필요하다"며 차기 감독 후보군의 조건을 제시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 등 관련 인물들에 따르면 허정무 전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넘겨 받는 것과 관련해 이미 축구협회 내부에서는 지난 3월 한 차례 논의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당시 슈틸리케 감독 재신임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결론에 이르지는 못했다.

문제는 더 최악의 타이밍에 슈틸리케 감독이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는 점이다. 여기에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사퇴하며 내건 차기 감독 조건 등을 종합해 볼 때 '허정무 카드'가 1순위라는 주요 언론들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허정무 현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또한 "각오가 되어 있다"는 출사표까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던진 상태다. 모든 일들이 마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일사천리로 전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미 협회 내부적으로는 결정된 사항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기술위원회의 추천을 통해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것은 대한축구협회 수장인 정몽규 회장이다. 그러나 정몽규 회장은 현재 해외출장 일정 중에 있어 즉각적인 결론까지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물론 사퇴를 단행한 현 기술위원장 입장에서 감독 공백으로 인한 잡음을 줄이고 단기간 안에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최소한의 의무이자 떠나는 자의 '예의'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용수 위원장이 밝힌 '국내지도자+월드컵 최종예선 경험'은 말 그대로 사퇴하는 기술위원장의 조언이지 신임 기술위원장 혹은 위기 타개의 책임을 맡아야 할 새로운 대표팀 감독의 이상은 아니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허정무 감독이 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원정 16강 성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중의 하나로 당시 대표팀 선수 구성을 꼽는다. 실질적으로 선수단을 이끌었던 주장 박지성의 존재감은 지금으로서는 사실상 대체도 불가능한 요소다. 단순히 성적 그 자체만을 놓고 감독의 능력을 평가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허정무 카드'가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는 점 또한 부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능성을 인정 받았던 U-20 대표팀 신태용 감독 카드나 또 다른 지도자 후보군 인물들은 어느새 선택지에서 사실상 제외되거나 아예 선택지의 폭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허정무 감독 재선임' 카드는 축구협회가 뼈를 깎는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 아니라 이미 한 차례 논의도 이뤄졌기 때문에 내부 진통도 적고, 월드컵 최종예선은 물론 본선까지 경험해 본 인물인데다, 협회 내부적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내민 급조된 복안인 셈이다.

향후 100년, 아니 10년을 내다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리는 발전 가능성보다 '월드컵 탈락'이라는 미지의 공포가 두려운 축구협회가 스스로 더 멀리 퇴보하는 길을 택하려는 것은 아닐까. 인물 없는 한국 축구계의 현주소부터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중 감독이 최악의 타이밍에 경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스스로의 '위기관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축구협회 수뇌부들. 급할 수록 침착하게 가지 않으면, 대안 없는 대안의 댓가는 생각보다 더 혹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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