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방송일 2007.11.04 (월)
창사특집 자연史다큐멘터리 침팬지 사람을 말하다 기획의도 나는 누구인가. 우리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주제다. 철학에서 시작해 생물학, 인류학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가장 알고 싶어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욕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 못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해 지구 곳곳에서 발견된 화석은 이전에도 우리와 닮은 인간이 있었고, 과거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정작 마음에 관한 부분은 여전히 물음표 투성이다. 마음과 행동은 화석을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곳곳의 학자들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인간과 유전자 차이 1.23%, 현생 인류와 공통조상을 가진 침팬지를 연구함으로써 그 실타래를 풀어보기로 한 것이다. 그들을 연구하면서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침팬지에게도 문화가 있고, 지능이 있고, 마음이 있다. 인간의 역사는 자연사라는 큰 틀에서 바라볼 때 더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본 프로그램은 인간을 자연 속에 재 위치시켜 진화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자연사다큐멘터리이다. 5년간 15개국을 취재, 유인원을 통해 새롭게 해석되는 인류 진화에 관한 보고서! 침팬지를 통해 우리 자신을 겸손하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잊고 지낸 마음의 역사를 재구성해 보고자 한다. 2부 - 침팬지들의 석기시대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는 명제는 이미 오래 전 이야기가 돼 버렸다. 일반 사람들이 흔히 인간보다 덜 진화한 동물이라고 생각하는 침팬지가 야생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도구 사용 능력은 사람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인간은 도구를 잘 만드는 동물’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침팬지의 돌망치와 인간의 휴대폰 사이에는 대체 무엇이 있을까. 인간과 침팬지 1.23%의 유전자 차이. 그 차이에 담겨진 것은 무엇일까. 1) 침팬지들의 석기 시대 서아프리카 기니 보소의 침팬지들은 야생에서 나는 과일을 주식으로 하지만 우기가 찾아오고, 철에 따라 과일이 부족해지면 새로운 먹이를 찾아 나선다. 이때 기대는 것이 바로 항상 열려있는 견과.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알맹이는 단백질 공급원이면서 침팬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영양소다. 그러나 껍질이 너무 단단해 먹기 위해서는 뭔가 방법이 필요하다. 이때 침팬지들이 사용하는 것이 바로 돌망치! 받침돌과 쐐기돌, 망치돌 이렇게 세 개의 돌을 합해 열매를 깨는 하나의 도구를 만들어낸다. 침팬지들의 석기시대인 것이다. 2) 다양한 도구 사용과 제작 능력 견과류 깨먹기 뿐만 아니라, 침팬지들의 도구 사용 능력은 사람들의 기대치를 훌쩍 넘는다. 막대를 사용해서 해조류를 떠먹고, 나뭇잎을 씹어서 스폰지처럼 만든 후에 물을 적셔서 먹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새로운 연구 성과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보소 지역의 침팬지가 개미의 종에 따라 낚시 도구로 쓸 나뭇가지를 선택적으로 길거나 짧게 다듬는다는 것. 이것은 상황에 따라 도구를 직접 만들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침팬지들의 도구 사용은 서식지마다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특히 콩고 지역의 침팬지들은 지하 개미 낚시를 위해 도구를 세트로 사용한다. 두꺼운 나무막대로 땅을 파서 지하 개미집으로 연결된 터널을 만들고, 터널 속에 얇은 나뭇가지를 집어넣어 개미를 사냥하는데, 이때 개미가 좀 더 많이 들러붙도록 나뭇가지 끝을 씹어 붓처럼 가공하기도 한다. 자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을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시키는 능력이 있다. 3) 공부하는 침팬지 AI - 언어가 없어도 개념은 있다. 천재 침팬지 아이는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와 마쓰자와 박사팀이 30년 간 진행해 온 인지능력 연구 프로젝트의 중심이다. 언어가 없는 침팬지 아이는 컴퓨터 터치스크린을 통해, 인간 세상과 대화를 나눈다. 극도로 단순화된 쓰기 시스템인 렉시그램을 통해, 물체 이름과 색깔을 배우고, 숫자를 익힌다. 아이는 8살 때 14가지 이상의 물체 이름과 11가지 색깔, 6자리 숫자까지 배울 수 있었다. 4) 창의적이라는 것은? 인간은 흔히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창의적으로 해결한다. 새로운 문제에 대처하는 법. 이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인지 능력인 걸까. 보소 지역은 침팬지와 인간이 같은 서식지를 공유하며 살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한다. 개발의 물결이 들이닥치면서 서식지 중앙을 관통하는 도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침팬지들은 이 도로를 건너야 하는 상황이 종종 생겨난다. 수만 년간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에 직면한 침팬지들, 과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오랑우탄을 대상으로 재미난 실험이 행해졌다. 고정된 긴 원통 속에 들어있는 땅콩 한 개. 손도 닿지 않고, 원통을 움직일 수도 없다. 어떻게 땅콩을 빼먹을까. 오랑우탄은 어떤 방법으로 이 문제를 풀 것인가. 5) 침팬지들의 학습과 인간의 학습 그 사이에 뭔가가 있다! 그러나 분명 지금의 인간과 침팬지는 달라졌다. 그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일본 교토대 영장류 연구소의 마쓰자와 박사는 학습에 주목한다. 사람이 지능적이 되는 데에는 학습이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과연 침팬지들에게도 학습이 있을까? 마쓰자와 박사는 침팬지에게 학교는 없지만 학습은 있다고 말한다. 새끼 침팬지들은 스스로 견과를 깨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어른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자기 나름대로 시도를 해본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한다. 마쓰자와 박사는 침팬지들의 학습이 일본의 초밥요리사들이 기술을 터득하는 과정을 닮았다고 말한다. 부모의 가르침 없이 혼자서 보고 배우는 학습인 것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이 적극적인 가르침의 차이에서 온다고 이야기한다. 6) 인간을 뛰어넘은 침팬지들의 능력 - 서로 다르게 진화했다. 인간이 좀 더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가지는 동안 침팬지들은 뭘 했을까? 그들은 인간보다 덜 진화한 동물인걸까? 교토 영장류 연구소의 침팬지 아이와 아유무는 인간보다 뛰어난 지적 능력(순간 기억 능력)으로 진화에 대한 잘못된 관점을 뒤집는다. 아유무는 스크린에 있는 무작위로 떠있는 0부터 9까지 숫자의 위치를 0.5초 이내에 기억하고, 그 숫자들이 모두 가려졌을 때 0부터 9까지 순서대로 하나하나 터치할 수 있다. SBS에 모인 사람들이 침팬지의 순간기억능력에 도전해 본다. 과연 인간은 침팬지의 순간 기억능력을 넘어설 수 있을까? 또한 침팬지가 인간보다 순간기억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인류와 침팬지의 일반적 조상은 같은 종류의 기억능력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진화 단계에서 우리는 언어에 관련된 능력을 발전시키면서 이러한 기억능력을 잃어버렸다. 뇌가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기능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잃어버려야 했던 것이다. 침팬지는 또한 위아래가 바뀐 얼굴 사진을 알아보는데 인간보다 능하고, 목소리와 얼굴을 연결시키는 것도 더 잘한다. 진화는 얻는 것과 동시에 잃어버리는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각자의 환경에서 동등한 진화의 시간을 지나왔다. 때문에 모든 생명체는 그 자체로 동등하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