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회 SBS 뉴스토리
‘미친 질주’ …아직도 음주운전 하십니까?
방송일 2018.11.03 (토)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친구 인생이 박살 났습니다.’ 지난달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 9월 25일 부산 해운대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뇌사 판정을 받은 22살 윤창호 씨의 친구들이 분노하여 올린 글이었다. 이 글은 40만 명 넘는 추천수를 받으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왔다. 취재진은 윤 씨가 사고를 당했던 현장을 찾았다. 음주 차량이 윤 씨 일행을 덮치고 멈춰선 콘크리트 벽에는 차량 번호판 자국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었다. 가족들은 사실상 생업을 포기한 채 아들 곁을 지키며 그가 깨어나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희망의 불꽃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지난 5월 30일에도 만취 운전자 때문에 두 가정이 박살 난 사건이 발생했다. 만취한 상태로 고속도로에서 역주행하던 운전자가 택시를 들이받는 바람에 30대 가장인 승객이 숨졌고, 택시 기사도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윤창호 씨를 계기로 음주 운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불처럼 일고 있는 가운데 음주 사고 운전자는 사고 발생 5개월 만인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취재진은 택시 기사 A씨의 아들을 여러 차례 설득 끝에 만날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가장 역할을 하게 된 그는 가해 운전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술을 먹고 운전대를 잡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살인미수입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는 19,517건. 부상자는 33,364명, 사망자는 439명에 이른다. 하지만 그동안 경찰과 검찰, 법원은 음주 운전을 ‘고의’가 아닌 ‘과실’로 보고 관대한 처분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음주 운전에 관대한 사회. 언제까지 내 가족, 내 가정이 음주 운전자들로 인해 순식간에 산산이 파괴되어야 하는 걸까. 이 두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고질병, 음주 운전은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음주 운전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뉴스토리가 직접 밤거리로 나섰다. “가까이 있는 사람 하나 지켜주지 못했던 거? 그 죄책감이 가장 저를 짓눌렸어요.” (자살 유가족)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니고 모든 사회가 책임져서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양두석 /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자살예방센터장, 가천대 겸임교수) 한국에선 하루 34명, 한 해 1만 3천여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한국의 자살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2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최근 들어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람부터 유명연예인과 정치인까지 많은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리면서 여전히 최악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이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활고부터 취업난, 실직, 가족해체, 건강상실에 따른 상실감과 소외감, 우울증 등 자살자 수만큼이나 원인도 다양하다. 즉 자살의 원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자살도 전염이 된다는 사실이다.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며 쉬쉬하는 동안 유가족들은 점점 고립의 늪에 빠지고, 이들의 자살위험도는 일반인보다 열 배 이상 높아진다. 더이상 자살 유가족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자살을 사전에 막을 수는 없을까? 자살을 예방하려면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보내는 여러 징후를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들이 보내는 구조 신호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죽음이 많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자살 예방 대책도 필요하다. 20년 전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였던 핀란드는 심리 부검을 통해 자살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자살문제가 심각했던 일본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자살자 수를 3분의 1 이상 줄였다. 한국도 2011년 자살 예방 관련법을 제정하고 올해 복지부 내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의 40분의 1 수준의 예산으로 범국가적인 대응을 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주 ‘‘내몰린 죽음’ 막을 수 없나‘에서는 한국의 자살 실태와 원인 그리고 예방책을 집중 취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