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회 SBS 뉴스토리
‘해외직구’로 장갑 사는 ‘컵라면 소방관’들<
방송일 2015.04.14 (수)
[‘해외직구’로 장갑 사는 ‘컵라면 소방관’들] 지난 3일, 부산 연제구의 한 대형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서 추산 35억 원의 재산 피해를 일으킨 이 화재 사고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것은 사진 한 장. 그을음이 잔뜩 묻은 옷을 입은 채 쪼그려 앉아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소방관의 사진은 ‘컵라면 소방관’이라는 제목이 달린 채 SNS를 통해 급속도로 번지며 감동을 전했다. 사진이 화제가 된 데에 이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방화복을 돌려달라'는 현직 소방관의 호소문이 등장했다. 지난 2월, 안전성 미검증으로 회수 조치 된 방화복들이 아직도 소방관들에게 재지급되지 않은 것. 특수 방화복이라 불리는 신형 방화복은 보급된 지 6년째를 맞았지만 일선 화재 현장에는 여전히 내구연한이 지난 구형 검은색 방화복을 입은 소방관들을 볼 수 있다. 취재팀은 ‘절차를 지키지 못했을 뿐, 성능에는 문제가 없다’는 방화복 제조업체 관계자를 만나 그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지만, 본인의 안전은 스스로 지켜야 하는 소방관들. 방화복을 돌려 입고 해외 직구로 장갑을 구매하는 이 시대 '컵라면 소방관'들의 삶을 취재했다. [상처뿐인 잠수사, 그는 왜 법정에 섰나] 지난해 9월, 검찰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라는 죄목으로 공소장을 받은 민간 잠수부 공우영 씨. 세월호에 남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진도를 찾았던 그는 왜 법정에 서게 된 걸까? 2014년 5월 6일, 세월호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 잠수부 이광욱 씨가 사망했다. 해경은 이 씨가 사망하게 된 것에 대해 공우영 씨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판단, 공 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의 죄를 물었다. 그러나 함께 수색작업을 펼쳤던 다른 민간 잠수부들은 검찰의 기소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공우영 씨에게는 특별한 권한도 없었고 책임자도 아니었으며 수색 현장의 총괄 책임자는 해경이라는 것 고 이광욱 씨를 수색 현장에 데려온 것도 해경이었다. 그러나 이 씨의 사망 사건과 관련하여 수사를 받거나 징계를 받은 해경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해경이 모든 책임을 공 씨에게 미루는 것에 다른 민간 잠수부들은 큰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신적·육체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잠수부들은 자신들의 동료가 기소됐다는 사실 때문에 더 힘들다고 한다. 억울하게 법정에 서게 된 민간 잠수부의 사연, 민간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의 실태를 에서 취재했다. [태완이의 마지막 부탁] 16년 전, 대구의 한 주택가 골목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1999년 5월 20일. 학원에 가던 6살 태완이의 얼굴에 누군가 황산을 쏟아 부었고 이 사고로 태완이는 전신 3도 화상을 입고 생존율 5%라는 절박한 상황에서 죽음과의 사투를 벌여야 했다. 당시 대한민국을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린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이다. 태완이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지도 알지 못한 채 투병 49일 만에 숨졌다. 그러나 누가? 왜?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질렀는지 밝혀내지 못한 채 2005년 수사는 종결되었다. 16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태완이의 가족들은 아직 그 끔찍했던 사건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태완이를 아프게 한 나쁜 아저씨를 반드시 잡아 혼내주겠다는 마지막 약속을 아직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인터넷 한 포털사이트에 ‘대구 황산테러 태완이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위한 청원 글이 올라왔다. 태완이 엄마는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걸까? 태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황산테러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7월 7일. 공소시효를 3일 남겨두고 태완이 부모는 법원에 재정신청을 하면서 공소시효는 일시적으로 정지된 상태. 그러나 지난 2월 대구고법은 재정신청 기각결정을 내렸고 태완이 부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를 했다. 만약 대법원에서 재항고마저 기각된다면 태완이 사건은 영구미제사건으로 남게 된다. 16년 전 밝혀내지 못한 범인. 그러나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태완이 부모가 공소시효 폐지 청원 서명 운동까지 하며 재수사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5년 동안만 숨어 지내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도 더 이상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법’이라고 태완이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현재 태완이 부모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공소시효의 폐지뿐이다. 4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의원은 모든 살인자에 대한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청원 기자회견이 열렸다. 강력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가능할까? 이번 주 SBS '뉴스토리'에서는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을 통해 피해자들의 고통과 강력범죄 공소시효 폐지의 필요성에 대해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