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95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7.08.12 (월)
자이니치(在日) 60년 
학교 가는 길

방송 : 2007년 8월 12일(일) 밤11시 5분
연출 : 박기홍

60년... 우리가 잊었던 아이들의 눈물과 웃음으로 학교 가는 길.

[이승엽 선수를 존경합니다. 맛있으니까요...]라며 해맑게 웃는 숭사는 오사카 건국학교 5학년이다. ‘맛’과 ‘멋’의 차이를 아직 뚜렷하게 알지 못하지만 매일 우리말도 열심히 배우고 장구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숭사의 동생 개구쟁이 영보는 2학년. 영보는 ‘할아버지가 제주도에서 태어나 일본으로 건너온 자이니치(在日)’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숭사와 영보는 재일동포 3세다. 

해방 62년...

조국의 분단과 일본 사회의 차별이라는 근본적 고통 아래서도 재일동포들은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1년에 만명씩 일본인으로 귀화를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귀화를 하든 그렇지 않든, 한국적을 가지든 조선적을 가지든 재일동포들은 저마다의 자리에서 민족이라는 끈을 놓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쓰며 살았다. 

광복 62년을 맞는 오늘, 이제 재일동포 3~5세들이 학생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는가?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는가?
60년동안 조국은 그들에게 무엇이었나?

SBS스페셜 [자이니치(在日) 60년 - 학교 가는 길]은 8.15를 맞아 식민지 지배국가 일본 땅에서 살아가는 재일동포의 교육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룬다. 여기에는 민단계 ‘한국학교’와 총련계 ‘조선학교’의 모습은 물론 일본학교 속의 ‘민족학급’까지 망라한다. 재일동포 교육의 거시적 조명을 통해 분단이 동포사회의 교육에 드리운 아픔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보고, 바람직한 재일동포 교육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고민해 본다. 

‘조선학교’와 ‘한국학교’

조국이 분단되고 동포사회도 둘이 되고 학교도 갈라졌다. 
2007년 현재, 4개 ‘한국학교(동경한국학교, 오사카 건국학교, 오사카 금강학교, 교토 국제학교)’에는 태극기가 걸려있고, 80여개의 학교는 총련(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의 영향을 받는 ‘조선학교’라는 이름을 지키고 있다. ‘한국학교’는 무엇이고 ‘조선학교’는 무엇이며, 아이들은 각각의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며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1조교’와 ‘각종학교’
 
동경한국학교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한국학교는 이른바 ‘1조교’이다. 일본 ‘학교교육법 1조’에 해당하는 학교란 뜻이다. 일본의 교육과정을 준수하고, 일본 검정교과서를 사용해야 하며, 일본의 교사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에게 배워야 한다. 그래서, 일본학교이기도 하고 한국학교이기도 하다. 세 학교는 왜 ‘1조교’를 선택했을까?

총련계 ‘조선학교’는 모두 ‘각종학교’다. 일본 ‘학교교육법 83조’에 정하는 학교로서 ‘1조교’가 아닌 학교란 뜻이다. 따라서, 일본 정부로부터 학교운영비를 보조받을 수 없다. 학교 운영이 지극히 어려운 조선학교는 어째서 ‘1조교’로 전환하지 않는 것인가?

‘1조교’와 ‘각종학교’에 숨어 있는 재일동포 교육의 딜레마는 무엇인가? 

일본학교 속의 ‘민족학급’ 그리고 새로운 모습들...
 
오사카 기타나카미치 소학교는 일본의 공립학교다. 그런데, 이 학교에 다니는 재일동포 아이들은 매일 방과 후 우리말과 역사를 배우고 우리 문화를 익힌다. 물론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이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학교가 오사카에만 180여개가 있다. 어떻게 가능하게 된 일일까?

취학 적령기의 재일동포 학생 90% 이상이 일본학교에 진학하고 10% 미만의 학생들만이 ‘민족교육’을 받는 실정이며 그 조차도 ‘한국학교’와 ‘조선학교’로 판이하게 갈라져 있다. 이런 현실에서 기존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매력있는 학교’가 되기 위한 노력은 필수적이다. 민족학교 스스로의 노력과 또 다른 대안 그룹의 노력을 조명해 본다.  

자이니치(在日) 60년... 학교 가는 길.
 
돌이켜보면, 60년 역사 동안 재일동포 민족교육이 걸어온 길은 분열과 고통의 연속이었다. 두 개의 조국이 가까워지면 동포사회도 하나가 되고, 또 멀어지면 동포사회도 둘이 되었다. 

‘민족주의’를 넘어서자는 이 시대에, 열악한 환경에서 동포들이 교육을 통해 우리의 말과 글과 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 온 것은 식민지 지배 국가에서 살아가면서 ‘자기’를 잃지 않으려는 처절한 노력이었다. 
그 힘겨운 손짓에 조국은 과연 역사적 책무를 다하였는가? 

8.15특집 SBS스페셜[자이니치(在日) 60년 - 학교 가는 길]편에서는 8.15를 맞아 재일동포 교육의 역사와 현실을 심도 있게 조명해 보고, 분단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교육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는지... 또 이를 위해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