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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송일 2006.11.08 (목)
-"친구가 사라졌어요" 
지난 6월,  
장문의 편지 한 통이 취재진에게 전달되었다.
사라진 친구를 찾아달라는 제보였다.

한 국립대학에서 6년 넘게 미술 관련 강의를 해 왔다는 30대의 미혼 여성.
그녀가 가족들에 의해 어딘가로 들어간 것 같고, 현재 그 행방이 묘연하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석 달이 넘은 추적 끝에 
그녀가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강제입원 돼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취재진은 그녀를 직접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환자의 인권은 어디에?
 -"일단 옷 벗기고 기저귀 채워요"
 -'"나는 회전문 환자였어요"
절차와 규정을 어긴 채 자행되는 징벌적 강박과 격리조치.

지난해 12월 일산의 한 정신병원에서 124시간동안 격리 강박됐다 사망한 이모씨(51세)
취재진이 입수한 이씨의 진료기록을 보면 
이씨는 작년 4월 입원이후 모두 16차례나 격리 강박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측은 전문의의 판단에 따라 격리 강박을 시행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진료기록에는 면도를 안 했다는 이유로 만 사흘 동안 묶여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간호기록지에는 앞으로는 말을 잘 듣겠다며 풀어달라는 이씨의 애원이 가득하다.

40대 권모씨는
밥을 잘 먹지 않고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독방에 끌려가 옷을 모두 벗은 상태에서 기저귀까지 차야 했다고 한다. 

현 정신보건법 상에는
환자의 신체를 억압하는 '강박'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보건복지부지침에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있는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환자의 동의 하에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하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병원 운영 편의를 위해, 또 처벌의 목적으로 
격리 강박이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병원이 여섯 달이 되기 전에 주기적으로 환자를 서로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환자 바꿔치기' , 즉 '회전문 현상'도 정신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불문율로 통한다.
장기 입원환자는 6개월마다 입원 계속심사를 받아야 하는데다
6개월이 지나면 국가에서 환자에게 지급되는 의료급여가 깎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을 옮기는 날 아침에는 옮겨갈 병원에서 보낸 응급차가 
병원 앞에 대기하다 환자를 실어나르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90%, 자의 입원은 9.7%
이혼한 전처와 재산싸움을 하다 전처의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던 유모씨.
종교 갈등으로 남편과 갈등하다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정신병원에 끌려간 주부 정모씨.

우리나라 정신 질환자들은 본인이 아니라 타인에 의한 입원이 대부분이다.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자의 입원 환자는 9.7%에 불과하다. 
반면 가족(77.4%)과 지방자치단체장(11.7%) 등 
보호 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90%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는 반대로 자의 입원이 70%에 이른다. 

-일단 들어가면 못 나온다?
현 정신보건법 상에는 
"환자는 언제든지 퇴원 또는 처우개선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런 환자의 권리가 환자에게 알려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또 지자체가 운영하는 정신보건 심판위원회를 통해
퇴원을 청구할 수 있는 방법은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여기에 
돈만 주면 멀쩡한 사람도 잡아서 정신병원에 넣어준다는 응급환자 이송단.

전직 이송단 출신인 이모씨는
“5천만원만 주면 죽을 때까지 평생 가둬두는 곳도 있다”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를 취재진에게 전했다. 
정말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이번 주 뉴스추적은 
인권 사각지대로 알려져 온 정신병원의 현실과 
그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의 실태를 밀착 취재해 고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