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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SBS 다큐멘터리

SBS 스페셜

방송일 2004.06.29 (화)
아라비아 반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예멘은 수에즈운하와 인도양을 잇는 세계 무역의 중심통로로 홍해의 흑진주라 불리는 곳이다. 커피가 맨 처음, 예멘을 통해 세계에 소개됐던 것도 바로 이 지리적인 요건 때문. 하지만 숱한 외세의 침략과 부족 간의 전쟁을 겪으면서 예멘은 가난과 혼란을 거듭해왔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갖고도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를 벗어나지 못했던 예멘. 우리에겐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만 알려져 있는 예멘이 서서히 그 베일을 벗고 있다.
예멘은 찬란한 시바왕국이 통치하던 지역이었다. 고대 아라비아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 메마른 사막 위에서도 천년 동안 물이 마르지 않았다는 풍요의 땅, 시바. 위대한 솔로몬왕도 어쩔 수 없었던 시바여왕의 후예들이 바로 예멘 사람들인  것이다. 자신의 나라에 당당했던 시바여왕의 후예답게, 예멘 사람들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시바왕국의 수도였던 마리브에는 고대 왕국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아랍문화의 수도로 지정된 올드 사나에는 수백 년 전의 건물에 지금도 사람이 살고 있다. 21세기의 화려함과 비교해서는 한없이 낡고, 뒤떨어져있지만 예멘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눈치다. 예멘을 빼놓고는 아라비아를 얘기할 수 없었던 찬란한 역사, 그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천년 전의 모습 그대로를 살아도 결코 불편하지 않다는 게 예멘 사람들이다. 시바여왕의 후예라는 자존심, 아랍문화의 원류라는 자부심으로 아라비아에서 가장 가난하지만 가장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기 때문에….
우리가 예멘을 얘기할 때면 언제나 ‘통일’이 빠지지 않는다.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와 영국의 식민지, 그리고 부족간의 전쟁을 겪으면서 남과 북으로 갈라졌던 예멘은 1990년, 통일을 이뤄냈다.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은 아픈 역사 속에서, 마치 우리의 바람처럼 통일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예멘의 인연은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한국의 에너지 자주화정책으로 맨처음 해외에 개발한 유정이 바로 마리브 유정인 것이다. 올해로 마리브 유정개발 20년을 맞은 예멘과 한국. 오랜 침체의 늪에서 한 발짝 더 미래로 나아가려는 예멘은 또한 우리의 보고이기도 하다. 이미 국내의 수많은 기업이 예멘의 자원개발현장에 뛰어들고 있고, 그 무한한 가능성은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에게도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예멘의 관계가 요즘 들어 부각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과 예멘의 관계가 날로 중요해지는 요즘,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예멘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천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삶 속에 생생히 살아 숨 쉬는 역사. 새롭고 편리한 것을 찾기보다 낡고 오래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 최초의 아라비아, 그 본연의 모습을 간직한 채 시바왕국의 부활을 꿈꾸는 나라 예멘을 알아가는 과정은 최첨단 기계문명이 행복의 조건이라 믿어왔던 우리들에게 신선함을 던져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