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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7.07.29 (월)
심해, 마지막 머구리 

방송 : 7월 29일(일) 밤 11:05(60분)
연출 : 장원준(외주)

눈이 즐겁고 마음 또한 넉넉하다! 아름다운 우리바다에서 건져올린 재미와 감동! 

이번주 SBS 스페셜 [심해, 마지막 머구리]는 수중 자연다큐터리 전문 제작진에 의해 우리 바다의 숨겨진 아름다움과 심해잠수부 ‘머구리’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로, 자극적인 방송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눈도 즐겁고 마음 또한 풍성해지는 담백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우리 바다가 아름다운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목숨을 걸고 바다를 일터로 땀흘리고 바다를 가꿔온 이들, 총 50킬로의 장비를 짊어지고 종횡무진 바다를 누비는 심해 잠수부 ‘머구리’들 덕분이다. 머구리란 순 우리말 “개구리”의 방언에서 유래됐다. 두꺼운 가죽 작업복과 묵직한 청동투구에 잠수추까지, 완전무장한 머구리의 신기한 모습은 영낙없이 우주탐사에 나선 우주인이나 쥘 베른의 소설 해저 2만리의 한 장면을 닮았다. 

올해 64세, 울릉도 최고령 머구리 장인 최종섭씨의 조업장면이 최초로 공개된다. 보기만해도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푸른 빛, 울릉도 심해의 비경을 배경으로, 달려드는 거대한 문어를 가느다란 꼬챙이 하나로 일격을 가하고, 심해 속 바위산을 암벽등반하듯 종횡무진 누비는 43년 경력 장인의 솜씨는 쉽게 눈을 뗄 수 없을만큼 흥미진진하다.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치열한 생존의 장, 거기서 피어오르는 감동적인 형제애

매일 몇시간씩 들어가 있어야하는 바다가 지긋지긋도 하련만, 날씨 탓에 하루만 안들어가도 머구리들은 바다 속 두고온 세상이 궁금해 몸살이 난단다. 공기호스 하나에 의존해 천근만근의 수압을 온몸으로 견디며 하루종일 버텨야하는 살인적인 작업환경이지만, 이들에겐 또다른 세상을 가슴에 품고 사는 낭만과 즐거움이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전부터 눈물을 머금고 내집같던 바다를 떠나는 머구리들이 늘고 있다. 사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 85%는 이들 머구리의 손을 거친 것이다. 머구리들을 덮친 이유모를 병마! 과연 그 정체는 무엇인가? 강릉의 동산항에 나타난 두 남자. 한눈에도 몸이 불편한 이들은 이 마을에선 잔뼈가 굵은 머구리 형제들이다. 그러나 한 사람은 휠체어에 의지할 정도로 마비증세로 고생하고 있다. 두사람은 무사히 조업을 마칠 수 있을까? 왠일인지 동생은 돌아보지 않고 조업에만 열중하던 형이, 수면으로 향하던 동생을 불러세운다. 두 마리의 돌고래처럼 유영하는 아름다운 장면, 고된 작업과 인명사고의 위험 속에서도 동생을 먼저 생각하는 뜨거운 형제간 우애를 담았다.

우리 바다농사의 최전선에 선 머구리, 그들을 괴롭히는 의문의 병마...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27살의 고성출신 머구리 서영환씨는, 온몸이 마비되었다가 7개월 만에 호전되고 있는 기적의 케이스다. 그런데 그것은 철저히 ‘인재’였다. 머구리가 조업 도중 의식을 잃었을 경우,  12시간 안에 고압산소 치료기인 ‘챔버’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고성에서 차로 다섯시간, 부산에 있는 전문병원을 찾아갔다가 치료받지 못하고, 다시 인터넷 검색으로 하고나서야 통영의 또다른 전문병원에서 무려 20시간만에 치료를 받은 것이다. 죽지않은것이 다행일 정도다. 많은 머구리들이 뼈가 썩어들어가고 서서히 죽어가는데, 많은 병원들은 왜 잠수병 치료를 기피하는 것일까? 왜 아직도 많은 머구리들은 다시 죽음의 잠수를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외국과 달리, 어느새 우리 머구리들에게만은 잠수병이 흔한 직업병이 되어버린 걸까?

제작진은 동해, 남해, 서해 바다를 모두 돌며, 실제 잠수병에 시달리는 수십여명의 머구리들을 만나고 다양한 케이스를 심층취재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오랜시간 심해에서의 작업후, 급변하는 수압에 우리 몸을 천천히 적응시키면서 올라오는 이른바 ‘감압’ 과정을 충분히 가져야 하지만, 대부분 머구리들은 이 원칙을 제대로 배울 기회 조차 없었다. 수확한 해산물들을 좋은 가격을 받고 팔려면 경매시간을 맞춰야하기에 6시간 이상 심해에 머물다 감압없이 상승하는 ‘죽음의 잠수’ 또한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었다. 우리가 즐겨먹는 자연산 해산물 대부분은, 머구리들의 자신의 건강과 목숨을 포기한 댓가로 우리 식탁에 오르는 셈이다.   

신음하는 우리 바다의 증인들, 머구리! 이제 그들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지금 머구리들이 겪는 비극엔 또하나 중요한 원인이 있다. 바닷속 자원이 풍부하던 옛 시절, 비록 일은 힘들어도 이전 세대 머구리들은 바다일로 배도 사고 집도 짓고 자식농사도 넉넉하게 지을수 있었다. 그러나, 바닷속의 자원이 급속도로 고갈되면서 머구리들은 목숨을 걸고 물건량을 채우기 위해 점점 더 깊은 바다로 들어가지만 빠듯한 살림을 꾸려가고 있다. 지금 머구리들의 비극은, 자연이 병들면 그 속에 사는 우리들 또한 행복할 수 없다는 하나의 ‘경고’다. 

다행히 우리 바다와 머구리의 내일엔 아직 희망이 있다. 충남 오천항에서 만난 머구리 강세항씨는 하루 4시간만 조업을 하고도 오후의 여유를 즐기며 산다. 바다도 잃었던 생명력을 회복하고 머구리들도 행복해지는 내일에 대한 희망을 확인한다. 

수중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진은 이 다큐멘터리를 위해 울릉도와 고성, 삼천포와 통영 그리고 충남 보령까지 삼면의 바다를 돌며 전국적으로도 몇 남지 않았다는 재래식 머구리들의 마지막 모습을 기록하고 각기 다른 우리 바다속 풍경과 문어의 짝짓기등 머구리들도 일생 한번 볼까 말까 하다는 흥미진진한 바다생태를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온가족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청정 다큐멘터리 [심해, 마지막 머구리]는 오는 일요일 저녁 11시, 시청자들을 한여름밤 더위를 단숨에 날릴 바다속 여행으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