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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WC] 신태용호, 이란전 헛심 공방 0-0…월드컵 본선행 여전히 '안갯속'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8.31 23:03
수정2017.08.31 23:03

월드컵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신태용호가 난적 이란을 제압하는데 실패했다. 상대 선수 1명이 퇴장 당하는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무득점에 그치며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러시아월드컵 본선 직행 여부는 결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인 우즈베키스탄 원정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진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경기에서 우리나라가 이란과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 결과로 승점 1점을 확보하는데 그친 우리 대표팀은 그러나 같은 시각 열린 중국과 우즈베키스탄 경기에서 중국이 우즈벡을 잡는 이변을 일으키면서 어부지리로 A 조 2위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중국은 후반 39분 가오린의 페널티킥 골로 우즈벡을 1-0으로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우리나라는 이날 이란전 무승부로 승점 14점을 확보해 A조 2위 자리를 지켰으며, 우즈벡은 중국전 패배로 승점 12점에 머물러 우리나라와 우즈벡의 격차는 승점 2점으로 벌어졌다. 우리나라는 골득실에서도 우즈베키스탄에 1골을 앞서 있어 간발의 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A조 순위 싸움은 역시 이날 같은 시각에 열린 시리아와 카타르의 경기에서 시리아가 3-1 대승을 거두는 또 하나의 이변을 연출하면서 더욱 미궁에 빠진 상태다.

시리아는 카타르전 승리로 승점 12점을 확보해 우즈벡을 제치고 A조 3위로 뛰어 올랐다. 카타르를 상대로 3골이나 몰아넣는 득점력을 과시한 덕분에 골득실에서 +1로 앞서 우즈벡을 제쳤다. 우리나라는 결국 최종예선 10차전을 앞두고 우즈벡 뿐만 아니라 승점 12점으로 조 2위 자리를 바짝 추격하고 나선 시리아까지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최종예선 10차전에서 우리가 우즈벡과 무승부를 거두고 시리아가 만에 하나 최종예선 10차전 상대인 이란을 잡을 경우 우리나라와 시리아의 승점은 15점으로 동률이 된다. 이럴 경우 골득실로 순위를 가려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공격 자원들을 총동원했다. 부상으로 결장이 예상됐던 황희찬과 손흥민을 나란히 선발 출전시킨 가운데 공격 2선에도 권창훈, 이재성, 구차철, 장현수까지 공수 전반에서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해 줄 자원들을 대거 배치했다. 포백 수비라인에서는 중앙 수비수 김영권과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김민재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는 깜짝 조합을 내세웠고, 양 측면 풀백에는 나란히 전북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진수와 최철순을 선발로 내세웠다. 수비라인 4명 중 3명을 전북 선수로 꾸리면서 취약점인 수비 조직력에 최대한 약점을 배제하고자 한 선발명단이었다.

실제로 이날 선발 11명 중 수비진 3명을 포함해 미드필드 이재성까지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린 K리거는 모두 전북 소속 선수들이었다. 공격과 중원의 주요 자원들 중 해외에서 합류한 핵심선수들의 안정적인 호흡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 나머지 자원들을 한 소속팀 선수들로 출전시키면서 조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책이었다.
우리 대표팀은 전반 3분 상대 측면을 돌파해 들어 간 권창훈이 과감한 슈팅을 시도하며 먼저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이란은 강팀이었다. 압도적인 분위기와 우리 팬들의 응원전에도 이란은 쉽게 위축되지 않았다. 중원과 측면을 오가며 우리 수비진의 빈 틈을 공략해 들어 온 이란은 미드필더들과 최전방 공격수가 빠른 스위칭을 선보이며 골키퍼 김승규가 지키고 있는 우리 골문을 위협했다. 우리 대표팀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는 철저한 협력수비로 상대 패스 루트를 차단하며 맞섰다.

경기 초반부터 양팀 모두 거센 압박과 빠른 공격으로 치열한 경기가 전개되면서 시소게임 양상으로 이어진 경기는 전반 중반으로 향하면서 이란이 점차 우리 수비 라인 측면 돌파에 성공하는 등 균형이 기울어졌다. 전반 12분에는 공격에 가담해 있던 이란 수비수 안샤리가 우리 골대 정면에서 기습적인 슈팅을 시도하기도 했다. 슈팅은 골대 위를 크게 넘어갔으나 경기 분위기는 점차 이란에 넘어갔다.

팽팽하던 공방전이 계속되던 중 전반 15분에는 이란 진영을 돌파해 들어가던 권창훈이 상대 수비 반칙으로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 내면서 우리 대표팀에 결정적인 찬스가 오기도 했다.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때린 슈팅이 수비벽에 맞고 골라인 아웃되면서 다시 코너킥 찬스를 만들었지만 세밀한 마무리 장면까지 연결되지는 못했다. 전반 18분에 만든 역습 찬스 상황에서는 함께 공격에 가담한 장현수를 이란 수비수들이 놓치면서 위협적인 헤딩 슈팅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장현수의 슈팅은 골라인을 살짝 비켜나가면서 간발의 차로 득점에 실패했다.

손흥민과 황희찬, 권창훈 등 주요 공격자원들이 상대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면서 공격에 가담한 동료들에게 찬스가 나는 전술적 움직임도 전반 중반을 지날수록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 듯 했다. 문제는 중요한 선제골이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는 점. 이란의 포백 수비라인은 우리 대표팀의 많은 공격숫자에 경기 초반에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으나 빠르게 안정을 찾아갔다. 반대로 우리 공격진은 슈팅 마무리 작업이 세밀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상대의 단단한 골문을 열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을 보였다.

