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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커밍쑨 ②] '이제 빅4는 없다' 상위권 경쟁 구도는?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8.07 17:21
수정2017.08.07 17:21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시즌 개막이 이제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시즌 개막이 본격적인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 반드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토픽'이 있다. 바로 순위표 예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차기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빅4(리그 1위~4위)' 팀들 예상은 그 어떤 전망치보다 많은 이목을 집중시킨다.

실제로 2017/18 시즌 EPL 최대 관전포인트는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팀들 간의 경쟁 구도에 토트넘, 리버풀 등의 팀들이 그 어느 때보다 탄탄한 전력으로 가세했다는 점일 것이다. '탕아' 웨인 루니가 돌아 온 에버튼 등 다크호스로 급부상 할 팀들도 적지 않다. 이런 현상은 스타 플레이어 한, 두 명의 존재가 아니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팀 그 자체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지는 프리미어리그의 강점이기도 하다. 스타는 팀을 떠날 수 있어도, 팀이 사라지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 팀을 지지하는 팬이 존재하는 한 프로스포츠는 영원한 생명력을 갖게 된다. 네이마르가 떠났다고 해서 바르셀로나가 사라질 일은 없는 것처럼 말이다.

더욱이 프리미어리그는 이러한 속성을 가진 팀의 존재감이 일부 한, 두 클럽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막대한 중계권료 수익을 올리며 시장의 파이를 글로벌화 하는데 성공한 만큼 유럽 여타 리그들의 경쟁판도와도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러한 양상은 2015/16 시즌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 같은 극적인 스토리까지 탄생시키며 리그의 외연과 내연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결과로 이러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갖춰질 수 있는 대전제는 '성적'이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팀은 존재가치를 잃고, 아무리 참을성이 많은 팬들이라도 끝이 보이지 않는 '굴욕의 시간'에 충성을 맹세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팀들이 갖는 압박감은 더하다. 무엇보다 기복은 참을 수 있을지언정 치욕과 무관은 참을 수 없는 것이 빅클럽들의 속성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역시 개막을 앞두고 기다렸다는 듯이 순위표 예상치가 공개되고 있다. 수많은 축구전문가들, TV해설진과 패널들이 앞다투어 시즌 성적표를 예상했다. 이중에서도 특히 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예언' 중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레전드 출신인 스티븐 제라드와 프랭크 램파드의 발언이다.

제라드와 램파드는 현재 영국 'BT'스포츠의 TV해설자로 활동 중이다. 리버풀 레전드 출신인 스티븐 제라드는 2015년 리버풀 은퇴 직후 TV 해설 활동을 시작했고, 램파드는 2017/18 시즌을 앞두고 'BT'스포츠로 적을 옮겼다. 두 레전드가 예상한 '2017/18 시즌 빅4는 다음과 같다. 스티븐 제라드는 맨시티를 우승팀으로 예상한 뒤 2위 리버풀, 3위 맨유, 4위에는 첼시의 이름을 적었다. 반면 램파드는 자신의 친정팀 첼시를 우승후보로 꼽은 뒤 2위 맨시티, 3위 맨유, 4위 토트넘으로 예상했다.
두 레전드가 각각 자신들의 친정팀인 첼시와 리버풀에 '불가피하게' 후한 점수를 준 것을 차치하고라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바로 두 맨체스터 클럽의 '빅4' 복귀다. '빅4'는 2000년대 이후 프리미어리그를 꾸준히 지배한 키워드였다. 차기 UEFA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리그 4위권 내 성적을 가리키는 단어인 동시에 해당 시즌 리그 우승 타이틀 경쟁 구도를 형성하는 팀들을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이 명단은 가깝게는 지난 10년 동안, 길게는 프리미어리그 체제 출범 직후인 90년대 중반부터 강산이 두 번 변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즌에 단 4개의 클럽만이 가져갈 수 있는 영광이었다. 빅4 현상이 가장 두드러졌던 지난 10년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 아스날 그리고 첼시는 빅4의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클럽들이다. 그러나 역사와 전통이라는 측면에서 빅4 대열에 가장 늦게 합류한 첼시가 러시아 갑부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구단 인수 엄청난 성공시대를 맞은 것은 결과적으로 '빅4' 체제를 흔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가장 강력한 팀 스포츠 속성을 강조하는 축구는 모든 것이 계산대로 되지 않는다는 오묘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종목보다 승부 예측이 힘들고 기상천외한 이변이 일어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예측불가능한 변수들을 제어할 수 있는 물리적 힘이 등장했다. 바로 '자본'의 존재였다. 스타 플레이어들만을 사들인 팀과 리그가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성은 축구계에서 이미 2000년대 초반 레알 마드리드의 쓰디 쓴 실패를 통해 입증됐지만 그 위력까지 무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욱이 실패는 종종 성공의 어머니가 된다. 명민한 지도자를 앉히고, 막대한 이적료로 경쟁팀들을 제치고, 포지션마다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만을 조합하면 그것이 설령 돈으로 사들인 우승 트로피라 해도 그 성적은 결코 아쉽지 않은 수익을 보장했다. 그리고 그 결과 리그를 열광시키는 스타를 재생산해 내는 어마어마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프리미어리그에서는 꾸준히 시장의 규모를 키워가며 '열일'을 해냈다.

