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회 SBS 뉴스토리
‘묻지마 징병’의 비극
방송일 2021.10.30 (토)
‘묻지마 징병’의 비극 우울증으로 넉 달간 진료를 받은 한 20대 청년이 자대 배치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정신과 진료를 받은 아들이 걱정된 아버지는 입영 연기를 문의했지만 거부당했다. 신병교육대 진단 검사에서 중증 우울증 진단과 전문가 상담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자대 배치 후 별다른 관리를 받지 못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신병교육대에서 우울증 진단이 나오면 도움·배려 병사로 선정해 관리해야 하지만, 자대에선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학교 폭력 피해자가 입대 후 생을 마감한 사례도 있다. 숨진 청년은 병무청 신검 복무적합도 검사에서 정신과 문제가 의심되며, 군 생활에서 사고 위험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는데도 2차 심리검사에선 군 복무 초기 관심과 배려가 주어지면 금세 적응해나갈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와 현역 입대 결정이 내려졌다. 신병교육대 입소 후 두 차례나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우울증 약까지 처방받았지만 귀가조치나 현역부적합심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우울증을 앓는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는 경우가 늘면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군대에서 우울증 진료를 받은 병사는 지난 2016년 4천4백 명에서 지난해 1만8백 명으로 5년 새 2배 넘게 급증했다. 군에서 우울증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또 병무청과 신병교육대에서 우울증 환자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현행 병역판정검사 규정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가 군 면제를 받기 위해서는 6개월 이상의 진료나 1개월 이상의 입원 기록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신체검사 위주의 현행 징병 검사로는 정신과 문제가 있는 청년들을 제대로 걸러내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병력수를 유지하기 위해 현역 징집 비율을 높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주 SBS 는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병역을 수행하기 어려운 청년들이 입대하는 사례를 살펴보고, 현행 병무청 신체 검사와 징병 제도의 문제점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