점차 공격 주도권을 가져 간 이란은 전반 22분에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한 뒤 우리 문전 앞에서 유기적인 패스워크를 앞세워 슈팅장면까지 만들어내는 등 탄탄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약속된 플레이를 선보인 이란의 강점은 최종예선에서 A조 1위로 일찌감치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강팀의 위력을 새삼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상대 이란의 공격 패턴이 점차 살아나면서 우리 대표팀은 최전방의 황희찬은 물론 측면의 손흥민, 이제성까지 공격 라인이 동시에 소강상태에 빠지는 허점을 노출했다. 

최전방에 황희찬을 세우고 양측면에 손흥민, 이재성을 출격시킨 신태용 감독의 카드는 상대 페널티 지역에서 중앙과 측면 공격수들 간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전반 막판으로 갈수록 힘을 잃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중앙에서 공격적으로 호흡을 맞춘 구자철과 권창훈의 플레이도 번번히 패스미스에 의해 끊기는 등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우리 대표팀은 골문 공략에 애를 먹었다. 최종예선 8차전까지 단 한 골도 실점하지 않았을 만큼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자랑하는 이란은 우리 대표팀 공격 시 이중으로 밀집 수비벽을 세우면서 신태용호는 득점루트를 사전에 차단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이날 경기는 후반 7분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공중에서 우리 수비수 김민재와 볼 경합을 벌이던 이란의 미드필더 에자툴리히가 불필요한 보복행위로 바로 퇴장당하는 돌발변수가 발생한 것. 에자툴리히는 공중에서 몸싸움을 한 뒤 착지한 이후 고의적으로 우리 수비수 김민재의 머리를 축구화 밑창으로 그대로 밟는 위험한 행동을 하면서 이날 주심을 맡은 피터 그린 주심에 의해 곧바로 퇴장당했다. 수적 열세에 처하게 되자 이란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케이로스 감독은 중원에서 구차네하드를 빼고 카리미를 투입하며 체력을 안배해 곧바로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었다.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된 우리 대표팀은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기 보다 패스 템포를 유지하며 다시 한 번 득점찬스를 노렸다. 그러나 공격진에서 좀처럼 약속된 움직임이 나오지 못하면서 후반 들어서도 빈약한 공격력을 노출했다. 중앙의 황희찬과 2선 공격 자원들의 날카로운 호흡이 살아나지 못해 우리 대표팀의 공격 작업은 번번히 상대와의 일대일 싸움에 막혀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은 후반 18분 수적 열세 속에서도 미드필더 데자가를 빼고 공격수 타메리를 투입하는 회심의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경기는 후반 막판까지도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됐다. 이란은 10명이 뛰는 수적 열세인 상황에서도 수비 시에는 선수 전원이 하프라인 안쪽으로 내려와 텐백에 가까운 진영을 쌓으며 우리 대표팀의 공격루트를 사방에서 차단했다. 우리 대표팀은 최전방의 황희찬이 페널티 박스 바깥쪽까지 올라오는 등 상대 수비수를 끌어내기 위해 분투했으나 이러한 전략도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이중으로 수비벽을 친 이란은 육탄방어도 불사하며 우리 대표팀의 파상공세를 걷어냈다.

0의 균형이 좀처럼 깨지지 않자 신태용 감독은 후반 28분 공격 2선의 이재성을 빼고 최전방 자원인 김신욱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공격 숫자를 늘려 문전 안으로 깊숙히 내려 앉은 이란 수비수들을 끌어내기 위한 작전이었다. 그러자 이란의 케이로스 감독도 공격 2선의 미드필더 바히드를 빼고 수비수 체시미를 투입하며 다시 한 번 수비 전력을 가다듬는 등 철저한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은 3장의 선수 교체카드를 모두 활용하며 수적 열세 속에서도 후반 막판까지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후반들어 하프코트 게임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경기를 진행하고도 득점 장면을 만들어 내지 못하던 우리 대표팀은 후반 32분, 다시 한 번 결정적인 찬스를 맞았다. 상대 문전 중앙에서 프리킥 찬스를 얻어 키커로 나선 권창훈이 위협적인 직접 슈팅을 때렸다. 그러나 이 슈팅이 다시 골대 위를 살짝 넘어가면서 전광판의 숫자는 계속해서 0-0에 머물렀다. 신태용 감독은 후반 38분 수비수 김민재를 빼고 김주영을 투입하며 무리한 전술보다 실점을 방지하는 안정적인 경기운영에 힘을 실었다.

공격진이 마무리 작업에서 세밀한 완성도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신태용 감독은 경기 종료를 약 3분 남긴 시점에서 최전방 공격수 황희찬을 빼고 베테랑 이동국을 투입하며 이날 경기 마지막 교체카드를 활용했다. 0-0 상황에서 실점 상황만 피한다면 막판 공격 카드 투입이 의외의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는 회심의 한 수 였다. 그러나 이동국 카드도 경기 시간이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승패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기는 0-0으로 마무리 됐다.

이란전을 마친 대표팀은 1일 오전 간단한 회복훈련을 진행한 뒤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곧바로 우즈베키스탄 원정길에 오른다. 각각 A조 3위, 4위를 기록하고 있는 시리아, 우즈베키스탄과 승점 2점의 격차인 만큼 오는 9월 6일 자정 킥오프하는 우즈벡 원정은 사생결단 매치가 됐다. 신태용호가 두 나라의 추격을 따돌리고 월드컵 본선에 직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점 3점, 승리를 챙겨야 한다. 그러나 경기가 우즈벡의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무승부에 그칠 경우 다른 팀 경기 결과에 따라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하고, 본선 직행 실패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물론 패하면 무조건 월드컵 본선 직행에 실패한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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