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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이청용의 불운, 신태용호에도 '악재'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09.12 11:45
수정2017.09.12 11:45

이청용은 한때 한국 축구를 대표했던 재능 중 하나다. 동년배인 기성용과 함께 나란히 K리그에서 축구종가인 잉글랜드 무대로 직행하면서 일찌감치 탄탄대로에 올라섰다. 이후 박지성, 박주영이 '양박'으로, 기성용과 이청용이 '쌍용'으로 불리며 도래했던 '양박쌍용' 시대는 한국 축구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는 일종의 키워드였다. 하지만 그 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 중에서도 이청용이 현재 처한 상황은 암담할 정도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프랑크 더부르 감독을 경질한 크리스탈 팰리스가 후임 감독으로 전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로이 호지슨을 물망에 올렸다. 전임 사령탑인 샘 앨러다이스와도 협상을 시도했으나 앨러다이스 감독은 감독직을 고사했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2017/18 시즌 개막을 앞두고 크리스탈 팰리스에 새로 부임한 더부르 감독은 재임 기간 77일, 취임 이후 4경기 만을 치르고 경질되는 굴욕을 겪게 됐다. 고작 4경기를 치르고 경질된 것은 EPL 출범 이후 최단 기간 해임이다.

더부르 감독의 경질은 지난 10일 치러진 리그 4라운드 번리전이 결정적 도화선이 됐다. 당시 경기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는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패했다. 이 장면에서 이청용의 백패스가 실점의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 경기가 시작된지 채 3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한 실수였지만 부주의한 패스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까지 부정하기는 힘들다.

물론 크리스탈 팰리스가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더 큰 원인은 현재 팀 전체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는 데에 있다. 새 감독 부임 이후에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혼란에 빠진 선수단 분위기나 불안한 전력은 시즌 개막 이후 고스란히 4연패를 떠안으며 리그 꼴지로 추락하는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급기야 단기 처방을 내리지 못한 더부르 감독이 4경기 만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후임 감독에게도 떨어질대로 떨어진 현재 크리스탈 팰리스의 전력을 끌어 올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 시즌 내내 팀 내 입지가 불안했던 이청용의 상황은 사실상 '사면초가'다. 문제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청용 개인에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절치부심 부활의 기회를 노렸던 이청용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 내 입지는 물론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경기 출전 기회가 거의 없는 와중에도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2군 경기에 출전하는 등 실전에서의 출전 기회를 잡기 위해 와신상담 해 왔다. 새로 지휘봉을 잡은 감독도 이청용에게 신임을 보내면서 '기회'가 오는 듯 했지만 공교롭게도 그 기회는 이청용이 그라운드를 밟은지 불과 3분 만에 악몽이 된 셈이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찾아 온 선발 출전 기회, 개인적으로는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밟는 100번째 경기였지만 지난 10일 번리전은 이청용의 축구인생에 있어 가장 뼈아픈 순간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현재 유력한 신임 감독으로 거론되고 있는 로이 호지슨 감독은 선수 기용이나 전술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유형의 지도자로 꼽힌다. 선수기용이나 선호하는 포메이션 역시 전형적인 잉글랜드 특유의 스타일을 구사한다. 특히 우리 축구팬들에게는 설기현과의 '악연'으로도 유명하다.

호지슨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 동안 풀럼의 지휘봉을 잡았는데 같은 기간 풀럼에서 뛰고 있던 설기현을 거의 전력 외로 분류해 활용하지 않았었다. 결국 설기현은 풀럼에서 3년 동안 고작 18경기 출전에 그친 채 EPL 생활을 마감한 뒤 중동을 거쳐 K리그행을 택했다.

이런 감독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호지슨이 부임할 경우 이청용의 불안한 팀 내 입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지극히 적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이적시장이 닫힌 상황이어서 새 팀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최소한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또 내년 1월에 팀을 옮긴다 해도 떨어진 실전 경기 감각을 회복할 지는 미지수다.

뜻하지 않게 닥친 이청용의 '불운'은 1년 앞으로 다가 온 월드컵 준비에 나선 신태용호에도 악재다. 구심점이 부족한 현재 대표팀에 월드컵과 유럽 무대 경험을 가진 베테랑 자원으로 이청용 정도의 기량을 가진 자원이 실전 감각과 최상의 컨디션으로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은 누가 생각해도 '이상적인 그림'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대로 1월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 되면 대표팀으로서도 중요한 전력을 또 한 명 잃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신태용 감독은 당장 다음 달에 있을 러시아, 튀니지와의 원정 평가전에 유럽파 선수들을 주축으로 기용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K리거 대거 차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해외파 자원 한 명의 공백이 아쉬운 대표팀으로서는 이청용에게 닥친 예상 밖의 불운은 이래저래 여파가 큰 손실이다. 이청용이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뛸 수 있는 팀으로 이적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더 커지게 됐다.

[사진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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