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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회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방송일 2011.03.11 (토)
- 기억을 잃은 아내. 어떻게 내 사랑을 전하나 ?
- 미네르바? 미네르박? 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 18세 소년 절도범. 그는 왜 여장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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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억을 잃은 아내. 어떻게 내 사랑을 전하나?
- 자고 나면 어제의 기억을 잃는 아내에게 사랑을 각인시키고픈 남편의 애틋한 이야기.

쌀쌀한 바람이 부는 아직은 이른 어느 봄날의 공원. 연인들 속 조금은 특별한 커플이 눈에 띄었다. 보라색 옷에 화려한 핑크색 모자를 커플룩으로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산책을 하는 백발의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들은 부부일까? 연인일까? 지나가는 이들의 질문공세는 끊이지 않았는데... 그런데 놀랍게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누군지 모른단다.

“남편? 나는 남편 없는데... 이 할아버지는 남편 아니야,
누구냐고? 글쎄... 누구세요?”

홍현봉 할아버지(84)와 이다순 할머니(85)는 65년을 함께 산 부부다. 네 남매를 낳아 출가시킨 후 부부만 남은 집에는 아침마다 기이한 일이 펼쳐진다. 잠에서 깬 할머니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고 처음 보는 집인 양 어색해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것! 더 욱 더 놀라운 것은 65년을 함께 산 할아버지조차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할머니가 이상한 행동을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치매 판정을 받고 난 후부터. 할머니의 기억은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더니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단기 기억 장애도 심해져 할머니의 기억력은 고작 하루뿐. 그 탓에 할머니에게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만나는 낯선 사람이다.

“백번 천 번 말했어요. 사랑한다고...
그래도 아내는 날 기억하지 못하니 아침 말해야죠.”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할머니에게 자신이 ‘남편’이라는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사진을 보여주며 지난 세월을 설명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할머니는 녹내장 후유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은 상태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선택한 방법이 바로 ‘사랑 표현’. 항상 커플룩을 입어 부부임을 알리고, 쉼 없이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며 자신이 남편임을 인식시키는 것. 그렇게 할아버지는 애처가가 되었고, 아내 밖에 모르는 팔불출이 되었다.

“치매, 기억은 지워져도 느낌은 남는다” - 2010년, 미국 아이오다 대학 연구팀

할아버지의 지극정성 때문이었을까? 할아버지의 고백을 들을 때 할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체온과 손길, 목소리를 기억해 낸다. 그렇게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믿고 의지하며 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불안하다. 혹시라도 여기서 더 나빠지게 된다면... ‘나’에 대한 느낌마저 기억해내지 못하게 된다면... 
할아버지는 매일 밤 아내에게 당부한다.

“내일은... 나를 기억해줘요.”

# 미네르바? 미네르박? 나를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미국 내 서열 4위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예측! 08년 원달러 급락을 적중시키며 ‘온라인의 노스트라다무스’로 떠오른 인터넷논객 ‘미네르바! 그가 ‘허위정보’를 유출했다며 [전기통신기본법 위반혐의]로 검찰에 소환, 세상에 얼굴을 드러냈다. ‘명문대학 교수다, 유명애널리스트다, 한명이 아닌 여러 명이다’ 갖가지 추측을 뒤엎고 나타난 남자는 뜻밖에도 30대 중반의 특별한 직업도 없는 소위 백수에 전문대 출신. 그것도 경제와 전혀 상관없는 공대 전공자 ‘박대성’씨였다. 미네르바의 경제 분석을 신봉하던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고 나섰고, 심지어 자신이 ‘미네르바’라는 또 다른 사람 K가 등장하면서 진위여부 논란이 일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에게 ‘미네르바 진위논란’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일 터. 그러나 박대성 자신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 ‘미네르바’, 끊을 수 없는 지독한 꼬리표죠.” - 박대성 씨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에서는 최근 두문불출하며 지낸 박대성씨를 어렵게 만났다. 100kg이 넘는 거구였던 박 씨는 현재 40kg 가까이 살이 빠져,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는 밝은 대낮에도 커튼과 블라인드로 창을 모두 차단하고 있었는데 바깥에서 누군가 자신을 볼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신경이 쇠약해진 탓에 사람을 기피하게 된 나머지 바깥출입을 삼가고 집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는 박 씨. 그의 방 한쪽은 경제관련 서적을 비롯한 책들이 빼곡했다. 그러나 또 다른 방 한쪽을 가득 메운 것은 다름 아닌 고소장과 법률 상식이 쓰여진 프린트물! 여전히 경찰서와 법원을 들락거리며 끝나지 않은 전쟁을 하고 있다는데...

