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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송일 2007.02.14 (목)
제목 : 
전직 교수 김명호  
석궁사건의 진실은

방송일시 :  2월14일 밤 11시 15분

지난달 15일 저녁 현직 부장판사가 자신의 집 앞에서 전직 대학교수 김명호 씨가
쏜 석궁화살을 복부에 맞고 입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석궁을 쏜 전직 교수에게 살인 미수혐의를 적용해 구속했고, 법원은 이 사건을 사법테러로 규정하고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은 사건발생 24일 만인 지난 8일 김 교수의 혐의를 살인 미수가 아닌 폭행혐의로 기소했고, 일부 교수 등을 중심으로 김명호 교수에 대한 구명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김 교수의 행위를 중대범죄로 규정했던 법원의 판결과 한국의 사법제도, 그리고 교수 재임용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95년부터 12년 동안 성균관대학교를 상대로 교수지위 확인소송을 벌이고 있는 김명호 교수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감히 부장판사님을..”  허점투성이 경찰 수사
김명호 교수는 지난 15일 저녁 6시17분 석궁을 메고 지하철 2호선 종합운동장역을 빠져나와 박홍우 판사의 집으로 향했던 것으로 CCTV 화면에 나타났다.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송파소방서 기록에는 박판사의 상처가 0.5센티미터로 기록됐다. 1차 응급진료를 했던 서울의료원측의 기록은 상처를 폭 0.8센티미터, 깊이 2센티미터로 기록했다. 경찰은 서울대병원의 자료를 원용해 상처 규모를 폭 2센티미터, 길이 1.5센티미터로 발표했다. 하지만 박 판사의 정확한 상처규모를 잴 수는 없었다고 병원측은 밝히고 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서에서 김 교수가 석궁을 겨냥해서 쐈다고 기록했지만, 박 판사는 얼마 후 “사건의 정황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박 판사의 사회적 위치 때문에 경찰의 사건조사가 처음부터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판결 인용 일부 증거 조작 의혹”
서울고등법원은 김명호 교수가 1995년 성균관 대학교 수학시험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 징계와 부교수 승진 탈락, 그리고 재임용 탈락의 한 원인이 됐다고 인정하면서도 김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을 문제 삼아 김 교수를 탈락시킨 성균관 대학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교수 자질 부족의 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95년 성균관대학교 수학과 4학년 38명이 서명한 건의서를 인용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이들 서명학생 가운데 14명을 접촉한 결과 13명이 김 교수의 교육자적 자질을 문제 삼은 건의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부 학생은 집단행동 자체에 반대하거나 당시 김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지 않았다면서 재판부가 인용한 건의서, ‘을제17호 증5’가 성균관대학교 측에 의해서 조작됐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김명호 교수측은 재판부가 김 교수에 대한 징계에 반대하며 제자 18명이 낸 탄원서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고, 근거가 불투명한 건의서를 유력 증거로 채택했다면서 재판부를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측은 증거에 대한 확인 의무는 소송 당사자에게 있다며 김명호 교수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증거로 채택했다고 밝혔다.               
“1심 패소 판결 판사는 피고측 법무법인 출신에 성균관대 졸업”
지난 2005년 9월 21일 김명호 교수의 교수지위 확인 1심 소송에서 패소 판결을 내린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3부 이혁우 부장판사는 이 소송의 피고인 성균관대학교측 변호인 일신 법무법인에 1999년 10월부터 2001년2월까지 1년4개월 동안 변호사로 근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명호 교수가 제기한 소송의 담당 재판부 재판장이 피고인인 성균관대 출신에다 피고측 변호인인 일신법무법인에 근무했던 것이다. 서울지방법원측은 이혁우 판사가 “일신법무법인에 근무한 지 4년이 지났고, 담당했던 사건도 아닌 만큼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명호 교수측은 2심 재판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이 성균관대 출신 강영호 판사를 배정하려 했다면서 재판부 배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학과장 “김 교수, 입시 오류 지적으로 미운털”
95년1월 성균관대 수학과 학과장이었던 A교수는 김명호 교수가 94년 12월 이미 수학과 교수들 사이에 차기 학과장으로 내정됐었다고 밝혔다. A교수는 당시 문제가 된 7번 수학문제에 대해 채점이 거의 다 이뤄질 때까지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했으며, 7번 문제는 틀렸다기보다는 적절하지 않은 문제라고 판단했고, 처리방안은 학교 측의 결정에 따랐다고 밝혔다. 여러 명의 수학계 관계자들은 잘못된 가정을 증명하라는 문제는 명백히 잘못된 것으로 논란의 대상조차 될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이번 주 뉴스추적은 대학이라는 조직과 12년 동안 힘겹게 법정 싸움을 벌였던 개인 김명호 교수가 왜 석궁을 들고 판사를 찾아갔는지 그 이유를 집중 추적하고,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교수 재임용과 사법제도의 개혁방안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