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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회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방송일 2011.05.13 (토)

- 십자가 시신 미스터리, 그는 무엇을 찾고자 했나
- 덤프트럭 돌진! 무엇이 그를 헐크로 만들었나
- 하루하루 지워지는 남편의 기억. '어떻게' 되살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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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자가 시신 미스터리, 그는 무엇을 찾고자 했나
- 문경 폐 채석장의 십자가 형틀에서 죽음을 맞은 한 남자의 미스터리한 행적을 따라서


5월 1일, 경상북도 문경의 한 시골마을. 전직 목사 주氏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집에서 불과 4km 떨어진 곳, 한봉(韓蜂) 자리를 물색하기 위해 지인들과 찾아간 폐 채석장에서였다.

“머리에는 뾰족한 가시로 만든 관이, 양손과 발엔 대못이 박혀 있고...
어떤 사람이 십자가에 했던 예수의 죽음을 그대로 재현했구나, 이럴 수가 있는가.
정말 똑같이 해놨구나.” - 최초 목격자 주氏 증언 中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의 주인공은 58세의 택시기사 김氏. 동료 기사들은 그에 대해 ‘눈에 잘 띄지 않는, 조용하고 말이 없는 사람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혼자 산다는 것과 몇 년 전부터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도 했다.

“동네 사람들하고 눈길 마주치는 것을 피하더라고.
말을 안 하니까 도대체 속에서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지.
하여튼 뭔가 좀 풍기는 게 다른 사람들하고 달랐어요, 독특한 게.” - 이웃 주민 인터뷰 中

청주에서 5년간 개인택시를 운전했다는 김氏는 4월 4일 돌연 택시를 판다. 세 들어 살던 방을 정리하고, 예금 계좌를 해지하는 등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던 것. 휴대전화를 해지하기 전에 했던 마지막 통화는 가족, 그리고 김해에 위치한 제재소였다.

“직접 자른다고 말하면서 그냥 가져가려고 하시더라고요.
못을 안 박아 본 분들도 충분히 박을 수 있는 나무입니다.
여자도 박을 수 있을 정도로.” - 김氏가 목재를 구입한 제재소 판매원 인터뷰 中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는 김氏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십자가 설계도’와 ‘실행계획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사건 당시 상황을 재연해보고, ‘조력자 없이도 자살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린 상태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이 발표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손에 드릴로 구멍을 먼저 뚫고 그 다음 미리 박아놓은 못에 꼈다. 
박힌 못이 뼈를 비켜간 채 관통했기 때문에 손을 움직일 수 있었을 것이다.” - 경찰발표 中

“경찰의 발표대로 뼈 사이를 드릴로 뚫었다고 했을 경우,
주위에 있는 조직들이 드릴 날에 함께 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손가락을 구부리는 힘줄, 손가락을 피는 힘줄이 같이 손상을 받게 되면서
손을 쓸 수 없는 상태가 될 수 있는 거죠.” - 정형외과 전문의 인터뷰 中

논란 속의 ‘십자가 사건’, 우리는 단독 자살이 정말 가능한 것인지 확인해보기 위해 가상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김氏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실행계획서를 바탕으로 재연해보았는데...

“스스로 박는다는 건 쉽지 않다는 거죠.
지금 뒤꿈치를 떨어트리더라도 이렇게 힘들어 하는데
붙어있는 상태라면 더더욱 불가능하단 얘기죠.
현장에서 못이 박혀있던 각도, 방향 등을 더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연하는 모습을 봐서는 거의 불가능 하지 않나...” - 전문가 인터뷰 中

한편 수사과정에서는 2년 前 남자가 최초 목격자인 주氏를 만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직 목사인 주氏가 운영하는 종교 관련 홈페이지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그를 찾아왔었다는 것. 당시 김氏는 ‘성경 속 한 구절’과 그 의미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고 한다. 취재 결과, 우리는 남자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되어줄 그 구절에 대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었는데...

“망상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신념일 수도 있습니다.
‘잘못된 신념’이죠. 내가 이렇게 고난, 즉 어떤 신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결국 ‘예수님처럼 재탄생한다.’,‘예수님이 된다.’고 믿는다면
그 고통을 참을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길 수 있다는 거죠.” - 신경정신과 전문의 인터뷰 中

예수의 죽음을 재현해 남자가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인적이 드문 깊은 산 속,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한 남자의 곁에는 정말 아무도 없었던 것일까? 문경 폐 채석장, 십자가 시신에 얽힌 미스터리를 파헤쳐본다.


# 덤프트럭 돌진! 무엇이 그를 헐크로 만들었나
- 덤프트럭으로 친구들이 있는 컨테이너를 덮친 남자. 그 순간 그의 뇌에선 무슨 일이?

지난 5월 2일 밤 9시 51분, 전남 구례의 작은 마을을 뒤흔든 거대한 폭음!

“폭탄이 떨어진 줄 알았어요. 쾅! 소리가 나면서 몸이 하늘로 붕 뜨는데...”

