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회 SBS 뉴스토리
근로시간 · 임금 개편 그 후, 워라밸 왔나
방송일 2018.12.22 (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 생활의 안정과 인간다운 삶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실제로 이들 제도의 강력한 시행 이후 국민 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변화가 일고 있다. 일부 대기업에선 근로자의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자기계발과 취미생활, 가사 활동이 많이 늘어 말 그대로 일과 삶의 조화가 눈에 띈다. 대학가 주변 커피숍의 경우 예전엔 24시간 영업을 하면서 학생이나 직장인의 공부 열람실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밤샘 영업을 접고 있다. 대중식당들은 인건비 부담 때문에 오후 2시에서 5까지를 휴식 시간으로 정하는 등 영업방식을 바꾸고 있다. 자동화, 무인화 바람도 거세다. 자동화덕을 개발해 다른 매장보다 인력을 절반 정도만 쓰는 피자가게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고, 선급 문화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동안 외면받던 자동 주문기 ‘키오스크’가 최저임금 급등 탓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하는 ‘풍요롭고 여유로운 저녁이 있는 삶’은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오히려 고용감소를 불러오고, 근로시간 단축이 뜻밖에 소득감소를 불러오는 역설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저임금 인상을 제품가격 인상으로 떠넘기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외식비를 비롯한 생활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추진을 내년엔 지양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성장동력 회복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경제 수준에 걸맞게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너무 빨리 가면서 벌어진 노동 개혁의 그늘을 살펴보고, 시장이 요구하는 보완책을 뉴스토리에서 찾아본다. 자기 소멸의 위기에서 마음을 구한다. 거리의 치유자 정혜신이 확인한 공감의 힘 정신과 전문의로, 트라우마 현장의 치유자로, 30여년간 활동하면서 1만2천명이 넘는 사람을 상담하고 그 내면의 소리를 들은 정혜신 박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누구든 깊은 속마음에서 거의 동일하게 결핍 상태라고 진단한다. 사회적 성공 여부와 상관 없이, 계층과 나이를 불문하고, 국가폭력의 피해자나 권력자나, 내면에 있어서의 허기는 거의 같다는 것이다. 그 결핍과 허기를 안고 사는 마음에서 정 박사는 내가 희미해져 가는 ‘자기 소멸’의 위기를 발견한다. 유명 연예인들이 고백하는 공황장애는 대중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나를 끊임없이 지워가다가 자기 소멸의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 보내는 SOS다. 이는 사람의 존재 자체에 주목하지 않고 외면만을 보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일반인들이 겪는 마음의 어려움과 근원적으로 같다. 성공을 해도 자기 소멸을 대가로 지불해야 하고, 성공을 못하면 쓸모없고 무가치한 존재로 규정되어 역시 자기 소멸에 내몰린다. 수많은 청년들의 절망에는 경제적인 이유도 물론 있지만 이런 숨막히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게 정 박사의 진단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론조사에서 2,30대 청년의 80% 가까이가 자신이 ‘불행하다’고 응답했다. 주변을 보면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면 일단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까? 정 박사는 현대 정신의학에서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이 남발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사람의 마음이 고통 받는 구체적 삶의 맥락을 무시한 채 겉으로 드러나는 몇 가지 증상만으로 우울증 진단이 내려지고 약물이 치료의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풍토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당장 산소가 필요해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 사람에게 한가하게 음식을 주는 것과 같다. 심리적 심폐소생술이란 그 사람의 존재 자체, ‘나’가 위치한 곳을 정확히 압박하면서 그 위에 공감을 퍼붓는 것이다. 병원이나 전문가에게 의존할 필요가 없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마음의 치유 방법이 공감이다. 우리는 공감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많은 부분을 오해하고 있다. 정혜신 박사는 “당신이 옳다.”로 공감을 설명한다. 무슨 의미일까? 뉴스토리에서 거리의 치유자를 만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