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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벵거의 경제학 '산체스, 이적시키느니 FA'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8.18 17:08
수정2017.08.18 17:08

뜨거운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협상 전략으로 주목을 끄는 감독이 있다. 한때 유망주 정책과 그에 따른 경제적 이윤 창출로 구단 경영의 혁신적 사례를 제시했던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이다.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주요 화두인 이적시장에서 벵거는 그 '이면'의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내주느니 풀어주겠다는 전략이다. 아스날 공격수 알렉시스 산체스가 그 대상이다.

18일(이하 한국시간) 칠레축구협회는 '2018 러시아월드컵' 남미지역 예선 2연전을 앞두고 대표팀 소집 명단을 발표했다. 남미에 배정된 4.5장의 본선 직행 티켓은 이미 예선 1위를 달리고 있는 브라질이 남은 경기 결과에 상관 없이 1장을 가져간 상태다. 현재 남미지역 예선 4위에 올라 있는 칠레는 3위 우루과이, 5위 아르헨티나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8월 말과 9월 초로 이어지는 A매치 주간에 치러지는 이번 예선 2연전이 가장 중요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칠레축구협회가 18일 발표한 국가대표팀 명단에는 당연하게도 주포 알렉시스 산체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산체스는 부상을 이유로 지난 11일 치러진 아스날과 레스터 시티의 시즌 홈 개막전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2라운드 스토크 시티 원정을 앞두고 기자회견에 나선 벵거 감독은 산체스가 스토크 시티전에도 제외될 것이라 단언했다. 소속팀에서는 부상으로 결장이 이어지고 있는 선수가 대표팀에 보란듯이 소집되면서 '산체스 이적설'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말부터 아스날 내부에서 불거진 팀과 산체스의 불화설은 결정적으로 아스날이 2017/18 시즌 UEFA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하면서 '활활' 타오르게 됐다. 우승 경쟁이 가능한 팀으로 이적하고 싶다는 열망을 공공연히 밝혀 온 산체스는 현재 프리미어리그 내 아스날의 순위 경쟁팀인 맨체스터 시티, 프랑스 리그 1 클럽인 파리생제르맹 등 유수의 클럽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특히 맨시티의 경우 산체스가 아스날로 이적하기 직전 팀인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시절의 스승인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어 산체스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팀이기도 하다. '스카이스포츠'를 비롯한 영국 주요 언론들 역시 맨시티가 막대한 이적료를 제시하며 8월 말 종료되는 이적시장 막판까지 산체스 영입을 타진할 것이라 보도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한결 같은 벵거 감독의 입장이다. 벵거 감독은 20일 예정된 스토크 시티 원정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산체스 재계약 건에 새로운 소식은 없다. 하지만 그는 팀을 떠나지 않을 것이며 적어도 다음 주에는 훈련에 복귀한다. 이번 여름에 이적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고 못을 박았다. 산체스와 아스날의 계약기간은 1년 뒤인 2018년 여름까지다. 이번 시즌이 끝나면 산체스는 이적료 없이 팀을 떠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가 된다는 의미다. 아스날 입장에서는 시즌 개막 전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선수의 마음을 돌려 재계약을 맺거나 거액의 이적료로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를 내보내야 한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산체스를 이적시키느니 내년 여름에 FA로 내보내겠다. 우리는 결국 경기력과 효용성 중 한 가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를 내보내지 않는 것이 더 효율적인 선택이다"고 강조했다. 이적을 불허한 팀의 방침에 태업도 불사하는 선수들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벵거 감독은 "산체스는 프로다. 경기에 나선다면 최선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황된 주장은 아니다. 2017/18 시즌은 월드컵 직전 시즌이다. 자국 대표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일수록 소속팀에서 부상 없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시즌을 마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즌이다. 벵거 감독은 산체스의 칠레 대표팀 내 역할과 이번 시즌의 중요성 또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스날에 잔류하더라도 컨디션 유지를 위해 결코 쉽게 '태업'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또 벵거 감독 입장에서는 산체스급의 자원을 유럽 내 다른 팀들,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내 경쟁팀들에 내준 뒤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트로피 경쟁에서 입게 될 손해보다 자신들이 보유하며 타진할 수 있는 우승 가능성의 기회비용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여유'는 아스날이 선수를 판 비용으로 구단재정을 충당해야 할 정도의 클럽은 아니기에 가능한 용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 또한 벵거 감독이 반드시 감수해야 할 위험성이다. 칠레가 러시아 월드컵 본선행에 실패해 산체스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동기부여에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 팀 내 다른 선수들의 사기 문제나 선수단 분위기 등 벵거 감독이 경기장 안팎에서 예의주시하고, 관리해야 할 문제들이 곳곳에 산적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아스날과 벵거 감독의 대응은 법정 분쟁으로까지 번진 첼시와 코스타의 경우보다는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막대한 자본이 오고가는 이적시장에서 엄청난 몸값의 선수로 돈을 버느니, 차라리 FA로 풀어주겠다는 벵거 감독의 '완고함'은 시즌 말미 과연 어떤 '대가'로 돌아오게 될까. 8월 31일 이후에도 산체스가 아스날의 유니폼을 입게 된다면,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관전하는 또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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