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방송일 2007.10.28 (월)
창사특집 자연史다큐멘터리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기획의도 나는 누구인가.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주제다. 철학에서 시작해 생물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 화석은 이전에도 우리와 닮은 인간이 있었고, 과거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정작 마음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물음표 투성이다. 마음과 행동은 화석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곳곳의 학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과 유전자 차이 1.23%, 현생 인류와 공통조상을 가진 침팬지를 연구함으로써 그 실타래를 풀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연구하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침팬지에게도 문화가 있고, 지능이 있고, 마음이 있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사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더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본 프로그램은 인간을 자연 속에 재 위치시켜 진화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자연사다큐멘터리이다. 5년간 15개국을 취재, 유인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인류 진화에 관한 보고서! 침팬지를 통해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역사를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1부 - 배려는 진화의 힘 휴머니즘, 인간미, 사람답다, 인간적이다... 대체 인간답다는 것은 어떤 뜻일까? 그 속에는 ‘좋은 것은 인간의 것’, ‘나쁜 것은 짐승의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 1) 네덜란드 아넴 - 침팬지 사회의 축소판 인간과 비슷하지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침팬지들. 침팬지 집단은 어떻게 유지되는 걸까. 흔히 우리가 동물의 세계를 적자생존, 약육강식 등의 논리로 바라보듯, 침팬지 집단도 경쟁만 있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침팬지 사회는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개체 간 싸움도 빈번하다. 그러나 그 속에도 나름의 규칙과 질서, 정이 있다. 네덜란드의 아넴, 침팬지 마을은 침팬지들의 사회적 지능을 살펴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침팬지들은 집단을 유지하는 나름의 질서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음식도 나눠먹고, 갈등도 해결하고, 또 서로 돕기도 하면서 집단을 유지시켜 나간다. 오로지 힘과 권력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때때로 나누고 돕고 배려하는 과정 속에서 집단의 평화가 유지된다. 2) 침팬지도 협동할 수 있을까? 협동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과 목적을 공유하고, 서로의 행동을 맞추어 함께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우간다의 은고고 지역 침팬지들은 역할을 나누어 사냥을 하고 그 고기를 나누어 먹는다. 그렇다면 과연 침팬지에게도 협동 능력이 있는 것일까? 영장류 학자들은 이를 알아보기 위해 아주 재미있는 실험 장치를 개발해 냈다. 바로 ‘줄당기기 실험’이다. 두 마리의 침팬지가 먹이가 들어있는 그릇과 연결된 줄을 당겨 먹이를 얻는 것이다. 만약 한 마리만 줄을 당길 경우나, 서로 동시에 줄을 잡아당기지 않으면 줄만 따라오게 되고 먹이가 담긴 그릇을 끌어올 수 없다. 어떤 침팬지들이 협력을 잘 하고, 또 어떤 침팬지들이 잘 하지 못할까? 과학자들은 그들의 협력하는 능력이 침팬지 각각의 성격, 즉 관용도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3) 너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야 속일 수도 있다 마음이론이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생각하는 능력이다. 즉, 상대방과 입장을 바꾸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다. 침팬지가 이러한 능력이 있는 지는 아직까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거울 실험을 통해 침팬지뿐만 아니라 원숭이, 코끼리들도 거울을 보고 그 속에 있는 모습이 자기 자신임을 인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이 다른 이의 마음까지 읽을 수 있을 것인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속임수 실험이다. 어떤 사람을 의도적으로 속인다는 것은,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그 생각을 잘못된 방향으로 바꾸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실시된 속임수 실험에서 침팬지들은 적극적으로 상대방을 속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4) 평화를 사랑한 유인원, 보노보 국내 방송 최초로 공개되는 잊혀진 유인원, 보노보! 피그미 침팬지라고 불리었던 보노보는 ‘배려’가 사회를 평화롭게 유지시키는 힘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들은 매우 자유분방한 성행위를 하는 유인원으로 알려져 있다. 발정기에만 교미를 하는 여타 침팬지와 달리 거의 매일, 다양한 방식으로 성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성행위는 에로틱한 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긴장 상황이나 싸움이 일어나기 전, 성적 접촉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데, 이는 일종의 악수나 포옹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이들은 전쟁대신 사랑을 선택한 것이다. 학자들은 보노보의 감정체계가 인간과 아주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폐렴으로 숨진 동료의 시체를 지켜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것은 상대방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친 새를 보호하고 날려 보낸 일례는 우리가 잊고 지낸 우리 자신의 모습을 일깨워준다. 5) 잊혀진 본성, 이타적 유전자 동물원에 추락한 어린아이를 구출해내는 고릴라, 지하철에 추락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선로로 뛰어든 사람들... 이들의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상대방이 울면 함께 울고, 웃으면 함께 웃게 되는 감정의 전염현상. 타인의 상황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공감장치가 침팬지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있을 수 있다고 동물 행동학자, 프란스 드왈은 이야기한다. 즉 우리 안에 이타적 본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6) 침팬지와 우리가 다른 까닭은? 인간과 침팬지는 모두 다 남을 도우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힘이 침팬지에게는 부족하다. 상대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유연하게 알아차리지 못하고, 상대가 나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한다. 침팬지는 서로 돕기도 가능하고, 이타적 성향도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막스플랑크 진화 인류학 연구소의 브라이언 박사는 이것이 침팬지들이 협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감정의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누군가와 함께 뭔가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의 이익이 없더라도, 함께 하고 싶다... 혹은 나에게 돌아오는 것이 없다고 해도 내가 좀 양보하고 같이 해야지... 다른 이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마음... 이러한 감정이 생겨야 하는데, 그것이 침팬지들에게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감정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라고 이야기한다.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것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7) 배려하는 마음이 진화한다. 유인원을 통해 이타심의 뿌리를 발견했다. 인간의 따뜻한 마음은 어쩌다 출연한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진화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과 함께 살려고 하다 보니 좀 더 발달된 것이라는 얘기다. 인간은 자신의 집단 안에서 다른 이와 협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집단을 넘어서 다른 이를 이해하고 협력할 수 있다.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이기적 유전자는 인간 본성이 이기적인 것으로 잘못 해석되어, 인간 사회를 냉혹한 적자생존의 장으로 몰고 간 경향이 있다. 때문에 배려와 성공은 함께 갈 수 없는 별개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실천하기 어렵고, 또 잊고 살기 쉬운 삶의 원칙, 배려!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배려들이 모여 지금의 나 자신을 완성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기억해내야 할 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