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8회 SBS 뉴스토리
잊혀진 아픔, 국내 강제동원
방송일 2019.04.13 (토)
최근 국내 강제동원 문제가 한일관계의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은 우리나라의 자원을 약탈하거나 무기를 만들기 위해 조선 사람들을 광산이나 군수품을 만드는 공장에 강제동원 했다. 그 수는 대략 연인원 6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강제 동원된 사람들 가운데는 10대 어린아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가혹한 환경에서 노동에 시달리다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일본으로부터의 피해 보상은커녕 우리 정부에게도 외면 받아왔고, 남은 유족들은 아직도 고통 속에 살아가고 있다. 전라남도 해남에 있는 옥매광산에는 강제동원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이곳을 개발했던 일본은 1,200명의 조선인을 강제동원 했다. 옥매광산에 강제동원 돼 중노동을 해야 했던 조선인들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들은 일본 패망 직전, 다시 제주도로 보내져 가혹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제주도에 방공호와 군사시설 구축하는데 다시 강제동원 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에 갔던 사람 가운데 130여 명은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고향으로 돌아오는 길, 배 안에서 사고가 나 그대로 수장돼 버린 것이다. 일제 강점기 국내 강제동원은 전국에 걸쳐 이루어졌다. 부산시 기장군에선 한 일본 기업이 광산을 개발하면서 조선인들을 강제동원 했다. 당시 일본은 강제동원 됐던 조선인들과 관리자였던 일본인들의 주택을 나누어 관리했는데, 아직까지 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인천 부평구의 한 야산에는 일본이 미군의 폭격을 대비해 만들어 놓은 여러 개의 지하호가 있다. 당시 일본은 주로 어린 학생들을 동원했다고 한다. 또한 이 학생들을 군수품 만드는 공장에도 강제동원 했는데, 유족들은 ‘당시 애들이 기운이 없으니까 작업하다가 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최근 국내 강제동원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아픈 역사지만 당시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에서는 국내에서 강제동원이 이루어졌던 현장과 희생자들의 사연을 통해 우리이 잊혀진 아픔을 되짚어본다. (취재: 고철종, 영상: 윤택, 스크립터: 유희을)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올해에도 일본은 여전히 불편한 이웃으로 남아있다. 과거사 갈등을 빚어온 우리와 일본의 불편한 관계는 한반도 정세의 대전환기를 맞아 외교. 안보 영역에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역사 문제에 대한 해묵은 갈등은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배상 판결 등 새로운 현안에 대한 대립으로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아베 정권이 역사 수정과 헌법 개정을 통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사 문제를 두고 한국과의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해석한다. 한일 간의 갈등은 최근에는 외교. 안보 분야에서 더욱 치열하다.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는 공유하지만, 그 방법론을 놓고 우리 정부의 입장과 일본의 입장이 충돌한다.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납치자 문제에 주목하는 일본이 우리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인 것은 아닌지 의문도 제기된다. 성공회대 양기호 교수는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와 달리 일본에 냉전 체제의 유지를 선호하는 세력이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종대 호사카 유지 교수는 “일본의 보수 세력은 남북이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를 선호한다.”고 잘라 말한다. 최근에 일어난 한일 초계기 진실 공방은 한일 갈등이 과거사에서 외교. 안보 영역으로 확대됐음을 극명히 보여줬다. 상대국에 대한 양국 국민의 여론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인의 여론 악화가 더 급속하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일본의 싱크탱크 겐론NPO와 함께 매년 실시하고 있는 에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역전됐다. 그동안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호감도가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 보다 더 높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뒤바뀐 것. 갈수록 악화하는 한일 관계에 대해 우리 정부는 ‘투 트랙’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역사 문제와 시급한 경제. 안보 문제를 분리해서 다루자는 것.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친일 청산도, 외교도 미래 지향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일본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은 역사 문제와 다른 현안을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앞으로도 양국 간 갈등의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선언서와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독립선언서는 일본에 대한 원망을 넘어서는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고, 임시헌장은 민주공화국을 규정해 시대를 앞서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일 관계와 동북아 평화를 이끌 수 있는 지혜를 백 년 전 선구자들에게서 찾을 수 있다. (끝) (취재 김영환/ 스크립터 윤지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