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5회 SBS 뉴스토리
‘쉼포’거나 ‘번아웃’, 한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것
방송일 2026.04.04 (토)
‘갓생’ 강요 사회..쉼까지 포기하는 삶 언젠가부터 2030 청년들을 설명하는 말에는 우울한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쉬거나, 준비하거나, 머물러 있는 세대로만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현실에는 쉼조차 뒤로 미룬 채 하루하루 치열한 삶을 살아내는 청년들이 있다. 상경 후 미술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구찬결 씨(27세)는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퇴근 후 주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주말에도 잠을 줄여 공사장 일을 하며 한 주를 일로 빼곡히 채운다.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서정훈 씨(39세) 역시 ‘N잡러’의 삶을 살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대기업과의 임금 차이를 메꾸기 위해 출근 전 새벽 4시, 가게 청소를 부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일로 빽빽한 하루를 보내느라 쉴 시간도 없는 이들에게 취미활동은 물론이고 연애, 결혼은 남의 이야기다. 살아남는 것 외에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이다. 멈춰 선 청년들… 번아웃과 고립의 경계에서 청년들이 쉼을 미루며 버텨온 시간은, 결국 멈춰 설 수밖에 없는 순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퇴사 후 새로운 일을 준비하던 황현식 씨(33세)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둔 채 6개월을 고립된 상태로 보냈다. 방 밖으로 나가도 삶이 하나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좌절감이 그를 고립의 시간으로 이끌었다. 보건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렇게 고립 은둔 상태에 놓인 청년은 약 53만 7천 명, 전체 청년의 5.2%에 이른다. 쉼을 포기하고 치열하게 달리다 멈춰버린 그들의 시간을 우리는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걸까. 다시 일상으로,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고립 은둔 청년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연간 5조 3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청년의 고립, 은둔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감당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청년 정책이 양적으로는 차고 넘치지만, 단기 사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지속성과 실효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외연적 확장과 성과 지표에 치우친 탓에 정작 필요한 이들에게 정책이 닿지 못한다는 것이다. 취업, 결혼, 출산 등이 탈표준화된 새로운 생애 주기가 부각이 되는 시점에서 변화된 우리 시대의 청년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청년 정책을 펼쳐야 할 시점이다. 이번 주 SBS 에서는 ‘쉼포’와 ‘번아웃’ 사이에서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가 마주한 청년 문제를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