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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커밍쑨 ③] 이적시장 승자 '맨체스터', 리그도 제패?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8.08 15:09
수정2017.08.08 15:09

유럽 축구계에는 시즌 개막이 가까워질수록 더 뜨겁게 분초를 다투는 무대가 있다. 조만간 리그 개막전이 킥오프 한다는 것은 동시에 이 시장의 문이 곧 닫히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래가 성사되고, 눈을 의심케 하는 자본이 오가는 곳. 유럽 축구계의 이적시장이다.

시차와 리그 규정에 따라 각 리그별로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유럽 이적시장은 대체로 8월 31일을 전후해 마무리 된다. 약 반 년 뒤 겨울 이적시장이 열리기는 해도 유럽 축구계에서 여름 이적시장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 8월 중순에 시작해 다음해 5월 말에 리그가 종료되는 유럽은 보통 6월에서 8월 초까지가 비시즌에 해당한다. 이 기간은 팀을 재정비해 차기 시즌을 구상하고, 선수단 전력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는 가장 중요한 시간이다.

바로 그 기간에 열리는 여름 이적시장에서의 성패 여부는 클럽의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클럽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카타르 국왕이 구단주인 파리생제르맹 등 막대한 부를 가진 구단주를 등에 업고 있는 몇몇 특수한 팀들을 제외하면 EPL 클럽들은 유럽 축구계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구매상'들이다.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프리미어리그가 올리고 있는 어마어마한 중계권료 수익 덕분이다. EPL은 지난해 새롭게 체결한 중계권 계약으로 오는 2019년까지 자국 내에서만 약 8조원 가까운 중계권료 수익을 올리게 됐다. 여기에 어마어마한 해외 중계권료까지 합하면 그 수치는 천문학적인 수준을 능가한다.

실제로 2016/17 시즌을 기점으로 또 한 번 크게 상승한 프리미어리그의 중계권료 전체 수익은 지난 한 시즌에만 우리 돈으로 무려 7조원이 넘었다. 리그 사무국은 시즌이 종료되면 이 중 절반에 가까운 수익을 프리미어리그에 속한 20개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한다. 'BBC'가 지난 6월 초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6/17 시즌 우승팀인 첼시가 중계권료 수익과 상금 등을 합쳐 무려 2,176억원을 벌어 들였다. 최하위를 기록하며 강등이 확정된 선덜랜드가 받은 배당금도 약 1,400억원. 이는 2015/16 시즌에 우승을 차지한 레스터 시티가 받은 배당금보다 많은 액수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EPL 상위권 팀들은 자체적인 구단 마케팅, 글로벌 시장 등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구단주의 재정지원, 높은 배당금 등을 더해 매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마어마한 '소비'에 나선다. 한 포지션에 세계적인 수준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의 숫자는 한정되어 있지만 자본을 가진 경쟁자들은 많아지다 보니 축구 이적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은 기이한 형태를 갖게 됐고, '합리적' 가격도 그 의미를 상실한 지 오래된 것이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8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일간지 '더 선'이 흥미로운 수치를 공개했다.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돈을 집행한 감독들의 리스트인데 현재 맨유를 이끌고 있는 주제 무리뉴 감독은 17년 간의 감독 생활 동안 무려 11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1조 6천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쓰며 선수를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그에 비례, 무리뉴 감독 지휘하에 그와 함께한 클럽들이 자국 리그, UEFA챔피언스리그 등 각종 대회에서 최정상에 올랐으니 이 어마어마한 지출을 감독 혼자 '책임'으로 보기는 힘들다. 약 9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한 맨시티의 과르디올라 감독만 해도 8억 6천만 파운드에 이르는 금액을 선수영입 작업에 집행했는데 그가 지휘봉을 잡은 팀들에서 리오넬 메시를 비롯 세계 최정상급의 선수들과만 함께 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실제로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이적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팀 역시 단연 맨체스터의 두 클럽이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12/13 시즌을 끝으로 클럽 근간을 책임지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물러난 뒤 팀 정상화를 위해 이적시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당초 맨체스터 시티가 주도하던 '큰 손' 행보가 리그 내 두 팀의 순위가 역전되���서 맨유에게로 넘어간 측면도 크다.

2016/17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역대 이적료 최고액을 경신하며 약 8,900만 파운드(한화 1,300억원)에 미드필더 포그바를 영입한 것이나 올해 여름에는 2017/18 시즌을 앞두고 공격수 로멜로 루카쿠를 7,500만 파운드에 영입한 맨유의 행보는 얼핏 거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해서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맨유는 지난 2010년 이후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가치의 스포츠 구단'에서 늘 수위권에 이름을 올려왔다. 올해 2017년 조사에서는 NFL의 댈러스(42억 달러), MLB의 뉴욕양키스(37억 달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구단 가치만 36억 9천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4조 1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축구단 중에서는 최고 가치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가장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맨유는 이적시장에서 거물급 선수들을 영입하면서 '돈이 돈을 낳는' 자본 싸움의 논리를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 변수가 많은 만큼 막대한 이적료를 쓰고도 실패할 수 있다는 리스크를 누구도 보상해 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 시장의 맹점이지만 투자가 더 큰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유혹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단순히 2016/17 시즌만 놓고 봐도 맨유의 투자가 결코 무의미한 것이었다고 보기 힘들다. 클럽들에게 또 다른 대형 수익원 중 하나는 바로 UEFA챔피언스리그 무대. 유럽 리그의 상위권 팀들만 출전하는 최상위 대회인 만큼 우승 상금은 물론 조별리그와 16강 이후 토너먼트 단계를 치를 때마다 구단들이 배당받는 수익은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유럽은 물론 전세계적인 마케팅 효과까지 감안하면 챔스가 '꿈의 무대'인 것도 허언은 아니다.

