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회 휴먼스토리 여자(女子)
휴먼스토리 女子
방송일 2003.06.26 (목)
아들 태규가 태어난 지 100일 만에 일어난 남편의 죽음, 그 후에 늑막염과 류머티스라는 병을 앓게 된 고진숙씨. 아들 태규를 친구네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상황. 그리고 그 후 4년 동안이나 떨어져 살게 된 모자. 태규는 친엄마를 ‘뚱땡이엄마’, 태안에 있는 미경씨를 ‘언니엄마’라고 부른다. 남의 자식을 친자식보다 더 이쁘게 길러준 엄마, 그리고 서울에서 힘들지만 태규랑 같이 살기 위해 희망을 부르는 낳아준 엄마, 이 두 엄마를 통해 자식과 엄마란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마련한다. 남편과 지낸 지난 몇 년 간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다던 진숙씨. 하지만 그 꿈도 잠시 남편의 죽음과 동시에 힘든 병마와 싸우게 된다. 태어난 지 채 백일도 안 돼 목도 못 가누는 아들 태규를 태안에 사는 친구 미경씨네 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던 지난 4년 간의 삶. 핏덩이 아들을 떨어트려 놓고 살아야 하는 엄마의 심정은 오죽할까? 진숙씨는 몸 하나 성한 데 없지만 아들과 같이 살아보겠다는 간절한 소망 때문에 친정에 얹혀 살면서 포장마차에 생업을 걸고 아등바등 힘겹게 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태안에서 태규를 친자식처럼 길러준 엄마 미경씨. 그리고 태안에 사는 아빠, 김충원씨. 아직 어려서 친아빠 얼굴을 모르는 태규는 미경씨 남편을 친아빠로 알고 있다. 남의 자식을 친자식보다 더 아껴준 미경씨네 집에서 태규는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낳아준 모정은 어쩔 수 없는 것. ‘핏줄은 서로 땡긴다’고 했던가? 아무리 미경씨(언니엄마)가 잘해줘도 항상 서울엄마(뚱땡이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꽉 차 있는 태규. 말을 못하고 표현을 못할 뿐이지 가슴에 얼룩져 있을 태규의 속은 그 누가 알까? 더 이상 아들과 떨어져 사는 게 힘이 든 진숙씨는 태규를 서울로 데리고 와본다. 하지만 태규는 서울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친구들하고도 어울리지 못한다. 진숙씨는 태규를 혼자 놔둘 수 없어 포장마차에 데려간다. 하지만 한창 바쁠 때 태규는 자꾸 집에 가자고 칭얼대고 급기야는 길거리에서 똥을 싸 버린다. 이런 가운데 서울 할머니는 태규한테 정을 붙이려고 자전거도 태워주곤 하지만 싫어하는 태규. 그날 밤 엄마와의 갈등으로 인해 부모님과의 골은 깊어진다. 진숙씨는 속상한 마음에 태규를 데리고 용미리에 있는 남편 묘지에 가서 펑펑 운다. 그리고 이런 서울 상황이 오히려 태규한테는 정서적으로 나쁠까봐 태안에 다시 내려 보내기로 결정하고 시골로 데려다준다. 잠시나마 느꼈던 즐거움과 행복도 잠시. 다시 이별을 고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 또 다시 자는 태규를 두고 서울로 올라오는 진숙씨.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다. 그나마 진숙씨의 삶을 존재케 해주는 것은 아들 태규인데, 이렇게 떨어져 살아야 하는 고통은 아이나 엄마에게나 힘든 시간들이다. 하지만 조금 먼 미래를 보고 오늘의 아픔을 견디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진숙씨. 그래도 태규를 길러주고 있는 친구 미경씨 때문에 조금은 마음 편하게 발걸음을 옮긴다. 비록 가진 것도 없고, 지금 당장은 자식과 떨어져 살아야 하는 힘든 시간이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진정한 행복을 맛보게 해줬던 남편과의 끈을 이어준 태규는 진숙씨에게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