결국 첼시의 성공은 유럽 내 몇몇 클럽들을 중심으로 자본 투자 트렌드를 강화시켰고 그 후발 주자가 맨체스터 시티였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전까지만 해도 맨체스터의 '더' 강력한 팀이었던 맨체스터 시티는 알렉스 퍼거슨이라는 세계적인 지도자를 탄생시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등장 이후 단 한 번도 패권 게임에 진입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맨체스터 시티는 억만장자 구단주 만수르의 등장 이후 새로운 시대를 경험하기 시작했고 맨유, 아스날, 리버풀, 첼시가 점령하고 있던 프리미어리그 순위표 상위권에도 지각변동이 끊이지 않게 됐다.

체제 변환의 시발점에 정점을 찍은 것은 2011/12 시즌 맨시티의 극적인 우승이었다. 당시 리그 마지막 38라운드까지 맨유와 승점 86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던 맨시티는 리그 마지막 정규경기에서 맨유보다 단 1골을 더 넣는 극적인 승리를 챙기면서 결과적으로 골득실에서 1골 차이로 지역 라이벌 팀을 제친 뒤 클럽 역사상 무려 44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맨유, 아스날, 리버풀, 첼시가 점령하고 있던 EPL 빅4 경쟁구도에 결정적 균열이 생긴 순간을 꼽으라면 단연 2011/12 시즌 맨시티의 우승일 것이다.
이후에도 그리고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변화와 클럽들 간의 치열한 경쟁을 거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는 토트넘까지 상위권 경쟁구도에 가세하면서 종목을 막론하고 세계 그 어느 리그보다 순위싸움이 치열한 프로스포츠 무대가 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러한 경향과 혼돈은 2012/13 시즌을 끝으로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떠나면서 결과적으로 더욱 가속화 됐다. '맨유-첼시'로 이어지는 양강 구도가 깨졌고, 중계권료 수익으로 어마어마한 배당금을 받게된 중상위권 팀들의 재정이 탄력을 받으면서 전력 강화에 나서 리그 전체의 경쟁 체제가 상향 평준화 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돈'이 전부가 아닌 팀들의 성공까지 더해지면서 시즌을 반복할 때마다 더욱 흥미진진한 드라마로 이어지고 있다. 그 극단적인 예가 2015/16 시즌 프리미어리그 승격 한 시즌 만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가는 기적을 쓴 레스터 시티였다면, 가장 훌륭한 예는 적절한 선수 영입과 판매 그리고 신축구장 건설 등의 사업수완을 선보이며 재정균형을 유지하면서도 리그 내 수위권 진입에 안정적으로 성공한 토트넘일 것이다.

실제로 토트넘은 2017/18 시즌을 앞두고 이적시장에서 막대한 돈을 쓴 맨유, 맨시티나 첼시와 비교하면 가성비로는 가장 좋은 성적 전망치를 내고 있다. 같은 런던 지역 연고팀 첼시의 레전드 출신 프랭크 램파드가 토트넘의 빅4 진입을 확신했고, 또 다른 축구 전문가인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패널 폴 머슨 역시 토트넘이 리그 3위권에 랭크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특히 머슨은 7일자 컬럼에서 "토트넘이 이적시장에서 조금 더 돈을 투자했다면, 토트넘이 2017/18 시즌 홈 경기를 웸블리에서 치르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들의 우승을 예상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하며 포체티노 감독과 토트넘 현 스쿼드의 탄탄함에 큰 점수를 매기는 모습을 보였다.

퍼거슨 감독 은퇴 이후 엄청난 기복을 겪었던 맨유의 부활, 풍전등화 위기에 놓여있던 첼시를 단숨에 다시 정상권 클럽으로 돌려 놓은 콘테의 위력과 예열기간을 끝낸 과르디올라 감독과 아낌없는 투자로 취약한 포지션을 보강한 맨시티만으로도 이미 빅4 경쟁구도는 세 자리를 채운다. 여기에 2017/18 시즌에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클럽 역사상 첫 우승을 노리는 토트넘은 그 어떤 시즌보다 트로피에 가장 가까이 다가 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통의 명가 리버풀과 아스날이 빅4 체제에서 빅6 체제로의 전환기를 맞은 이후 가장 큰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2017/18 시즌에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도 중대한 관심사다. 이제 아스날의 4위 사수 과학은 깨졌고, 맨유가 리그 6위를 하고도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챔스 출전권을 가져오면서 변화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결국 '빅4'의 명성과 체제가 낙오되는 어떠한 두 클럽의 존재로 더욱 공고화 될 것인지 혹은 더욱 강력한 '빅6' 체제가 형성될 것인지는 2017/18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즐기는 가장 강력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싸움이 치열할 수록, 흥미는 배가 되기 마련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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