맨유는 지난 몇년 동안 리그에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미여 챔스 무대를 밟지 못하는 '굴욕'을 겪어왔으나 막대한 투자를 감행한 2016/17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2017/18 시즌부터 챔스 무대에 복귀하게 됐다. 천문학적인 이적료에 영입한 포그바는 물론 신임 감독 주제 무리뉴의 엄청난 몸값이나 역시 적지 않은 연봉을 책정한 즐라탄의 영입 등 여러가지 투자를 고려하면 챔스 무대 복귀라는 결과는 결코 아쉽지 않은 보상이 됐다.

무리뉴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다시 유럽 정상권 무대를 노리게 된 맨유는 올해 이적시장에서도 EPL 최대 대어로 여겨지던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를 일찌감치 에버턴으로부터 영입하는 등 수완을 발휘했다. 지난 8월 초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가 바이아웃 금액 지불을 감행하며 무려 2억 유로라는 초미의 이적료로 파리생제르맹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적시장 초반을 뜨겁게 달궜던 루카쿠의 이적료 7,500만 파운드(약 1,100억원)은 이제 평이한 금액으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여름에도 포지션별로 4명 영입을 시도했던 무리뉴 감독은 수비 린델로프와 공격수 루카쿠에 이어 최근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 영입에 성공했다. 인터밀란의 미드필더 페리시치 영입에는 실패했지만 각 진영에 알짜배기 자원들을 보강하면서 단숨에 우승권 팀으로 급부상한 상태.

맨유가 선수영입에서 경쟁 클럽들을 제쳤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는 이유는 여타 우승권 팀들과 행보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커뮤니티실드에서 아스날에 패하며 불안한 전력을 노출한 첼시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경기 직후 구단 이사진에게 선수영입을 촉구하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첼시는 6천만 파운드에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공격수 모라타를 영입했지만 애초에 루카쿠를 행보를 놓고 우려의 시선이 커진 상태였다. 여기에 최근에는 아자르의 이적설까지 불거지면서 리그 개막 직전까지도 선수단 정비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물론 맨유와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경쟁자들도 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다. 기존 스쿼드만으로도 리그 우승후보 1, 2순위를 다투기에 충분한 전력이던 맨시티는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팀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던 수비 라인을 톡톡히 보강했다. 수비수로는 역대 이적료 최고액을 경신하며 토트넘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둥지를 옮긴 카일 워커를 비롯 다닐루, 멘디가 함께 과르디올라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여기에 골키퍼 에데르손과 공격자원인 베르나르두 실바까지 영입한 맨시티가 이적시장에 쏟아부은 돈만 약 3천억원에 이른다. '큰 손'의 위용을 잃지 않은 맨시티의 행보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개막 이후에도 8월 31일 직전까지 대형 공격자원 영입이 계속될 예정이라는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는 선수는 아스날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다.

산체스는 바르셀로나 소속이던 시절 과르디올라 감독과 한 배를 탄 적이 있으며 챔스 무대에 나서지 못하게 된 아스날을 떠날 가능성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적시장의 몇 안 되는 '대형매물' 선수다. 수비 라인을 전면 재정비했고, 팀 수장인 과르디올라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1년 차 적응기를 보냈다는 점만으로도 1순위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는 맨시티가 최전방 공격수 영입에까지 성공할 경우 우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뒤늦은 영입으로 전력보강 작업을 충분히 마무리 짓지 못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첼시나 이렇다 할 선수영입 없이 핵심 수비자원인 카일 워커를 내준 토트넘, 공격 전력의 핵인 쿠티뉴를 놓칠 위기에 놓여 있는 리버풀 등과 비교하면 일단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승자는 막대한 자금을 들이부으며 포지션별로 최정상급 자원들을 불러들인 '맨체스터'의 두 클럽, 맨유와 맨시티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프랑스 리그 1의 수준급 공격수 라카제트를 영입한 아스날이 상위권 판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웨인 루니를 전격 복귀시킨 에버튼이 지난 시즌처럼 위협적인 중위권 복병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하지만 그 어떤 클럽도 계산기를 두드릴 일이 끝난 것은 아니다. 눈 먼 거래로 보이는 막대한 투자부터 지출과 수입을 제로에 맞춘 의미심장한 행보까지. 이 모든 판단들이 정말로 수지 타산에 맞는 거래였는지 판가름 나는 것은 결국 시즌 종료 뒤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적시장을 제압한 자가 리그도 제압하게 될까? 그 결과는 우리 시간으로 오는 11일 새벽 킥오프하는 '2017/18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부터 서서히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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