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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6.03.19 (월)
작은 나라의 큰 행복 - 은둔의 땅 부탄

물질문명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고, 그 편리함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빠른 속도로 자본주의세계를 팽창시켜 나갔다. 그 결과 우리는  과거보다 윤택한 삶을 영위하게 되었지만, 그 대가로 너무 많은 것을 지불해야 했다.
뉴욕 타임스는 작년 10월4일, ‘행복한 작은 왕국의 새 행복 기준’이란 제목으로  부탄을 소개했다. 부탄은 세계가 국내총생산(GDP) 확대를 추구하는 상황에서  33년째 부의 분배와 문화 전통 유지, 환경보호 같은 이상적인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이다.
1972년, 17세로 부탄 제4대 왕위에 오른 ‘지그메 싱예 왕추크’ 국왕(현 51세)은  이를  집약해 ‘국민 총 행복(GNH, Gross National Happiness)’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부탄의 문화적 전통을 유지하며, 친환경적 노력의 지속과  투명하고 책임 있는 정부의 운영을 그 기본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탄에서는 전 세계가 부의 축적을 위해 일직선으로 지향하는 온갖 정책들이 아예 없거나 오히려 역행한다. 국토개발이나 관광객 수입 증대를 위한 노력 등이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가난하지만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부탄인은 문명이 진보라 믿고 따르는 우리와  달리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 왔다.  앞만  보고 달리며,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이 많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여유, 상대방을 위한 배려…. 부탄은 우리보다 많은 것을 가지지  못한 나라이지만, 우리가 잃어버린 그 소중한 것들을 아직까지도 간직하며 살고  있다. 과연 인간이 가진 진정한 행복의 얼굴은 무엇인가. 이 프로그램은   물질문명의 혜택 없이도 행복할 수 있는 여건을 추적해봄으로써 현대문명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되돌아봄의 공간을 제공토록 한다.

1. 지구상에서 가기 어려운 나라, 부탄 : 신들의 정원이라는 히말라야. 그러나 히말라야 품속에 들어있는 이 작은 은둔의 왕국 부탄은 쉽게 자신을 드러내 놓지 않는다. 부탄정부는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매년 1만 명으로 관광객을 제한하고 관광객들은 부탄을 여행하기 위해 매일 약 230달러를 미리 지불해야 한다.   ‘타인’의 손이 덜 타서 더욱 생경한 그 곳에 드디어 발을 내딛는다.

2. 도착하는 것과 들어가는 것의 차이 : 우리는 어떤 곳에 도착할 수는 있지만 결코 그 안으로 단번에 들어갈 수는 없다. 장소와 일체가 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조금씩 그 세계로 들어가려 하지만 곧 실망할 것이다. 쥐와 빈대와 이와 벼룩, 그리고 온 동네를 떠도는 개들이 우리의 밤잠을 방해할  것이므로…. 우리는 실망하고,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의심하며 심지어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마침내 우리가 그곳에 있음을 깨닫게 되기를. 그제서야 비로소 우리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이제 막 알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전에 우리는 먼저 불편하고 낮선 그 무엇을 느끼게 될 것이다.

3. 통과 : 무엇이든지 넘칠 정도로 바라지 않는 사람들. 가방 안에 돈 대신 빈병과 자식들에게 줄 과자 한 봉지만 있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히 웃음 지을  수  있는  부탄인의 눈에서 ‘선한 부처’를 읽어낼 수 있다. 부탄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인생의 화두, “이 정도면 충분하다.” 가난하지만 행복한 부탄인들의  믿음이었다.

4. 몽갈 마을에서 찾은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 : 서양 사람들이 개인의 경력을 쌓기 위해 바쁠 때 부탄사람들은 공동의 가치를 중요시했다. 그들은 서두르는 법이 없고, 좋았던 옛날을 떠올릴 필요 또한 없다. 과거의 풍경, 과거의 방식들이 여전히 눈앞에 같은 시간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읽어야 할 표지판, 광고판 대신에 언덕과 논밭, 농가와 하늘이 있는 곳. 그 곳에서 견고한 공동체 생활을 발견한다.

5.  자연의 품이 가르쳐준 배려와 만족-마부들로부터 배운 것 : 산을 노래하고 산의 품에서 쉬는 마부들. 이들에게 진정한 스승은 자연이었다. 마부들에게 시간은 몇 시 몇 분이 아니라 해가 어디에 있을 때, 말들이 배가 고플 때 등으로 설명된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다섯 마리의 말이 재산의 전부인 마부의 미소에서 ‘만족’이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6. 야크텐트의 아이들 : 해발 3000m 이상의 고원. 포브지카 골짜기 근처엔 일곱  가구가 천막을 치고 산다. 이들이 가진 것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들이지만, 텐트 안에서는 가난의 고달픔 대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아무도 가난하다고 느끼지 않고, 긴밀한 가족적 공동체적, 그리고  자연과  일치된 삶 속에서 평화롭고 충만한 생의 기쁨을 얻는다. 과연 우리는  무엇으로 살고, 또 행복한 것인가. 문명이 가장 먼저 갖고 온 것은 경쟁과 파괴였다. 어린 아이의 눈동자 속에 진정으로 담긴 것은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 그 시간 속에 들어있던 천진한 맑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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