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8회 뉴스추적
뉴스추적
방송일 2007.12.26 (목)
[태안 기름 유출사고 20일의 기록 - 죽음의 바다 그 현장을 가다] “죽은 손자 거시기 만지는 거지.. 이거 뭐 소용없는 거여...” “살길이 막막해. 앞이 깜깜해.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살 것 같지를 않어.” 유출된 기름의 양만 무려 만2천5백 톤.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로 불리던 지난 95년 ‘시 프린스호’ 사고의 두 배가 넘는 엄청난 양이다. 순식간에 온 국민은 검은 먹빛 속으로, 굴 양식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태안 주민은 절망 속으로 빠져 들었다. 해경은 사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기름 띠가 해안으로 번지지 않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불과 12시간 여 만에 태안반도 청정해역은 시커먼 기름 범벅인 죽음의 해변으로 변해 버렸다. “우리 아이들의 삶이 가슴 절절히 아픈데 그 상처에 소금 한줌이 더 뿌려지는 그런 아픔이죠.“ 전교생이 19명 뿐인 태안 의항리의 조그마한 분교.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 없이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으며 여름에는 조개, 겨울에는 굴을 까 학비를 대고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눈에 비친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그린 바다는 푸른 빛이 아닌 온통 검은 빛 뿐이었다. “피하라 그러니까 아니 나 못 피한다 ...... 가까이 와서 못 피해 나......그게 가장 궁금하다 이거죠. 왜 안 피했는지 ” 해양 수산청 관제센터가 최초로 사고의 위험성을 감지한 것은 사고발생 1시간 반전인 7일 새벽 5시 23분. 하지만 관제센터와 예인선간 VHF(초단파) 통신은 번번이 실패했고 경고를 받은 유조선측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예인선 측과 유조선 측의 서로를 탓하는 공방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수사 당국은 사고 20일이 되도록 정확한 사고경위 조차 가려내지 못하고 있다. “자원 봉사자가 없었더라면 기적은 없었을 겁니다” “사고 직후 환경보전 프로젝트팀이 구성됐습니다. 유화제.. 그것 만은 절대 안됩니다....” 지난 199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와 똑같은 일을 겪었던 일본 후쿠이현의 미쿠니 마을. 절망에 쌓여 희망은 보이지 않았던 그 곳은 10년이 지난 지금 예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은 상태였다. 3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으로 바다는 1년 여만에 푸른 빛을 되찾았다. 그런데 그 곳에서 만난 주민과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유화제를 쓰지 않은 것이 바다의 생명을 되찾은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는 시프린스호 사고 이후 공공연하게 자부해 왔던 방재능력의 미숙함을 또한번 여실히 보여줬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삶의 터전뿐 만 아니라 바다를 품고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앗아간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 이번 주 뉴스추적은 대형 사고가 나면 항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정부의 재난 방재 시스템의 근본적 문제점을 파헤치고 유화제를 둘러싼 논란 등 이번 사고에 노출된 이슈들을 집중 취재했다. 취재기자 : 김광현, 이종훈 제작 : 보도제작국 ‘뉴스추적’/ 기획 : 조윤증 연락처 : 02)2113-4221 / 팩스 : 02)2113-4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