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 골프

[러시아 WC] 신태용 감독 "이란, 침대축구 못하게 하고파"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8.30 15:33
수정2018.06.14 12:33

신태용 감독이 운명의 이란전을 앞두고 마지막 출사표를 던졌다. 선수 선발 구상이나 전략적인 비책, 구체적인 전술 정보는 아무것도 입에 올리지 않았지만 한 가지 단어 만큼은 힘주어 강조했다. 이란전 '승리'다. 패하면 월드컵 본선 진출 실패로 직결될 수도 있는 경기.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우리나라와 이란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경기는 한국 축구사를 좌우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경기다. 일전을 앞두고 있는 감독이나 선수들은 오로지 승리만을 바라보고 있다.

이란전을 앞두고 있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과 주장을 맡게 된 수비수 김영권이 경기를 하루 앞둔 30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들과 만난 신태용 감독은 "이란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금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상대에게 우리 전력이나 전술이 노출되어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말 할 수가 없다. 단지 상대의 장점을 꼽자면 이란이 선수비 후 역습에 상당히 강하다는 점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지도철학이 선수들에게 잘 베어있다. 단순히 선수 한, 두명이 바뀐다고 해서 이란의 강점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피지컬적으로도 몸싸움이나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팀이다"며 객관적인 평가를 전했다.

문제는 그러한 이란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다. 우리 대표팀은 현재 A조에서 승점 13점으로 이란에 이어 조 2위에 올라 있다. 9차전 이란전 이후 치르는 최종예선 최종전은 월드컵 본선 직행티켓이 주어지는 조 2위 자리를 놓고 승점 1점 차로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승점 12점) 원정이다. 자칫 이란을 잡지 못하고 우즈벡 원정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경우 대표팀이 받는 심리적 압박감은 엄청 나게 가중된다.

더욱이 우리와 같은 날 중국 원정으로 최종예선 9차전 경기를 치르는 우즈벡이 상대를 잡고 승점 3점을 추가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신태용 감독은 이런 복잡한 '경우의 수'로 선수들이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31일 열리는 이란전을 아예 중국과 우즈벡의 경기가 킥오프하는 시간과 같은 시간에 맞춰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31일 이란전이 기존 A매치들과 달리 다소 늦은 시각인 밤 9시에 킥오프하는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못하다. 특히 우리 대표팀은 공격 전력의 핵인 에이스 손흥민과 또 다른 주요 전력인 대표팀 막내 공격수 황희찬이 부상으로 이란전 선발명단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30일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의 상황은 애매하다. 출전여부는 내일 경기장에서 공개하겠다. 이란 감독이 심리전에 강하기 때문에 우리가 언론에 여부 자체를 공개하지 않으면 상대 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팬들이나 언론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있다. 공개를 하는 것이 좋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전술이나 선수 선발과 관련해 아무것도 말씀드릴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우리가 지금까지 역대 전적에서 이란에 어려운 모습을 보여왔고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수들 전체적으로 컨디션도 좋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왔다. 모두가 어떻게해서든 이번 만큼은 이란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가 선제골을 넣고 이란에 좋지 않은 표현으로 '침대축구'를 할 수 없도록 만들어 주고 싶다"며 선수단 전체의 강한 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며칠 전부터 우리나라에 입국해 훈련을 시작한 이란과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케이로스 감독이 한국 측의 부당한 대우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비난 섞인 발언을 이어왔던 것에 대해서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란 대표팀의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이 제공한 훈련장과 잔디 수준에 큰 불만을 표하며 언론과 자신의 SNS 계정 등을 통해 부당함을 토로한 바 있다.

신태용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이 감독 본인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이라 본다. 그런 의사는 충분히 밝힐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란 원정에서 엄청난 일들을 당했는데 당연히 그런 상황을 케이로스 감독이 지시했을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란 원정 경기 중에는 팬들이 던진 돌멩이나 나사에 맞은 적도 있다. 레이저도 쐈다. 우리 축구팬들이 양반이라는 생각은 들었었다"며 상황 차이를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이날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수비수 김영권은 이란전,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앞두고 주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김영권은 "여러운 시기에 중책을 맡았지만 맡은 역할을 다 해서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하나가 되도록 기여하고 싶다"며 책임의식을 강조했다. 또 김영권은 "이란의 역습에 대비한 훈련도 많이 했고 감독님께서 선수들에게 편한 분위기에서 경기하고 또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지금은 오로지 이란전만 생각하고 있다"며 필승 의지를 내비쳤다.

지난 21일부터 K리거들을 중심으로 선수단 일부를 조기소집해 훈련을 진행해 온 신태용호는 28일 유럽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까지 합류하면서 소집 엔트리 26명 전원이 모여 발을 맞췄다. 경기를 앞두고 완벽히 조직력을 끌어 올리기에는 선수단 전체 소집 일정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신태용 감독은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그런 믿음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훈련 시간이 짧은 것은 FIFA의 규칙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마지막까지 승리를 향한 의지를 강조했다.

경기장 안팎에서도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31일 이란전에서 역대 처음으로 붉은색 상의에 파란색 스타킹을 착용하는 유니폼을 입는다. '붉은색+파란색' 조합은 대표팀 유니폼 중에서는 처음 시도되는데 협회 관계자는 이란전의 중요성을 생각해 태극무늬를 연상케 하는 유니폼 조합을 택했다고 전했다. 또 대한축구협회는 당일 경기장을 찾은 관중 전원에게 붉은색 티셔츠를 제공할 계획이며 붉은 악마 역시 대대적인 응원전을 진행하는 등 홈 이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31일 밤 9시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하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우리나라와 이란의 경기는 현재 사전 예매만으로 5만장 이상의 티켓이 팔린 상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스포츠의 즐거움! SBS All Sports 와 함께 하세요'    페이지 방문하기 >클릭                                   

ⓒ SBS & SBS I&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이은혜다른기사
신개념 골프 콘테스트 프로그램, 스윙킹 24일 추석 첫방송
[아시안게임] '인맥축구 논란 끝' 김학범호, 바레인전 대승 큰 소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