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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추적

방송일 2007.03.21 (목)
제목 : 위험한 외출(죽음 부르는 치매노인 실종)
방송일시 : 3월 21일 밤 11시 15분


길 잃고 헤매다 싸늘한 시신으로,,,
 지난달 1일 경남 창원의 한 야산 숲속에서 한 80대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할머니는 2년째 치매 증상을 앓고 있다 집을 나가 실종된 뒤 일주일 만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가족들의 품에 돌아온 것이다. 지난 1월 29일에는 충북 청원에서, 같은 달 27일에는 경기도 가평에서 치매를 앓고 있던 또 다른 노인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된 부모를 찾아 전국을 찾아다니기도 하는 가족들의 애타는 마음을 외면한 채 실종 치매노인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비극적인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실종된 지 몇 년이 되도록 시신조차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 가족들도 한둘이 아니다.

해마다 늘어나는 치매 노인 실종
 2007년 현재 치매노인의 수는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8.3%인 39만 9천여 명. 평균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오는 2015년에는 치매노인의 수가 전체 노인인구의 9%인 57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특히 심각한 것은 기억력과 공간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치매노인들이 집밖으로 나섰다가 길을 잃고 실종되는 사건이 지난 2005년 2천8백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3천5백여 건으로 일년새 무려 22.5%나 늘어나 치매노인 실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치매노인들의 실종은 8살 이하 아동들의 실종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날씨가 풀리는 봄철에는 치매노인들의 실종사건이 급격히 늘어나 전국적으로 하루 2,30여건의 실종사건이 경찰 182센터에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치매노인들의 실종은 행선지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데다 실종 아동들과는 달리 길을 잃고 헤매는 노인들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부족하고 이들을 찾아내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자칫 죽음에 이르는 위험한 외출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실정이다.

과거 기억 찾아 배회하는 치매노인들
 치매노인들은 어디를 가려고 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기억과 인지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치매노인들은 일단 집밖에 나서면 순간적으로 길을 잃고 당황하게 되면서 과거의 기억을 좇아 자신이 살던 고향이나 옛 거주지를 찾아 무작정 걸어 다니는 이른바 배회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이런 배회증상은 치매노인들의 6,70%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실종 치매노인들을 조기에 찾아내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치매노인들의 실종을 막기 위해 연락처 등을 기록한 팔찌를 비롯해 위치추적이 가능한 전자 팔찌, 통신시스템을 활용한 위치추적기 등 새로운 시스템들이 선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단계여서 대다수 치매노인들에게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 제도 지원 없어 가족들만 고통
 치매노인들의 실종은 대부분 가족들이 직접 모시고 있는 경우에 잘 발생하는데 이것은 치매노인들을 보살피는 요양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6년 말 현재 전국에 364개의 무료 장기요양시설이 있지만 수용인원은 2만5천여 명에 불과하고 모두 기초생활 수급대상자인 극빈층 노인들을 위한 것이다. 그밖에 실비, 유료 시설들은 이용료가 한 달에 150만원에서 2백만 원이 넘는 경우가 많아 평범한 중산층들이 이용하기에는 경제적인 부담이 너무 큰 것이 현실이다. 그나마도 수용인원이 1만 5천여 명에 그쳐 갈수록 늘어나는 치매노인 인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실종 노인들이 길을 잃고 헤매다 정신보건시설이나 미인가 시설에 수용이 될 경우 이들 시설에서 노인 수용사실을 관계기관에 통보해야할 법적인 의무가 없는데다 시설운영자들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수색할 법적인 근거가 없어 실종노인들을 찾아내는 데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에야 신고의무를 규정한 노인복지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달 임시국회에서도 정치권의 사학법 논쟁에 밀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일 년 가까이 처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치매노인을 모시고 있는 중산층 가족에게 큰 힘이 될 장기요양보험법 역시 노인복지법 개정안과 함께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치매 노인 가족들을 애타게 하고 있다.

 이번 주 뉴스추적은 치매노인 실종의 비극적인 실태와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들을 살펴보고 치매노인 실종과 관련한 법적, 제도적 미비점을 집중 조명함으로써 치매노인들의 위험한 외출과 그 비극적인 결과를 줄일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