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72회 궁금한 이야기 Y

당신이 궁금한 이야기

방송일 2011.05.20 (토)

- 공중부양 묘지, 그곳에선 무슨 일이?
- 쓰레기 빌딩, 아들은 ‘왜’ 떠나지 못하나
- 역주행 미스터리, 그 차는 ‘왜’ 멈추지 않았나

──────────────────────────────────────


# 공중부양 묘지, 그곳에선 무슨 일이?
- 공중 부양하듯 아파트 3층 높이로 솟은 묘지 4기. ‘돈’을 둘러싼 현대사회의 우화(寓話)

평택에 시골마을 한복판에 흙기둥 3개가 우뚝 솟아있다. 2만 3천여 제곱미터, 서울광장 2배 크기의 넓은 땅 중간 중간에 솟아오른 흙기둥. 그 위에는 떼를 곱게 입힌 무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10m 가까운 높이에 무덤이 붕~ 떠 있는 믿기 힘든 기이한 광경!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돼버린 것일까.

“공사 시작했는데도 안 옮기니, 도대체 왜 묘를 안 빼는지 모르겠어요.” - 땅 주인

이곳은 원래 60기가 넘는 무덤이 있던 정씨 종중의 선산이었던 곳! 작년 1월, 개발업체가 ‘한옥마을’을 짓기 위해 종중의 회장으로부터 이 땅을 사들였다는데... 종중에서는 6개월 내에 묘를 이장하기로 했지만, 약속은 쉽게 지켜지지 않았다. 급기야 개발업체는 무덤이 없는 곳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4기의 무덤만큼은 도무지 옮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나머지 산을 몽땅 깎아냈고, 무덤이 있는 부분만 흙기둥처럼 남겨진 것.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덤을 받치고 있는 흙기둥이 비바람에 자꾸만 무너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손들은 무덤을 옮기지 않고 있다는데...

“세상에 불효도 이런 불효가 어딨어요.
나는 가나다라 보다 제사를 먼저 배운 사람이에요.” - 흙기둥 위 무덤의 자손

부모님과 조부모까지 이곳에 모시고 있다는 남자는 무덤이 무너질까봐 신경안정제로 버텨왔지만, 비가 오면 맘 편히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유난히 어머니에게 의지했던 그에게 이곳은 힘들 때마다 넋두리를 하던 안식처였다고. 그리고 애당초 이 산을 파는 것에 찬성한 적도 없고, 종중에서는 자기의 동의 없이 이 땅을 팔았다는데... 그는 조상님들께 차마 고향 선산을 떠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단 하나, 다시 조상의 선산을 되찾는 것뿐. 묘지 주인과 정씨 종중, 그리고 개발업체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동안 반년이 흘렀다. 그 동안 무덤을 받친 흙기둥은 점점 깎여나가고, 장마철은 다가온다. 하루 빨리 합의점을 찾아야할 때. 팽팽하게 이해관계가 맞서는 가운데 공중부양 하듯 붕 떠있는 무덤. 그 씁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 쓰레기 빌딩, 아들은 ‘왜’ 떠나지 못하나
- 함께하기 위해 쓰레기로 뒤덮인 건물에서 살고 있는 한 母子의 남다른 가족애 속으로.

충북 음성 시내에 자리 잡은 3층 건물! 평범해 보이기만 한데,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눈살을 찌푸린다. 바로 건물 앞이며 계단, 사무실에 가득 쌓여있는 쓰레기 때문! 찢어진 소파, 폐타이어, 곰팡이 핀 옷에 썩은 북어까지... 온갖 쓰레기들이 빌딩 안 공터를 가득 메우고 있다. 게다가 빌딩 옆 세차장에는 어마어마한 높이의 폐지까지 쌓여있으니, 빌딩 안과 주변은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쓰레기장’이다. 악취가 진동하는 이 쓰레기 빌딩의 주인은 52세의 여상봉 氏.

“평생... 포기만 하고 살았어요, 포기만.” - 여상봉 氏 형

“안됐지... 엄마랑 누나 뒤치다꺼리 하느라 자기 인생은 포기했으니까.” - 여상봉 氏 친구

상봉 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와 정신지체장애 1급인 누나의 곁을 지키고 있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어머니와 누나는 몇 년 전부터 쓰레기를 주워와 집안과 빌딩 주변에 쌓아놓기 시작했다. 말리면 말릴수록 심해지기에 그저 말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여상봉 氏. 이렇게라도 함께 할 수 있어 더 바랄 게 없다는데...

