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회 현장 21
현장 21
방송일 2012.12.11 (수)
ㆍ‘감성’의 정치학 ㆍ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ㆍ달동네의 변신 ‘감성’의 정치학 18대 대통령 선거일이 오늘(12월 11일)로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은 전국을 돌며 유세에 한창이다. 그런데, 거리가 아닌 TV 속에서 또 다른 선거전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바로 TV 광고전(戰). 지난 2일,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 두 후보는 첫 TV 대선광고를 동시에 내놨다. 그런데, 두 후보 모두 첫 광고에서 정책을 알리는 광고 대신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광고를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의 노무현 후보의 ‘눈물’편과 2007년 대선의 이명박 후보의 ‘못난 MB’편 등 유권자들의 기억에 많이 남아 있는 TV 대선광고의 공통점은 후보의 이미지를 극대화해 유권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감성 광고’란 사실이다. TV 매체의 특성과 1분이란 광고의 시간 제한 속에서 ‘감성 광고’는 대선광고의 가장 유력한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각 후보 캠프의 홍보전략이 녹아든 ‘감성적’인 TV 대선광고들의 허(虛)와 실(實). 현장21이 이런 ‘감성대결’의 정치학을 분석했다. 소녀상을 지키는 사람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은 ‘동복’ 차림이다. 털모자와 털목도리를 둘렀고, 무릎에는 담요를 덮고 있다. 맨발에는 따뜻한 양말도 신었다. 그리고 누군가가 놓고 간 소녀상 옆 크리스마스트리도 정겨워 보인다. 12월 14일이면 소녀상 제막 1주년을 맞이한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집회가 1000번째를 맞이하는 날, 소녀상이 탄생했다.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다. 높이 130cm, 한복 입은 소녀의 모습은 당시 일본군에 끌려갔던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을 형상화 했다. 13살에 끌려갔을 때의 맨발 모습 그대로. 땅에 닿지 않는 소녀의 뒤꿈치는 할머니의 마음을. 불끈 쥔 두 주먹은 일본 정부에 대한 분노를 담고 있다. 소녀상은 이제 더 이상 조각상이 아니다. 우리의 아픔이고, 딸이자 누이, 할머니이다. 이런 소녀상을 향한 시민들의 애정은 뜨겁기만 하다. 한 직장인 여성은 출퇴근 길에 소녀상을 돌보고 있다. 비가 오면 우비를 입혀주고 자비로 옷을 사 입힌다. 비오는 날, 소녀상에 우산을 씌워주며 근무를 섰던 한 경찰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등병’ 편지를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김현성 씨는 소녀상의 아픔을 노래로 만들었다. 매주 수요일 새벽, 전라북도 전주에서 출발해 소녀상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마다않는 한 할아버지는 고이 접은 빨간 수건을 꼭 가지고 온다. 누군가 비올 때 소녀상의 목을 감싸며 둘러놨던 빨간 수건. 할아버지는 이 수건으로 매주 수요일 소녀상을 손수 닦아준다. 이토록 소녀상에 보내는 애정 어린 손길들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이들은 왜 소녀상을 이토록 가슴 시리게 품에 안고 있을까? 매서운 겨울 한파에도 소녀상이 춥지 않은 이유를 소녀상을 지키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만나본다. 달동네의 변신 두 달전, 아프리카 탄자니아 고위 공무원 15명이 부산의 한 마을을 찾았다. 이들이 서울도 아닌, 부산의 작은 마을인 “감천마을” 둘러보러 온 것은 바로, 이곳이 마을주민들과 지역자치회의 손으로 살아난 “재생마을”의 성공사례이기 때문이다. 부산의 “감천마을”은 1950년 전쟁통에 밀려들어온 피난민들이 살았던 마을로, 가파른 산비탈면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정착한 피난민들은 화장실도 없는 단칸방에서 하루하루를 살았고, 이후 50동안 ‘감천마을은’, 다른 이들에게 “달동네”라 불리며 최근까지 우리 근대사의 고단함과 가난의 상징이었다. 그랬던 ‘감천마을’이 ‘감천문화마을’로 이름을 바꾸고 성공한 ‘도시재생 모델’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시 재생에 나섰기 때문이다. 산비탈을 따라 빼곡히 들어선 집들은 알록달록 파스텔 톤의 페인트로 칠해져 이국정인 정취를 자아낸다. 골목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귀여운 이정표가 세워져 있고 곳곳에 공예 작업장과 갤러리도 있다. 마을을 돌아보는 재미를 주기 위해 골목마다 스탬프를 찍을 수 있는 장소까지 마련했다. 이색적인 볼거리와 마을의 정겨운 분위기가 조화롭다는 호평이 입소문을 타, 올해도 9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았다. 전문가들은 부산 감천문화마을의 사례가 서울의 재개발과 같은 전면 철거방식이 도시 개발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흔적인 마을은 무엇보다도 존중받아야 할 문화이자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근 3년 만에, 부산의 흉터처럼 여겨졌던 판자촌이 7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문화마을’로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을까? 전면철거로 대변되는 기존 재개발의 대안으로 떠오른 新개념 마을재생 프로젝트의 비밀! 마을과 문화가 만나 새롭게 활기를 얻고, 마을 기업으로 성장하는 놀라운 현장을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