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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회 궁금한 이야기 Y

궁금한 이야기 Y

방송일 2011.12.09 (토)

- 흙 속의 자동차 미스터리, 그녀는 어디에 있나
- 서른 살 치매 청년, 사라지는 기억을 어떻게 붙잡나
- 발달장애 재훈이에게 지하철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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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치매 청년, 사라지는 기억을 어떻게 붙잡나
- 10분마다 흐려지는 기억을 기록해야하는, 알츠하이머 청년의 절박한 ‘시간’에 관한 이야기

대낮 주택가. 한 남자가 벌써 40분 째 자신의 집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조금 전 동네 가게를 들르기 위해 집을 나선 후, 돌아갈 집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것이다. 마치 낯선 길을 만난 사람처럼 자꾸만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대는 남자. 그는 올해 서른 살. 초로기 치매 환자 김상철氏다.

“ 뒤돌아보면 방금 전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요..
  열 개를 말하면 두 개만 기억날 정도로...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아요.. ” - 김상철

어느 날 부턴가 자꾸만 실수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상철씨. 처음엔 그저 건망증이 심하다고 여겼지만 6개월 전 부터는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병원에서 확인한 병명은 유전성 알츠하이머. 그러나 20대에 발병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극히 드문 일이라는데... 상철씨의 기억은 하루가 다르게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다니던 회사에서는 제대로 일처리를 하지 못해 해고를 당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 동네 공원에서 보름 동안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 자다가 일어나서는 화장실을 못 찾아서
냉장고 앞에서 소변을 보더라고요..
그러고도 다음 날 뭘 했는지 기억을 못하고.. ” - 함께 사는 고모

현재로써는 약으로 병의 진행을 늦추는 방법이 유일하다. 자꾸만 사라지는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시로 수첩에 해야 할 일들을 기록해보지만, 메모한 수첩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릴 정도로 상철씨의 치매 진행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예전처럼 길을 잃을까봐 집 밖으로 나서지도 못하고, 간단한 심부름조차 해내지 못하는 어린 아이가 되어버리고 있었는데... 지금 상철씨에게 흐려지는 기억만큼이나 두려운 것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가족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 아닐지 그것이 걱정이다. 흘려보내는 시간 속에서 점점 흐려져만 가는 상철씨의 기억을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매일 뒤엉켜가는 기억회로 속에서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서른 살 청년의 삶. 대체 상철씨의 머릿속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