◆ 20대 - 결혼을 포기하다.
형님 내외들이 어머니와 누나를 모시며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남자. “어떤 여자가 내 곁을 지킬 수 있을까?” 결혼을 포기했다.

◆ 30대―술을 포기하다.
쓰레기를 줍기 위해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한 어머니. 친구들과 나누는 술 한 잔이 유일한 낙이었던 남자는 결국 술을 끊고 어머니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40대 - 안락을 포기하다.
시골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 도시로 떠나기 시작하면서, 남자는 카센터를 운영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람이 많은, 도시로 가야 한다. 그러나 고향을 떠나려하지 않은 어머니 때문에 그 마저도 결국, 포기했다.

“포기요? 하하하. 뭐 하나 얻으려면 하나를 잃어야하는 게 인생 아닌가요?” - 여상봉 氏

결혼, 취미, 편안한 생활, 그 모든 포기한 여氏는 오늘도 쓰레기더미 속에서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남자의 얼굴에는 언제나 그 특유의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이들에게 손사래를 치며 이야기한다.

“전 포기한 적 없어요. 포기한 게 아니라 끈질기게 지켜낸 거죠. 가장 소중한 것을!” - 여상봉 氏

사람들은 ‘가족 때문에 인생을 포기했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소중한 것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지킬 거라고 말하는 남자. 그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쓰레기 빌딩 속에서도 ‘행복’을 노래하는 가족의 ‘남다른 이야기’를 들어본다.


# 역주행 미스터리, 그 차는 ‘왜’ 멈추지 않았나
- 운전 中 갑자기 기억이 사라졌다는 차량 운전자. 사고 순간 그의 뇌에선 무슨 일이?

지난 5월 12일 오후 3시 30분. 충북 청주의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이상한’ 뺑소니 사고가 발생했다.

“멀쩡하게 잘 달리던 흰색 차가 갑자기 이리 꽝! 저리 꽝! 부딪치면서...” - 목격자

3차로를 달리던 흰색 승용차, 인도와 차도의 경계면과 부딪친다. 차는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1차선으로 치고 나오면서 달리고 있던 택시와 충돌했다. 가해 차량 운전자는 사고 상황도 살피지 않은 채 그대로 내달렸다. 뺑소니였다. 대담하게 중앙선까지 넘어섰다. 도로를 질주하던 흰색 승용차는 마주오던 어린이집 승합차와 부딪친 뒤, 잇달아 트럭과 정면충돌하며 2차 사고를 낸 후에야 멈춰 섰다. 당시 사고 상황은 흰색 승용차를 뒤따라가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목격자들 대부분은 그가 음주운전을 했을 거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남자는 술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다면, 그는 왜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그런 위험천만한 도주극을 벌인 것일까?

“정신 줄을 놓는다고 하죠? 그런 비슷한 형태가 돼서 전혀 기억이 안 나요...” - 가해차량 운전자

남자는 경찰서에 도착할 때까지도 자신이 사고를 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블랙박스에 찍혀있는 영상을 확인한 후에야 ‘진짜 내가 그랬냐’며 반문을 했다는데... 뺑소니일까, 아닐까. 교통사고 감정사에게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애초에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왜 뻥 뚫린 직진 길을 두고 위험천만하게 역주행을 했을까요?” - 교통사고 감정사

핸들을 꺾은 흔적도 없을뿐더러, 사고 이후 시속 40~50km로 달린 점으로 미루어보다 고의성이 없었을 확률이 높다는 것. 그렇다면 그는 왜 1차 사고 후 멈추지 않고 그대로 내달렸던 것일까? 수사를 진행하는 중, 그가 사고 전날에도 한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의문의 사고를 낸 적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벽 쪽을 향해 그대로 돌진했어요! ” - 현장에 있던 주차요원

흰색 차량 한 대가 시속 80km의 속도로 약 200m를 내달려 벽으로 돌진했다는 것이다. 얼마나 세게 충돌했는지 주차장 벽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었다. 당시 사고로 2명의 주차요원이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있는 상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왜 주차장에서 그런 사고가 일어났는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의 운전자, 전날의 사고 역시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하는데... 마치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자신이 한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 그의 뇌에선 지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낮에 일어난 역주행 추돌사고의 미스터리를 파헤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