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SBS 뉴스토리
땅콩 회항, 후진하는 대한민국
방송일 2014.12.16 (수)
[땅콩 회항, 후진하는 대한민국] 한국 사회가 ‘갑의 횡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바로 대한항공 회항 사건, 이른바 ‘땅콩 리턴’으로 불리는 일 때문이다. 이 사건은 국내뿐 아니라 외신에도 전해졌고 ‘땅콩 분노’, ‘오너 리스크’ 등의 표현과 함께 조롱의 대상이 됐다. 당사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조양호 회장까지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비난 여론은 여전히 거세다. 게다가 대한항공이 ‘고성과 폭행이 있었다’는 사무장의 말을 부인하고 있어 진실공방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사건 당사자인 박창진 사무장은 어렵게 입을 열고 그날의 일을 전했다. 박 사무장은 화를 내는 조 전 부사장에게 무릎까지 꿇고 용서를 빌었지만, 결국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다음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올 수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한국에 돌아온 그에게 회사는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진술까지 강요했다고 밝혔다. 취재 중에 만난 대한항공 전·현직 승무원들의 반응은 더욱더 놀라웠다. 이번에 공개된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새삼스럽지 않다며 ‘터질 게 터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너 일가와 그들의 관계가 주인과 하인 같다고까지 표현했다. 사실 이와 같은 ‘을의 비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에는 입주민의 모욕적인 언행에 한 경비원이 분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는 사건 직후 주민들이 경비업체에 계약해지를 통보하고 또 지난 11일에는 경비원을 폭행해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생기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파트로 찾아간 취재진과 만난 경비원들은 자신을 ‘을도 못 되는 병’이라거나, ‘파리 목숨’에 불과하다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건들이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에 비슷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며, 한국사회가 질적으로 암울해지는 위험한 신호라고 경고하는데.. 갑은 왜 비행기를 돌리고,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았을까? 또 을은 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고, 모욕감에 자신의 몸을 태워야 했을까? 대한항공 회항 사건·경비원 분신사건을 통해 후진하는 대한민국, ‘을의 비명’을 들어봤다.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 못 받은 돈 받아줍니다’ 거리와 도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인데, 이들은 과연 어떤 방법으로 떼인 돈을 받아주는 것일까- 취재진은 먼저 합법적으로 떼인 돈을 받아주는 신용정보회사의 한 지점을 찾았는데, 연말이 되면서 12월에만 200여건의 의뢰가 접수된 상황이었다. 개인끼리 거래한 금전부터 물품대금 그리고 양육비 등등 받아야 할 돈도 다양한데 사연이 딱하다고 해서 아무 돈이나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판결문이나 공증서 등 법적인 효력이 있는 서류가 먼저 구비되어야 신용관리사들이 채무자와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데, 돈을 달라는 이야기에 채무자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가지가지다.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욕설부터 퍼붓는 채무자부터 선심 쓰듯 좀 기다리라는 채무자와 아예 전화조차 받지 않는 채무자까지 돈을 갚지 않고도 당당한 사람들은 많았는데! 취재진이 만난 신용관리사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 채무자들은 직접 찾아 나서 탐정처럼 집 주변을 돌아보거나 끈질기게 찾아가서 설득하는 등 떼인 돈을 받기 위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신용관리사의 도움을 받기 전에는 법률적인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비용과 기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서민들 중 상당수는 불법 추심 업체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취재진이 만난 한 30대 남성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대신 빚을 받아줄 사람들을 모아 돈을 떼인 사람들과 연결하는 브로커 역할까지 하고 있었고, 상당수 심부름센터는 돈만 주면 채무자의 개인 정보는 물론 떼인 돈까지 대신 받아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신용정보회사 역시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받아낼 수 없다며 불법과 편법적인 행태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는데, 현재 금융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 는 합법적인 신용정보회사와 불법적인 업체의 행태를 비교 취재해 떼인 돈을 받아주겠다는 채권 추심의 세계를 파헤쳐본다. [할머니, 학교에 가다] 전북 고창 봉암초등학교, 7명이 전부인 1학년 교실에는 개구쟁이 아이들 사이로 돋보기안경을 쓴 할머니들이 눈에 띈다. 72살의 한영자 할머니와 71살의 노순애 할머니가 바로 그 주인공. 할머니들은 현재 초등학교 정규과정에 정식으로 입학하여 학교를 다니고 있다. 할머니들은 왜 일흔이 넘는 나이에 초등학생이 돼야했을까? 자녀들의 출가로 외롭게 혼자 살고 계신 한영자 할머니는 큰 아들이 사준 책가방과 운동화를 신고 다니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칠십 평생 한글을 모르는 까막눈으로 살면서 남들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없었고 늘 뒤에 숨어 있어야만 했다는 할머니. 이제는 처음으로 노트에 자신의 이름을 써보기도 하고 서툴고 더디지만 손주에게서 온 편지에 처음으로 답장을 써보기도 한다. '배우면 자꾸 잊어버려 쓰고 또 쓸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워하시는 할머니는 오늘도 삐뚤빼뚤하지만 야무진 글씨로 쓰기노트를 빼곡히 채운다. 이 학교는 할머니들처럼 입학을 원하는 노인 대기자들이 많아 앞으로 할머니 학생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도농 간의 격차가 심화되고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시골 초등학교의 '할머니 초등학생'이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이번 주 뉴스토리에서는 봉암초등학교 1학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의미를 조명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