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회 SBS 스페셜
SBS 스페셜
방송일 2009.01.18 (월)
[두루미, 떠나가는 천년학(千年鶴)] 방송일시 : 2009년 1월 18일 (일요일) 밤 11시 10분 [기획의도] 자연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는 자연과 공존하기보다는 인간만을 위한 경제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지구의 자연환경은 하루하루 파괴되고 있으며 생물의 멸종현산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예부터 우리에게 '학'으로 불리는 겨울철새 '두루미'의 월동 서식지도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란 의미가 무색할 만큼 월동지 서식 환경을 보전하려는 노력은 부족한 현실이다.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는 두루미를 아예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두루미를 연하장에나 등장하는 상징으로 전략시킨 채 유령새(ghost bird)로 사라지게 만들 것인가? 두루미의 생태와 훼손돼 가는 서식 환경 탐사를 통해 두루미 보호와 서식지 보전의 필요성을 제기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만연한 과도한 개발주의를 돌이켜보고 자연과 인간의 화해 공존을 호소한다. "미래 세대가 지금 우리 세대를 기억해주는 건, 우리가 지키고 남겨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파괴한 것을 미래 세대는 기억할 수 없다." 조지 아치볼드(국제두루미재단 이사장) [주요내용] 두루미는 왜 두루미인가? ‘학’이라고도 부르는 두루미는 ‘뚜루루루~뚜루루루~’운다고 해서 그 이름을 얻게 되었다. 특히 정수리가 붉다고 해서 ‘단정학(丹頂鶴)’이라고 하는 두루미는 우아한 모습 자체만으로 고귀함의 상징이었고 장수와 행운을 상징하는 길조로도 널리 사랑 받아왔다. 5천500만 년 전부터 있어왔던 두루미는 공룡과 함께 살았고 공룡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하지만 ‘살아있는 화석’ 두루미를 멸종위기 종으로 만드는 일은 순식간이었다. DMZ-한국의 ‘두루미 벨트’ 두루미류는 봄과 여름, 북쪽(중국과 러시아 북부) 번식지에서 알을 낳아 키우고 가을이 되면 따뜻하고 물이 넉넉한 남쪽(한반도, 중국 남동부, 일본 남서부)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전 세계에 사는 두루미류 15종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두루미(천연기념물 202호),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228호) 삼총사가 찾아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으면서도 모두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한국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에 고루 날아오던 두루미류는 이제 비무장지대와 철원, 연천, 파주, 강화도 남단 등지에서만 볼 수 있다. 한반도의 두루미 월동 서식지는 지금 허리띠 모양으로 좁아들었지만 이마저도 개발 발람에 사라질 상황이다. 국내 최대 두루미 도래지라는 철원평야마저 위태롭다. 경작지 평탄화 작업, 볏단 말이, 액비 살포도 모자라 아름다운 샘통마저 개발이란 명목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일본 최대의 두루미 서식지 이즈미 그리고 학이 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이마리를 가다. 재두루미와 흑두루미 도래지로 이름난 일본 이즈미 시. 아라사키 간척지가 1952년에 가고시마현 특별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후 1960년대부터 간척지에 날아드는 두루미에게 이 지역 농민들이 모이를 주기 시작했다. 두루미 보호활동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두루미가 오는 계절마다 모이주기는 계속된다. 두루미보호지로 겨울 논을 내주는 것이 농사짓는 것보다 이익이 될 정도로 농민들과 두루미가 공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도래하는 재두루미와 흑두루미의 개체 수가 1만 2천을 웃도는 과밀도를 기록하면서 전염병이라도 돌면 몰사당할 위험이 도사리는 아이러니에 빠졌다. 이러한 과밀도에 비해 큐슈 북쪽 사가현 이마리(伊万里) 시는 학처럼 목을 빼고 학이 날아오길 기다린다. 이즈미와 유사한 환경을 조성하는 등 6년째 이어지는 지극정성 노력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서식지를 선호하는 두루미들의 발길은 뜸하기만 하다. 이제 겨우 두루미 월동지분산정책을 펼치는 중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분산은 두루미들이 한국과 일본에 고루 퍼져서 겨울을 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는데... 두루미가 태어나는 곳, 러시아를 가다 두루미의 번식지인 러시아의 실태는 어떨까? 두루미 인공부화센터가 있는 아무르강 유역 킨간스키 자연보호구와 무라비오브카 습지공원의 두루미들을 찾아 나섰다. 킨간스키 자연보호구에서는 두루미 멸종을 막기 위해 인공부화 한 어린 두루미들에게 자연적응훈련을 시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아름다운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무라비오브카 습지는 8천 헥타르의 광대함을 자랑하지만 건조한 기후가 이어져 말라가고 있다. 시베리아의 젖줄 아무르강을 따라 대형 댐 건설 계획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어 주변 습지 생태와 두루미 서식 환경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두루미 내쫓기에 바쁜 대한민국 두루미가 날아드는 김포 홍도평야에서는 총에 맞아 생을 마감하는 두루미가 생겨나고 있다. 두무미들에게 좋은 먹이가 되는 연천 임진강변 율무밭과 쉼터인 여울목들은 댐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으며, 한강하구의 두루미 서식지는 개발로 멍들고 있다. 한강 하류를 지나는 자유로가 재두루미 서식지를 가로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파주출판단지 근처 ‘철새도래지’라고 쓴 팻말은 공사트럭이 일으키는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있다. 두루미 우산을 펼쳐라! 우리는 왜 두루미를 보호해야 하는가? 멸종위기 종의 천연기념물이라서? 우리 민족의 사랑을 듬뿍 받은 길조라서? 그보다는 두루미가 ‘우산종(umbrella species)'이라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몸집이 큰 종이 필요로 하는 면적의 서식지를 보전하면 그 서식지에 함께 살고 있는 여러 가지 작은 종들도 자연적으로 보호받게 된다. 이는 종 다양성 보전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며 사람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두루미가 머무는 논을 지키면 경작지 외에 습지로서의 중요한 역할도 지킬 수 있다.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대 주는 논은 두루미와 철새들의 밥상이기도 하다. 개발 명목으로 자연과 습지를 파괴하는 행위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돌아볼 때가 왔다. 두루미가 안심하고 날아올 수 있는 땅이 우리와 우리의 미래세대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땅이다.