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교양 · 예능 · 스포츠

SBS 앱에서 시청하세요

재생
109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8.01.13 (월)
한반도 최후의 낙원 DMZ 
방송일시 : 2008년 1월 13일 (일) 밤 11시 05분 



평화와 공존이 함께 하는 한반도 생태계의 낙원, 비무장지대를 가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의해 버림받은 비극의 땅 DMZ. 지뢰가 묻혀 두려움의 대상이 된 그 땅을 인간은 외면했지만 자연은 겁 없이 생명을 불어 넣었다. 
  현재 DMZ는 산양, 고라니, 열목어 등 사라져가는 멸종 위기 67종을 포함, 2700여 종의 야생 동식물이 자생하는 한반도 자연생태계의 보고로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평화로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양의대
  새소리가 양의대의 이른 아침을 깨우면 왜가리는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먹이사냥을 시작한다. 멧돼지와 고라니는 같은 공간 안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 
  양의대 고라니들에게 가을은 매우 특별하다. 바로 짝짓기의 계절이기 때문. 10월에서 12월 초, 평소 단독 생활하던 고라니들이 서로의 짝을 찾기 위해 무리지어 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무장지대의 깊어가는 가을비 속의 만남
  10월 중순, 가을을 알리는 비소식과 함께 까치살무사와 무당거미를 볼 수 있었다. 무당거미는 금색 거미줄로 흩날린 집 보수공사에 한창이었고, 동면 전 까치살무사는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길가로 나왔다. 신경 독으로 물린 후 일곱 걸음도 때기 전 죽는다 하여 칠점사라고도 불리는 맹독을 지닌 까치살무사. 위협적인 까치살무사를 만나본다.  
  과거에는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기 힘든 쇠똥구리와 보라금풍뎅이. 반가운 비에 배설물이 먹기 좋게 촉촉해졌는데 이들이 먹고 있는 것이 바로 산양의 배설물. 그 옆에 산양의 발자국도 있다. 그렇다면 이 어딘가에 산양이 서식한다는 이야기? 산양의 추적이 시작된다.

산양을 찾아서
  산양을 보았다는 군인의 제보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천미리 계곡으로 산양과의 만남을 재촉했다. 하지만 직선 5-6미터 거리의 미세한 소리까지 들을 수 있는 산양은 멀리서 취재진의 기척에 이내 달아나 버렸다. 취재진이 산양을 뒤쫓았지만 그 모습은 찾을 수 없었고... 이대로 산양은 영영 볼 수 없게 된 것일까?

멧돼지를 통해 바라본 인간사 생존경쟁, 그 치열함
  병사들이 먹고 남은 잔반을 주식으로 살아가고 있는 군부대 앞 멧돼지들. 그들에게도 군대처럼 서열이 있다. 새끼멧돼지를 데리고 온 어미멧돼지는 자신들보다 훨씬 더 큰 수퇘지들에게 밀려 접근조차 쉽지 않다. 겨우 눈치보다 어렵게 다가가면 수퇘지의 으름장에 혼쭐만 날 뿐. 수퇘지의 식탐에 새끼멧돼지는 굶주린 배를 채우지 못한 채 뒤돌아서야만 했다. 
  생존의 기본요소만 충족되면 만족하는 야생의 세계에서 인간들에게 있을 법한 끝없는 욕심을 멧돼지를 통해 볼 수 있다. 야생생태계에서 군부대의 잔반이 그들을 그렇게 길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화려한 수중 생태계 가마소와 두타연 
  환경변화에 민감해 분포지역이 제한적인 천연기념물 259호 어름치와 가로 줄무늬가 아름답게 빛나는 우리나라 고유어종 참갈겨니가 서식하는 북한강 지류의 가마소. 그리고 남한 최대의 열목어 산지 두타연 계곡은 생태조건이 매우 좋은 하천으로 뽑힌다. 천연기념물 73호 열목어는 냉수성 어종으로 연중 수온이 18도 이하인 곳에서만 살 수 있는데 한 여름 기온이 30도가 웃도는 우리나라에서 열목어가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은 훼손되지 않은 울창한 숲과 수풀 덕분. 긴밀하게 연결된 먹이사슬과 공생관계 속에 스스로 최적의 조건에 서식하는 어류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DMZ 일대에서 그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 산양의 마지막 안식처 DMZ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천연기념물 217호 산양을 근접한 거리에서 대면 할 수 있었던 것은 산양 추적으로부터 100여일이 지난 DMZ 남방한계선 철책에서였다. 철책 근처의 산양은 일반적인 산양과 달리 사람에 대한 겁이 없었다. 총과 포탄을 지닌 군인이 산양의 옆을 유유히 지나가지만 산양은 도망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대를 이으며 산양과 군인이 무언으로 지켜온 믿음의 결과다.   
  50여 년 전 가장 처참한 전쟁터였던 이곳 DMZ 주변에 멸종위기 동물 산양이 살고 있다. 소리에 민감하고 겁 많은 산양이 군인과 이웃이 되었고 홀로지내기에 익숙한 산양이 동족과는 동무가 되었다. DMZ는 산양에게 평화와 공존이 함께 하는 유일무이의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