사고가 발생한 곳은 트럭 운전기사들이 쉬고 있던 컨테이너. 찢기고 부서진 컨테이너 한가운데에 15톤 덤프트럭이 멈춰서 있다. 주차된 두 대의 차를 밀어내며 그대로 돌진해 컨테이너를 들이받은 것이었는데... 아수라장이 돼버린 참혹한 사고 현장. 이 사고로, 지인을 만나기 위해 컨테이너를 찾은 40대 남자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두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는데... 이 처참한 사고를 낸 운전자는 이氏(48세).

“트럭 한 대가 컨테이너 쪽으로 오더니 35미터 전방에서 멈춰 섰당께요.
그렇게 30초 정도 지났나? 별안간 돌진하더라니께...” - 목격자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 도로변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사고현장은, 일부러 트럭을 몰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그 안쪽 컨테이너까지 들어갈 일이 거의 없다는데... 그는 왜 덤프트럭을 몰고 컨테이너로 향했을까? 또 사고 직전 그 앞에 멈춰 서서 무슨 생각을 했던 것일까? 제작진은 이모씨와 친분이 있는 직장동료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평소에 이氏랑 신氏 둘이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날 저녁에도 컨테이너 앞에서 멱살잡이를 하고 싸웠었지...” - 직장동료

사건 당일 오후 5시쯤. 다툼이 있었다는 이氏와 후배 신氏.  동료들이 말려서 집으로 돌아간 이氏는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신 뒤 다시 나갔다는데... 술에 취한 그가 다시 발견된 곳은 근처 파출소. 자신이 사고를 냈다며 횡설수설했다는 것. 그런데 그는 사고를 냈다는 것만 기억할 뿐,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을 벌였는지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당시 그의 혈중 농도는 0.175로 만취 상태! 이氏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이런 일을 벌일만한 위인이 아니라고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평소 너무  조용하고 착실했기에 이氏가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 게다가 이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는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신氏가 아니라 이곳에 놀러 온 이氏의 친구였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도 함부로 때린 적 없다는 남자. 이 남자를 헐크로 돌변하게 한 알콜! 작은 시골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덤프트럭 돌진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본다.


# 하루하루 지워지는 남편의 기억. ‘어떻게’ 되살리나
- 사고로 기억을 잃어가는 남편을 위해 제주도 천연 요리를 만드는 부인의 사랑 이야기

바람의 섬, 제주도. 이곳에 20여 년 째 하루도 빠짐없이 보물을 캐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가 보물을 캐는 곳은 뒷동산, 뒤뜰의 돌담 사이, 그리고 장독대 뒤켠...

“저도 막 궁금할 때가 있어요. 하나하나 먹어서 좋다는 게 신기하지 않습니까?”

대지의 기운을 받아 건강하게 자란 쑥과 배추, 민들레... 그리고 방풍, 석창포 등 이름 모를 약초들이 수 십 년 째 그녀가 캐고 있는 '보물'. 그녀의 손을 거쳐 맛있는 요리로 재탄생된 '보물'들을 곧장, 남편의 입으로 들어간다.

같은 초등학교 교사와 직원으로 일하다 부부의 연을 맺은 오승완(71세), 양춘선(70세) 부부. 마흔 살이 넘어설 무렵, 남편은 출근길에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다. 사랑했던 부인과 토끼 같은 자식들도 알아보지 못한 채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있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남편이 깨어나길 기도하며 주사기로 미음을 먹이는 일뿐. 아내의 정성에 남편은 40여일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 “아버님, 오늘 오전에 뭐했는지 기억나세요?”
- “오전에 뭐했는데?... 생각이 안 나는데...”

사고 이후, 남편의 머릿속엔 커다란 '지우개'가 생겼다. 과거의 기억들은 물론이고 어제 만났던 사람의 얼굴, 몇 시간 전에 했던 일, 함께 나눴던 대화들도 금방 머릿속에서 지워진다.

사고 이후, 부인에게 요리는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약을 짓는 과정이 되었다. 기억력에 좋다는 쥐눈이콩(검은콩)을 직접 유기농으로 재배, 말리고 볶고 손수 두부를 만들어 남편에게 먹이고 석창포, 방풍 등 치매에 좋다는 온갖 약초들을 남편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요리한다. 머리에 좋은 견과류와 당근, 감자, 호박 등 영양이 가득한 야채를 듬뿍 넣어 오색 야채 볶음을 만들고 고혈압과 신경통에 좋다는 민들레 잎으로 겉절이를 만든다. 아내는 남편의 기억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정성껏 음식을 만든다. 그리고 아내는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글로 기록하고 밤마다 남편에게 읽어준다. 이 모든 것이 하루하루 지워지는 남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다.

부인의 정성 때문일까. 남편의 상태는 다행히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여전히 아내의 옷을 자신의 옷으로 착각하고, 조금 전의 일들을 금방 잊어버리지만... 아내의 웃는 얼굴과 따뜻한 손길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젊은 시절, 부부가 함께 한 좋았던 추억들도 떠올린다. 기억은 조금씩 지워지지만, 사랑은 쉽게 지워지지 않기에 부부는 오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