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궁금한 그 이야기 - 큐브 Cube
방송일 2009.12.11 (토)
1.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용서 - 아들 납치범을 용서한 아버지 지난 5월, 대구광역시. 김재현氏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납치됐다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산 속 폐가에 손발이 묶인 채 감금돼있던 아이는 납치범이 몸값을 요구하러 자리를 비운 사이에 주변을 지나던 산불감시원에게 발견돼 구출되었다. 검거된 납치범은 아이를 둘이나 둔 가장이었다. 그런데 사건 발생 5개월 후, 법원에 뜻밖의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납치범을 용서하니 부디 형을 감경해 달라는 피해자 부모의 탄원서였다. 어떤 조건도 붙지 않은 용서였다. 재판부는 그 뜻을 참작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자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한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용서하는 것이 가능할까. 제작진과 만난 김재현氏는 자신이 용서하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밝혔다. 처음에는 자신도 똑같은 방식으로 복수하고 싶었단다. 하지만 그것이 아들의 상처를 극복하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가 죗값을 치르고 나와 건강한 한 사람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진정한 치유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 납치범 부부의 진심어린 뉘우침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아직 용서는 끝나지 않았다. 그가 사회로 돌아와 제대로 사는 걸 봐야 비로소 용서가 끝날 것이다’ 고 말하는 김재현氏. 그를 통해 ‘용서’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2.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실종 - 칠순 노모의 실종, 그런데 엄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어머니(76세)가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전날 밤에 아들과 말다툼을 한 것 이외에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렇다고 범죄에 연루된 흔적도 없다. 어머니를, 아내를 찾아 나선 가족. 그런데 막상 찾으려고 보니 어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평소 누구와 친했었는지, 어디에 가고 싶었었는지, 심지어 어디 아픈 곳은 없었는지... 실종이후 드러난 첫 행적은 전남 순천의 한 중국집. 집(경북 성주)에서 5시간을 차로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런데 왜 그곳에 갔는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어머니가 가끔 들르던 한 병원에선 당신이 간질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자식은 물론 남편도 전혀 모르던 일이었다. 그제서야 엄마에 대해, 아내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처절한 후회가 가슴에 사무치는데...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남편을 위해 희생한 한 여인. 언제나 당신이 있던 그곳에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있을 것 같아 한 번도 눈여겨보지 않았던 어머니. 한 칠순 노모의 실종을 통해 잊고 있었던 우리 어머니의 모습을 찾아보자. 3. 민원중독 김 교수. 왜 멈추지 못하나? 오전 6시 40분,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오늘도 역장은 전 직원에게 비상벨을 울린다. 화장실도 가지 마라, 전화도 받지 마라, 전원 근무 위치로! 그리고 잠시 후 한 여인이 역에 들어선다. 그분이다. 압구정역에선 대통령보다 무섭다는 그녀다. 지난 2004년 8월 이후 지금까지 그녀가 서울 메트로 홈페이지에 올린 민원만 500여 건, 전화 민원까지 합하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렵단다. 민원의 대부분은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냥 지나치기 마련인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하지만 한 번 민원이 올라오면 그에 따른 조치 결과를 신속하게 상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직원들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란다. 보다 못한 직원들이 그녀를 찾아 나섰는데, 뜻밖에 그녀는 한 대학의 교수였다! 직원들이 학교에 찾아가 더 이상 민원을 올리지 말아달라고 일인시위를 하는가 하면 메트로 사장은 김 교수의 민원 처리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래도 민원이 계속되자 급기야 지난 달 말, ‘민원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제작진, 김 교수와의 만남을 시도하는데... 인터뷰를 거부하던 김 교수, 어렵게 제작진에게 입을 열었다. 그리고 속내를 털어놓는데, 그녀는 왜 그렇게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것일까. 4. 당신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입니까? ※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 만약 당신이 6개월 시한부 인생이라면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지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우리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 것인가. 무엇을 후회하고 무엇을 시도하게 될까. 1. 24살, 미혼의 정례氏(위암 말기) - 사과 한 쪽을 먹고 싶다. 2. 53살, 정봉인氏(폐암 말기) - 아내와 손잡고 낚시를 가고 싶다. 3. 46살, 이영주氏(위암 말기) -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4. 43살, 박기석氏(간암 말기) -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고 싶다. 지난 11월 말, 박기석氏는 의식이 몽롱한 가운데 아내와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식도 못 치르고 평생 고생만 시킨 아내였다. ‘여보, 정신 차려. 우리 지금 결혼식하는 거야’. 흐려진 의식 너머로 아내 목소리가 들리는 지 작은 미소가 얼굴에 흐른다. 그들의 마지막 소망은 의외로 소박하고 작은 것이었다. 같은 질문에 건강한 일반인 500명은 어떻게 답했을까? 죽음을 눈앞에 둔 말기암병동 환자들이 말하는 버킷리스트. 그들의 목록을 가만 들여다보면 오늘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할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