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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이적 시장에도 골든타임' 불리해진 첼시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7.17 14:33
수정2017.07.17 14:33

최근들어 전세계를 통틀어 유럽 축구계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의 거래가 이뤄지는 스포츠 시장은 찾기 힘들다. 하지만 그 시장은 그만큼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기 힘들고, 시장이 형성되는 시기도 불규칙적이며, 보이지 않는 경쟁이나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단, 방법의 종류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도 있다. 이적시장에는 이적 마감 시한 만큼이나 중요한 시기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바로 영입을 성사시킬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과 독일의 주요 언론들은 현 도르트문트 소속 공격수 피에르-에메리크 오바메양의 거취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도르트문트 CEO인 한스 요아힘 바츠케가 독일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을 전하며 "오바메양의 거취가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크게 남지 않았다. 적어도 일주일을 전후한 기간 안에는 선수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의 진전이 없다면 오바메양은 독일에 잔류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를 둘러싼 이적협상이나 '이적설' 자체가 8월 중순까지도 계속 됐던 기존 추세와 비교하면 최근의 이적시장은 거래 금액의 상한선은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높아진 반면 영입자체가 성사되는 기간은 상대적으로 크게 짧아진 것이 사실이다. 대형 매물은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기간이 짧고 실제로 계약서에 사인하고 '오피셜'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단축됐다. 영입을 해야할 선수라면 어차피 막대한 돈을 써야하고, 그렇다면 최대한 협상기간을 낮추는 것이 오히려 소모적인 과정을 줄일 수 있다. '하이재킹'이 대세가 되고 있는 이유다.

오바메양의 이적 건도 비슷한 분위기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직전 2016/17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31골을 퍼부으며 개인 득점왕 타이틀을 챙긴 오바메양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빅클럽들이 주목하는 '대어'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런데 2017/18 시즌을 앞두고 몇몇 대형 선수들의 이적 협상 자체가 7월 초에 일찌감치 마무리 되면서 오바메양의 상대적 가치가 급상승 하고 있다. EPL 득점왕 타이틀을 다투던 루카쿠가 이미 맨유행을 확정지었고, 아스날이 보기 드물게 일찌감치 거액을 쓰며 리그 1의 상위권 공격수 라카제트를 발빠르게 영입하는 등 이적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빅클럽들이 빠른 행보를 보인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관심을 끄는 것이 첼시의 행보다. 이미 주전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의 전력 이탈이 확실해진 데다 로익 레미 등 공격수들의 이탈이 줄줄이 계속되고 있는 첼시는 핵심 스트라이커 영입이 절실해진 상태다. 리그는 물론 UEFA챔피언스리그 등 적어도 2~3개 이상의 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에 도전해야 하는 빅클럽들은 이적시장에서 좀처럼 지갑을 닫기가 쉽지 않다. 첼시는 직전 시즌 리그 우승팀인 만큼 전력 보강도 필수 불가결한 과제다. 그러나 영입을 노렸던 루카쿠를 맨유에 빼앗기는 등 정상급 자원 영입전쟁에서 첼시는 다소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런 상황을 감지한 도르트문트 CEO 한스 요아힘이 공개적으로 '영입시간 제한'까지 선언하면서 첼시의 입장은 더욱 불리해지게 됐다. 오바메양 이적 건에서 칼 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선수의 가치를 현재의 수준까지 끌어 올린 원 소속팀 도르트문트이다. 이적시장은 다른 시장이 갖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보다 상대적으로 훨씬 더 '공급권'을 가진 쪽이 협상 우위를 점하는 시장이다. 첼시로서는 공격수 영입 작업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자신들의 절실한 수요가 노출돼 필요 이상의 막대한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커졌다.

더욱이 첼시와 오바메양의 향후 행보는 8월 말 마감시한을 향해 가는 유럽 축구 이적 시장 전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세계 정상급 기량을 가진 선수들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시장의 공급은 한정되어 있고 수요를 가진 팀들 간의 경쟁은 치열한 만큼 유럽 각 리그 팀들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자신들의 수요에 맞는 계약을 찾아나서야 한다. 서로 다른 별개의 이적협상이 알고 보면 물 밑에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이유다.

실제로 첼시가 영입하는 탑클래스 공격수가 누구이냐에 따라 그 선수의 이동에 따른 빈 자리를 메울 차기 계약 건들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한 번 물살을 타기 시작하면 시즌 개막 직전까지 선수 영입과 이동이 속전속결로 진행되기도 한다.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빅사이닝' 한 건이지만 그 한 건의 계약이 하위 단계의 이동과 계약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더더욱 첼시 입장에서는 '불리한' 골든타임이 흐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영입가능한, 그것도 이왕이면 검증된 자원인, 세계적인 수준의 공격수나 즉전력 자원의 수는 하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자신들이 이적협상을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도르트문트 CEO의 '오바메양 판매시간 제한' 선언은 협상 우위를 점하기에 어느 때보다 적절한 제스처로 보인다. 이적시장에서는 빨리 팔지 못해 큰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도, 빨리 사지 못하면, 선수를 못 살 가능성보다 더 큰 위험부담이 존재한다. 바로 '무척 비싸게' 사야 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남지 않은 세계 정상급 자원들, AS모나코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나 스페인 무대에서 검증된 탑클래스 공격수 알바로 모라타의 몸값 역시 같은 이유에서 요동치고 있다. 이적시장에도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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