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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송일 2007.03.14 (목)
제목 :     항일과 친일, 후손들의 엇갈린 백년
         “우리에게 조국은 없다”

지난 해 7월 정부는 일제의 국권침탈에 저항하다 중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서 순국한 독립유공자 후손 33명에 대해 특별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되찾아 줬다. 국적회복과 함께 정부 지원도 약속했다.

백 년 만에 돌아온 독립투사의 후손들
그러나 조국의 품은 차가웠다.

그로부터 8개월 뒤 다시 만난 국적 회복 후손들의 삶은 충격 그 자체였다.
국적 회복의 기쁨은 사라진 지 오래였고,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대다수가 막노동판을 전전하거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으로 연명하며 빈민층으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구한말 항일의병 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순국한 왕산 허위 선생의 후손인 허 블라디슬라브씨. 허 씨는 정부의 외면 속에 한 독지가의 도움으로 한 중소기업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지만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었다.

전 재산을 털어 허위 선생과 함께 항일 운동을 벌였던 성산 허 겸 선생의 후손도 86년 만인 지난 98년 고국을 찾았다. 하지만 고국의 냉대 속에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7년 넘게 임금체불과 신고 협박 등에 시달려야 했고, 아직까지 국적 회복조차 하지 못한 채 지옥같은 삶은 이어가고 있다.

“한 푼도 못 내준다”...재산 환수에 저항하는 친일파 후손들

지난 해 말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조사위원회는 1차로 이완용과 이재극 등 친일파 후손 40여명이 보유하고 있는 토지 270여만 평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친일파 후손들은 정부의 친일파 재산 조사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고, 행정소송 등 추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취재진은 조사대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한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을 어렵게 접촉할 수 있었다. 이들은 친일재산조사위원회의 조사에 대해 모두 이의를 신청했으며, 자신들이 물려받은 재산은 친일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친일파 후손들이 차지한 천 오백년 사적지
상당산성의 비밀은...

취재진의 확인결과 민영휘의 후손들은 사적212호로 백제와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조선시대까지 증개축을 통해 보존돼 온 청주 상당산성 일대 토지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영휘 후손들은 이 땅이 일제의 국권침탈 이전 고종으로부터 하사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913년 조선총독부가 작성한 토지조사부의 지적원도를 확인한 결과, 현재 민영휘 후손들의 소유로 남아 있거나 최근 처분한 토지 55필지는 국유지 34필지, 타인 소유 20필지, 기록이 소실돼 원 소유주를 확인할 수 없는 1필지 등으로 일제시대 이전부터 민영휘 일가 소유였던 토지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첩첩산중 친일재산 환수...“10%만 환수해도 다행” 
유공자 후손들의 절규 “차라리 돌아가고 싶다”

정부는 앞으로 환수할 친일파 재산으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친일파 후손들의 저항과 재산조사제도 자체의 한계로 이런 정부 방침은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주 뉴스추적은 아직도 부와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친일파 후손들과 냉대와 무관심 속에 다시 고국을 떠나려 하는 해외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극명하게 비교되는 삶을 돌아보고 
시작부터 벽에 부딪힌 친일재산 환수문제를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