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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5.09.11 (월)
장기간 밀착취재한 조선학교 아이들의 진짜 모습!
SBS 스페셜 편은 60년의 역사를 가진 도쿄의 한 조선학교(도쿄조선제2초급학교/도쿄 고토구 에다가와 소재/ 교장 송현진외 교사6명, 전교생59명/ 1946년 1월 15일 개교)를 방송사상 최초로 장기간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입니다.

흔히, 조총련의 학교 정도로만 피상적으로 알려져 있던 학교의 속모습은 어떨까? 살벌할까? 선생님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어떻게 살아가고 어떤 생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며 무엇을 하고 놀며 어떤 생각을 하며 자라나는가? 이 학교의 학부모는 왜 대다수의 재일동포들이 자녀들을 일본학교에 보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시설도 열악하고 수업료도 비싼 이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일본의 조선학교는 어떻게 생겨났으며 지금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그들은 어떤 존재인가?

이 모든 의문에 대한 해답을 여름 내내 지켜본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상사를 통해 하나하나 풀어봅니다.


조선 초급학교(일본의 소학교, 우리의 초등학교)에 들어오는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노래가 바로 ‘나는 가요’입니다. 수십년간 어린 신입생들은 이 노래를 부르며 조선학교 생활을 시작해 왔습니다. ‘나는 가요’는 아주 쉬운 짧은 동요이지만 함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나는 어디로 가며 왜 가는가?” 


운동장 한 구석에서 가벼운 논쟁을 하고 있는 장사와 태해는 이 학교 3학년 학생이며 재일동포 4세입니다. 장사의 고향은 제주도이고 태해의 고향은 경상도 입니다. 장사는 자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고 말하는데 ‘조선’국적(사실상은 국적이 아니라 하나의 기호)인 태해는 그럴 리가 없으며 장사도 분명 ‘조선’일 것이라 주장하는 것입니다.

조사결과 놀랍게도 전체 59명의 학생중 25명이나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었습니다. 33명이 ‘조선’이고 ‘일본’ 국적을 가진 아이도 한명 있었습니다. 25명의 ‘대한민국’ 아이들은 왜 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이 아이들에게 국적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알아봅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과거에 걸어온 길과 미래로 걸어갈 길을 생각해 보면 제 2학교 송현진 교장은 요즘 고민이 많습니다. 학생수가 자꾸 줄어 신입생을 모집하는 일이 선생님의 제일 큰 업무가 되어버렸습니다. 텔레비전에서는 ‘북조선’을 비난하는 뉴스들이 홍수를 이룹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안전도 위태롭습니다. 스쿨버스에 학교이름도 새겨 넣지 못할 형편입니다. 학교는 낡았는데 돈도 없습니다. 그런데, 국가보조금이 없으니 학부모로부터 비싼 수업료를 받아야합니다. 전액 무상 의무교육을 하고 있는 일본 소학교에 비하면 애초 경쟁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동포들의 ‘민족애’에 기대는 것도 이제 한계에 다다른 듯합니다.
'조선학교는 일본에서 일본사람이 되지 않는 생명선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송교장, 그리고 송교장의 제2학교는 어디로 가야 할지 생각해 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요즘 제2학교에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도쿄도 정부가 ‘학교 운동장 및 건물 일부는 도쿄도의 땅이니 돌려달라’라는 소송을 낸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거 조선인 강제이주’의 역사적 책임을 이유로 합의문서까지 만들어 줄곧 무상대여해온 이 땅을 하루 아침에 돌려달라는 것을 제 2학교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이 재판의 진실은 무엇인지 밝히고 또, 60년 간 계속되어온 조선학교 수난의 역사는 어떠한지 심층 취재합니다.


'우리나라의 수도는 평양’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연예인은 이병헌’이라고 말합니다. 조총련에도 한류바람이 불어 학부모의 휴대전화 화면에 류시원, 장동건, 비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일본학교에 다닌 사람들과 달리 조선학교를 다닌 덕에 우리말을 할 수 있어 한국 드라마도 마음껏 볼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도 ‘발전된 남조선’의 모습이 컬러사진과 함께 여러장 실려 있습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우리나라'는 이미 '대한민국'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도 아닌 ‘조선반도’ 전체를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제2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은 '남한사람, 북한사람' 보다도 더욱 절실하게 통일을 원하는 듯 합니다. 식민지 지배국가에서 분단된 조국을 두어 차별받고 가슴아팠던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아이들이 되묻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느 나라의 아이들입니까?’라고….

SBS 스페셜 에서는 2005년 여름 석달간 제 2학교의 일곱 선생님과 쉰아홉 학생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잔잔하게 엮어내 조선 학교, 조선학교 아이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새겨보게 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