“저는 ‘미네르바가 박대성이랑 다른 사람이다’라는데 제 전 재산을 걸 수 있어요.”
- 네티즌 D씨

박대성씨와 그 주변인들을 ‘똥물에 튀겨 죽여야 할 양아치들’이라고 하는가 하면 ‘닭분쇄기에 넣겠다’고 협박까지 했다는 네티즌들이 있다. 입에 담지 못할 말로 그를 몰아세우는 이유는 단 하나. ‘당신은 미네르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대성은 미네르바 일리가 없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 그들은 왜 미네르바에 집착하는가. 그들에겐 아직 끝나지 않은 ‘미네르바’ 이야기를 들어본다.


# 18세 소년 절도범. 그는 왜 여장을 했나
- 생존을 위해 여장을 선택한 소년, 그 내면에 숨겨진 안타깝고 충격적인 이야기.

지난 목요일, 선배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가방에서 33만원을 꺼내 달아난 18세의 소년이 검거됐다. 흔하디흔한 절도 사건이었지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아이의 외모였다.


“깜짝 놀랐다니까.. 걸을 땐 무릎이 스칠 정도로 사뿐사뿐 걸어요.” - 담당 형사

긴 머리와 짙은 화장은 물론, 짧은 치마에 볼륨감 있는 몸매까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여자 아이. 하지만 그 실체는 사기, 알선, 주거침입, 강도, 절도까지... 미성년자라기엔 너무 화려한 전과를 갖고 있는 18세 소년 임명호(가명)이었다. 놀라운 건 그것뿐이 아니었다. 사기죄로 구속된 작년 5월에는 여장을 한 채로 조사받으며 여자 친구의 이름과 주민번호를 댔지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고, 결국 구치소의 소녀 수용동에서 여자 아이들과 23일 동안이나 생활했단다. 성인 남자들에게 접근해 지갑을 훔치기 위해 처음 여장을 했다는 명호. 단순히 범죄를 위해 여장을 한 줄 알았는데, 명호는 소년원 생활이 끝난 후에도 여장을 계속했다.

“가출해서 밤에 잘 데 없잖아요, 근데 여자라 그럼 쉽게 재워줘요.” - 명호
“여장하면서 성격도 달라졌어요.
전엔 거칠었는데 요즘엔 좀 엄마 같은 느낌?” - 친구 세나

어린 나이에 비해 영악한 수법과 다양한 범죄 전력을 가지고 있는 소년, 하지만 실제로 만난 아이의 모습은 의외였다. 거리에서 낯선 이들의 돈을 뺏으며 거칠게 살았고, 유치장에서도 기 한 번 죽지 않았지만, 가족 이야기를 꺼내면 눈물부터 터졌는데... 남편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명호가 5살 때 집을 나간 엄마와, 집에 있는 시간보다 교도소에 있는 시간이 더 긴 아버지, 수입이 거의 없는 할머니와 어린 동생들까지.. 소년가장이었던 명호의 지난 16년은 언제나 끔찍하기만 했다. 그런데, 여장을 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힘들게 한 달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여장을 하면 며칠 안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키 작고 깡마른 소년이 아닌, 예쁘장한 여자 아이로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쉬웠다. 하지만 명호는 여장을 계속하면서 내면에서 무엇인가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끼지 시작했다는데... 명호가 여장을 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짙은 화장 속에 감추고 있는 소년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