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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회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방송일 2011.01.21 (토)
- 엄마는 왜 갓난아기를 버려야 했나?
- ‘무엇’이 조폭의 마음을 움직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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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는 왜 갓난아기를 버려야 했나?
-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고자 갓난아기를 버린 한 아기 엄마의 안타까운 이야기.

매서운 겨울바람에 살이 애일 것 같던 지난 1월 8일. 구미의 한 교회에 의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요? 지금 바로 주차장에 있는 승합차 쪽으로 가보세요. 얼른요!!”

한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 정황을 묻기도 전에 여자는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일어난 걸까? 서둘러 주차장으로 달려간 교인들은 그곳에서 하얀 포대기에 둘둘 말린 채, 시멘트 바닥에 누워있는 아기를 발견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이 ‘신생아’를 버린 비정한 엄마는 누구일까? 그러던 그때, 아기의 품속에서 엄마가 쓴 것으로 보이는 편지 한 통이 발견됐다.

“사정이 안 되어 아기를 교회에 맡깁니다.
부디 좋은 엄마를 만나게 해 주세요.” - 엄마의 편지 中

일반적인 영아 유기 사건이라면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없도록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당일 발견된 아기의 손목에는 신생아 인식표(태어난 날짜와 성별, 엄마의 이름이 적혀있는 팔찌)가 채워져 있었는데...

대체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기에,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 된 이 핏덩이를 차디찬 교회 주차장 바닥에 놓고 떠난 걸까? 신고를 받은 경찰이 사라진 아이의 엄마를 찾아 나섰다. 단서는 신생아 인식표에 적힌 엄마의 이름과 태어난 날짜가 전부. 구미 시내에 있는 모든 산부인과들을 일일이 탐문한 결과, 마침내 단서와 일치하는 병원을 찾아냈다!

“도착한지 8분 만에 아기를 낳고선,
뭐가 그리 급한지 다음날 바로 퇴원하셨어요.” - 산부인과 간호사

며칠 뒤, 영아 유기 혐의로 엄마가 경찰에 소환됐다. 남편도 함께였다. 장터에서 채소를 팔며 어렵게 4남매를 키우고 있다는 부부. 경찰서에 와서야 모든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남편은 그동안 아내의 임신사실 조차 몰랐다고 했다. 아내는 임신 후 산부인과에 가 본 적이 없어서 출산예정일 조차 몰랐지만, 왠지 느낌상 그날 아기를 낳을 것 같아서 119대원들과 함께 병원을 찾았다는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 자신보다 더 좋은 엄마를 만나게 해주고 싶었다며 끝내 눈물을 보이고마는 엄마. 세상 어느 엄마가 자기 배 아파 낳은 자식을 다른 누군가의 품으로 떠나보내고 싶었을까. 사랑보다 깊은 모정(母情). 그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본다.

# ‘무엇’이 조폭의 마음을 움직였나
- ‘악’으로 흉악 범죄를 일삼던 한 조직폭력배. 그에게 ‘편지’한 통이 미친 영향은?

유난히 추웠던 어느 겨울. 서대문 경찰서 이대우 강력반장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당신이나 나나 기생충 피 빨아먹는 쓰레기 같은 족속이지.
길거리에서 나 안 만나게 해달라고 기도나 하시지.” - 쓰레기 같은 인간 권00

한 글자 한 글자, 분노를 담아 꾹꾹 눌러 쓴 이 편지의 발신지는 다름 아닌 교도소였다. 발신인은 한 조직폭력배의 일원으로 살인미수와 방화 등 10년형을 살고 나온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범죄를 저질러 2005년 이대우 형사에게 잡혔던 범죄자였는데... 그는 이 사건으로 6년형을 선고받고 다시 또 차가운 철창 너머 속 세상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인한 짓을 자식에게 서슴없이 한 아버지.
어렸을 때부터 죽이고 싶었습니다.” - 권氏의 옥중편지 中

어린 시절, 그에게 ‘아버지’는 존재 하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공포였다. 매일매일, 자신과 엄마를 죽일 듯 때렸던 아버지. 고작 아홉 살 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살기위해 가출을 감행했다. 아버지 곁만 떠나면 모든 것이 해결 될 줄 알았지만, 세상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신문팔이 조직의 앵벌이로 도둑질을 하며 거리를 떠돌던 권氏는 14살, 손가방을 훔치다 잡혀 처음으로 소년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 후 그는 또 다른 범죄로 목포 교도소에 수감되었고, 목포교도소에서 공주교도소로 공주에서 영등포로, 그 다음엔 의정부 교도소로... 그렇게 남자는 서른여섯 인생 중 20여년의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빨간 줄로 얼룩진 전과기록과 ‘악(惡)’  뿐이었다.

“죽으려고 했습니다. 내게는 희망도, 삶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살 수 있는 희망을 찾고자 편지를 씁니다.” -권氏의 옥중편지 中

수용자번호 1590. 교도소에서 어렵게 만난 그는 파르라니 깎은 머리에 다부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기거하고 있는 수용실로 가보니 책과 편지들로 빼곡했다. 얼마 전 독학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기술 자격증까지 땄다는 남자. 그의 눈은 고요하고, 또 평온했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서 ‘악’을 찾아 볼 수는 없었다. 이제야 세상과 마주할 진짜 용기가 생겼다는데...무엇이 그를 바꾼 것일까?

악으로 가득 찬 전직 조폭의 마음을 돌린 한 통의 편지. 도대체 그 편지 속에 어떤 이야기가 적혀 있었기에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세상을 원망하고 부수고 싶어 했던 남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었던 것 일까? 수감생활 20여년. 삶의 밑바닥에서 그를 끌어올린 ‘편지’의 의미를 찾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