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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WC] '손흥민 PK골' 신태용호, 또 졸전…모로코 2군에 완패

SBS Sports 이은혜
입력2017.10.11 01:02
수정2017.10.11 14:57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월 치른 두 번의 A매치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이어갔다. 내년도 월드컵 개최국인 러시아와의 평가전에서 졸전 끝에 2-4 패배를 당한 것에 이어 우리나라(FIFA랭킹 51위)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던 FIFA랭킹 56위의 모로코도 넘지 못했다. 심지어 모로코는 한국전에 A매치 경험이 많지 않은 2군 선수들을 대거 내세워 얻은 결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0일 밤 10시 30분 스위스 빌/비엔의 티쏘 아레나에서 치러진 모로코 축구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1-3 완패를 기록했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7일 러시아 원정으로 치른 10월 A매치 기간 첫 평가전인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수비수 김주영이 2번의 자책골을 기록하는 등 역대 대표팀 경기 중 최악의 경기력에 가까운 졸전을 펼쳐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른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치러진 10일 모로코전은 대표팀으로서는 실낱 같은 명예라도 회복하기 위해 전력을 다 해야 하는 경기였다. 더욱이 이날 대표팀 평가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계에는 충격적인 비보까지 날아들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에서 부산 아이파크의 지휘봉을 잡고 있던 조진호 감독이 44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급성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것.

故 조진호 감독은 현역시절 국가대표팀에서 현재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신태용 감독과 함께 뛴 인연뿐만 아니라 프로 시절에는 성남 일화에서도 한솥밥을 먹었다. 비단 신태용 감독뿐만 아니라 전, 현직 축구인들은 물론 현재 대표팀 선수들 중 일부도 조진호 감독과 인연을 맺고 있다.
시즌 중 축구계 전체에 날아 든 갑작스런 비보에 이날 모로코전에 나선 대표팀 선수들은 국외에서 치러지는 원정경기였음에도 킥오프 전 조진호 감독의 별세에 추도 묵념의 시간을 가지는 등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에 나섰다.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여론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뚜겅을 연 결과 이번에도 '졸전'이 거듭됐다. 물론 가장 1차적인 원인은 자원 불균형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10월 A매치에 K리그에서 뛰고 있는 국내파 선수들을 한 명도 소집하지 못해 선발명단 작성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러시아전에서는 수비수 김영권을 윙백으로 내세우는 등 변형 스리백의 대응책으로 경기에 나섰지만 치욕스런 경기력으로 대패를 기록했다.

한 번의 과오를 경험했음에도 대표팀은 10일 모로코전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이날 신태용 감독은 김기희, 장현수, 송주훈으로 구성된 스리백 선발 라인업을 내세워 경기에 임했다. 윙백이 전문 포지션이 아닌 이청용을 또 한 번 측면 자원으로 기용했다. 처음부터 삐걱댄 대표팀 수비진은 전반 7분 만에 모로코의 탄난에게 현란한 개인기와 함께 선제골을 허용했고 불과 3분 뒤인 전반 10분, 같은 선수에게 또 한 번 실점하며 자멸 수준의 경기력을 이어갔다.

10월 A매치 첫 경기였던 러시아전이 상대적으로 선수들 간의 호흡이나 수비 조직력을 갖출 시간이 부족했던 경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모로코전에서는 '실험'은 물론 '승리'에도 초점을 맞춘 전술과 전략이 필요했다. 더욱이 우리 대표팀과 달리 현재 아프리카 지역 최종예선을 한창 진행 중인 모로코는 3일 전 치른 가봉과의 최종예선 경기에 나섰던 A대표팀 최정예 자원들이 이날 우리 대표팀과의 평가전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선제골을 넣은 모로코의 탄난은 월드컵 9회 연속 출전국인 한국을 상대로 A대표팀 경기에서 10분 만에 멀티골을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쳤고, 모로코의 세번째 골을 기록한 하다는 A매치 출전 4경기 만에 데뷔골을 기록하는 기쁨을 맛봤다.
이른 시간 이미 2골이나 내주자 신태용 감독은 전반 30분도 되기 전에 선수를 3명이나 바꾸며 '실수'를 인정했다. 변칙적인 선수기용으로 공수 모두 순식간에 흔들리자 수비수 김기희, 미드필더 김보경, 공격진에서는 남태희를 빼고 정우영, 구자철, 권창훈을 나란히 투입했다.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운 선수를 전반 45분도 되지 않아 교체하는 것은 감독의 패착에 가깝다.

물론 경기 결과에 당락이 좌우되지 않는 평가전에서 다양한 선수들을 실험하는 것은 용인되는 일이지만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여론이나 경기장 안팎에서의 상황을 생각하면 이날 모로코전은 '실험'을 할 무대는 아니었다. 실험이 필요했다면 적어도 그 전제는 최소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집념과 전략이 전제가 되었어야 하는 경기다. 그러나 또 한 번 무기력함을 입증한 공격진과 이른 시간부터 와르르 무너진 수비진의 불균형은 많지 않은 유럽 원정을 통해 경험도, 입증도, 소기의 전술적 성과도 달성하지 못하는 최악의 2연패만을 남겼다.

공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대표팀은 사실상 2군에 가까운 모로코 신예 선수들을 상대로 기성용, 이청용 등 베테랑 자원은 물론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권창훈에 이르기까지 유럽 각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자원들을 총동원하고도 그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오히려 신예들이 무서운 집중력을 과시한 모로코는 전반에만 두 골을 몰아 넣고도 흔들림 없는 경기력으로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세번째 득점에 성공하는 등 우리 대표팀을 완전히 압도했다.

신태용호는 경기 막판으로 향하던 후반 21분 구자철이 페널티킥을 얻어 내면서 만회의 기회를 만들었고 키커로 나선 손흥민이 득점에 성공해 한 골을 기록했지만 승패를 뒤집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공격력이었다.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지은 모로코는 여유 있는 경기력으로 PK실점 이외에는 사실상 90분 내내 우리 공격진에게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며 일방적인 경기를 펼쳤다.

월드컵 본선을 향해 본격적으로 닻을 내린 신태용호는 그 첫발을 내딛은 유럽 원정, 그것도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개최국과의 대결, 아프리카 복병과의 싸움에서 지리멸렬한 경기력과 전술만을 반복하며 자멸했다. 한 번은 실수지만, 반복하는 것은 실패다. 더욱이 그곳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다. '실험'이라는 기만도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 보인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SBS스포츠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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