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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8.06.22 (월)
“공부꼴찌 워싱턴 D.C. 미셸 리의 교육개혁” 
방송일시 : 2008년 6월 22일(일) 밤 11시 20분					

    정치는 1번지, 공부는 전국 꼴찌 워싱턴D.C. 
    
    대표적 공교육 실패지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교육 개혁의 적임자를 찾던 워싱턴 DC 시장 에이드리언 펜티는 작년 6월, 코리안 아메리칸 미셸 리(Michelle Rhee, 한국명 이양희 · 38세)를 워싱턴DC 교육감으로 임명했다. 
    청문회 만장일치로 교육감에 오른 미셸 리의 취임 1년 그 후......
    그동안 워싱턴 DC에서는 23개 학교 폐쇄 · 27개 학교 구조 조정 · 교장 30% 교체 · 교육청 본청 직원 100여명 해고라는 초강력 교육 개혁이 진행되고 있었다. 초강수를 띄운 미셸 리 교육감의 행보는 연일 미국의 심장부를 뜨겁게 하는 뉴스가 되고 있다. 하지만 교사노조와 학부모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교육청을 찾아와 거센 시위를 하고 심지어 물건을 집어 던지기 까지 했다. 학교를 폐쇄하고 교사를 해고하는 데에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셸은 뜻을 굽히지 않고 개혁을 밀어붙이고 있다. 무능, 나태, 무책임이 만연해 있는 워싱턴DC 교육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만 받으면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이 훌륭한 학교에 다니기를 바란다. 이는 사회정의의 문제이다” 라고 강조하는 그녀의 거침없는 공교육 개혁을 통해,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 방송 내용

학교가 싫은 쌍둥이 형제
  
    워싱턴DC 배커스중학교 8학년에 다니는 데이빗, 데이본 쌍둥이 형제는 등굣길이 즐겁지 않다. 느릿느릿, 한 걸음씩 옮기는 뒷모습엔 책가방조차 없다. 맨 손에 든 책 한 권이 학교 가는 길의 전부. 수업은 물론, 학생들에게 관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선생님들이 이들 형제를 학교에서 멀어지게 만들었다. 이 학교는 작년 6월 취임한 워싱턴DC 새 교육감 미셸 리(한국명 이양희)의 개혁정책에 의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폐쇄된다.  학교가 문을 닫는 것에 대해 쌍둥이 형제는 물론, 어머니도 섭섭해 하기는커녕 반기는 기색이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는 학교에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수도 워싱턴DC, 그러나 학생들의 성적은 전국꼴찌!!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는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공립학교의 학업수준이 전 미국에서도 최하위다. 1년에 학생 한 명당 지원하는 예산이 13,000달러로 미국에서 상위에 속하지만 그동안 대표적인 공교육 실패지역이란 오명을 갖고 있다. 지난 10년간 6명의 교육감이 바뀔 정도로 교육 정책은 혼선을 빚었고, 위원회 형태로 운영되어오면서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작년 워싱턴DC 시장에 선출된 에이드리언 펜티가 선거 공약으로 교육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었던 것. 

    한인 최초 워싱턴DC 교육감 미셸 리 
    
    작년 6월, 심각한 워싱턴DC 교육 전반을 일대 쇄신을 해야 할 새 교육감으로 37살의 한인 2세인 미셸 리가 임명 됐을 때,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미국언론들과 교육계는 깜짝 놀랐다. 인구의 70%가 흑인이고, 지난 40년간 비흑인 교육감이 한명도 없었던 워싱턴DC에서 젊은 한국인 여성을, 그것도 이 도시에 아무 연고도 없고 학교 운영의 경험이 전무한 미셸 리를 펜티 시장은 왜 선택한 것일까? 
     196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부모님 사이에서 1969년 미시간 주에서 태어나 오하이오에서 성장한 미셸 리는 코넬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교육계와는 상관없는 정치학과 공공정책을 전공했던 미셸 리는 단기 교사 양성 기관인 TFA(Teach For America)의 연수를 거쳐 볼티모어의 빈민지역에 있는 할렘파크 초등학교에서 3년간 교사생활을 했다. 그리고 TNTP(The New Teachers Project)를 설립, 교사를 양성하여 각 지역에 보내는 일과 뉴욕, 캘리포니아 등의 교육청과 함께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어른들의 오늘을 위해 아이들의 미래를 희생할 수 없다
    
    4년의 임기동안 144개의 공립학교, 학생 수 5만 여명, 교직원 12,000명, 연간예산 10억 달러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자리인 워싱턴DC 교육감. 수차례의 청문회 끝에 시의회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교육감에 오른 그녀는 임명 직후, “워싱턴DC 교육시스템의 관료주의를 개혁하고, 교육정책의 초점을 학생들에게 최우선으로 두겠다” 라며 ‘혁명적 변화’를 예고했다. 그 약속은 곧 행동으로 옮겨졌다. 리 교육감은 학생 수가 줄어들고 성적이 부진한 관내 23개 공립학교를 폐쇄하고, 27개 학교의 구조 조정을 단행했다. 뿐만 아니다. 학교 운영에 문제가 많은 교장의 30%를 교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100여명에 이르는 본청 직원을 해고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개혁에 연일 시위대가 교육청 앞에 몰려왔고 물건을 집어 던지기 까지 할 정도로 반발이 거셌지만 미셸은 꺾이지 않았다. 교사의 연봉을 능력에 따라 최대 두 배까지 차별화하기 위한 협상을 교사노조와 벌이고 있는 미셸은 “교육의 성패는 교사의 질에 달렸다. 모든 아이들은 훌륭한 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는 사회정의의 문제이다”라고 강조한다. 

    벌을 삼킨 개혁가, 미셸 리

    과감하고 거침없는 개혁을 단행하고 있는 미셸 리. 1993년 볼티모어의 빈민지역의 할렘파크 초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한 미셸은 유난히 시끄럽고 산만한 아이들을 뜻대로 통제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늘날의 미셸 리를 만든 사건이 교실에서 일어났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교실에 벌 한 마리가 날아 들어온 것이다. 아이들은 벌을 피하려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하지만 미셸은 아무렇지 않게 벌을 때려잡은 뒤 입에 넣고 삼켜버렸다. 그 후 아이들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좋은 학습태도를 보였다. 말 그대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볼티모어 지역 학교들 가운데 최저 수준이었던 이 학교 학생들의 성적을 오로지 아이들을 위한 교육과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2년 만에 전국 상위 10%로 향상시켰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08년 주목할 만한 인물로 미셸을 꼽고 ‘벌을 삼킨 개혁가 (Bee-Swallowing Reformer)’라고 소개했다.   

   개혁은 아직 진행 중... 진정한 교육 개혁을 꿈꾸다
   
    매일 교실에서 학생에게 헌신할 줄 아는 교사. 
    학생의 가능성을 굳게 믿고 그 믿음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교사.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교사.
    미셸이 생각하는 훌륭한 교사상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들이 워싱턴DC에 넘쳐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좋은 교사가 좋은 교육을, 나아가 좋은 학생을 만든다고 믿는 미셸 리. 그 굳은 신념만큼이나 강한 의지를 가지고 그녀는 워싱턴DC 교육 개혁의 중심에 서있다. 아직은 아무도 그녀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변화가 시작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수많은 학교와 사람을 직접 찾는, 발로 뛰는 교육감 미셸 리. 앞으로도 당찬 그녀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